“미국 전역에 흩어진 빨간 풍선 10개의 정확한 위치를 가장 먼저 찾아라! 상금은 4만달러!”
2009년 12월 1일. 미국방부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인터넷 탄생 4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로 ’빨간풍선찾기 공모전’이라는 흥미로운 주제의 공모전을 내걸었다. 그 내용은 미국 전역의 어딘가에 10개의 대형 풍선을 띄워놓고 이를 가장 빨리 모두 찾는 팀에게 4만달러의 상금을 주는 내용이었다. 공모전의 목적은 인터넷상에서 정보 확산의 속도와 정확도를 실험하기 위한 것으로 예를 들면 미국 전역에 동시다발적인 폭탄테러 위협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하면 가장 빨리 숨겨진 폭탄을 다 찾아내는가에 관한 것이었다.
이를 위해 DARPA는 경기 시작 직전 미국 전역의 공공장소에 지름 2.5미터의 제법 큰 빨간색 공 10개를 비밀리에 설치했다. 야외의 공개적인 장소에 대형 풍선을 올려놓은 것이라 쉽게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문제는 지리적으로 엄청나게 넓은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었다. 과연 다 찾아낼 수 있을 것인가? 운이 좋으면 여러분이 있는 지역의 풍선 한개를 찾는데는 성공할지 모르지만, 10개의 위치를 모두 알아내는 것은 그야말로 모래 사장의 바늘 찾기와도 같은 수준이다. 생각해보라. 제주도, 부산, 대구, 구미, 수원 등 다양한 곳의 어딘가에 공을 띄워놓았다고 했을 때 그 중에 하나라도 찾는게 과연 쉬운 일일까?
이 공모전은 우리돈으로 5천여만원에 이르는 꽤 적지 않은 상금이 걸려있던 터라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몇달에 걸친 홍보전도 한몫했다. 그리하여 이벤트에 응모한 팀은 모두 4000개에 육박했다. 과연 이들은 미국 전역에 있는 빨간 풍선을 모두 찾아낼 수 있을까? 만약 모두 찾는다면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DARPA는 9일 정도를 예상했다. 그러나 이변이 발생했다. MIT학생팀에 의해 이 공모전은 불과 9시간만에 종료되고 말았던 것이다. 도대체 이들은 무슨 방법으로 9시간만에 모두 다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일까?
이들은 네트워크 마케팅의 원리를 착안했다. 일명 다단계 마케팅 방법이었다. 그들은 먼저 다음과 같은 내용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공을 찾는 사람들에게 2000달러의 상금을 주겠다!”
그리고 다단계 방식을 이용한 ‘상금 가지치기’라는 인센티브를 제안했다.
“당신이 못찾아도 괜찮다. 풍선을 찾고 있다는 소식을 주변에 전파하는 것만으로도 이익을 얻을 수 있다! ”
캠페인 소식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이익을 받을 수 있다구? 하는 반응을 유도하는 것이었다. 내가 찾으면 2천달러를 받지만, 내가 이 소식을 전해서 내 친구가 풍선을 찾으면 나는 천달러, 친구는 2천달러를 받는 형태이다. 어라? 풍선을 찾는 데 수십, 수백 명의 연결고리가 걸렸다면 MIT팀이 지불해야 할 돈은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중고등학교때 배운 등기급수의 합을 떠올려보자. 아무리 많이 퍼져나가서 결국 무한히 전달되었다가 찾았다 하더라도 그것의 합은 2*(풍선당 배당된 상금) 이다. 즉, 풍선을 하나 찾는데드는 최대 돈은 4천달러다. 이렇게 하면 10개를 다 찾는다 하더라도 최대 40,000달러가 들게 된다. 손해볼 것 없는 시도인 셈이다. 무한히 퍼져나가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실제로는 그보다 적은 금액을 지불하면 되므로, DARPA에서 받은 4만 달러를 생각하면 만는 장사인 셈이다.
MIT팀이 꺼내든 카드는 소셜 미디어 네트워크를 통한 ‘집단지성’의 힘을 이용한 것이었다. 점대 면의 형태로 기하급수적으로 이 소식이 전파될 수 있도록 해서 찾아내는 방법이다. 앉아서 코를 푸는 이 다단계 방법은 그러나 놀랍게도 9시간만에 풍선을 찾아내 버리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비록 장난기 어린 이벤트성 행사였지만, MIT팀의 시도는 요즘 많은 기업들이 고민하는 소셜 네트워크와 이를 통한 수익모델 창조의 가능성을 열어보인 것이다. 집단은 목적이 부합할 경우 서로 적극적으로 협력한다. 조직내에 수많은 이해관계가 엮여 있어서 서로 소통도 안되고 협력도 잘 일어나지 않는 것 같지만 그것은 사람들이 협력할 만한 동인을 잘 제공하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또한 주목할 점이 있다. 만약 이 실험을 ‘조직적 관점’에서 접근했다면 어땠을까. 나의 조직을 동원해서 풍선을 몇개 찾아낼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발견한 풍선을 남들에게 보여주려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되려 남들이 나에게 풍선 정보를 제공하기를 바랄 것이다. 서로 협력하는게 좋다는것을 알아도 조직의 딜레마에 갇혀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퍼뜨리는데 비협조적인 것이다. 그러나 개인은 다르다. 공동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하려고 든다.
전통적인 회사라는 조직은 목표가 뚜렷하고 반복적인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데 최적화 되어 있다. 고도의 전문화와 분업화가 특징이다. 그래서 열린 주제를 다루어야 하거나 조직의 벽을 넘어선 협력을 해야 할 때는 상당히 취약성을 보일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이른바 창의성의 시대, 창발의 열린 문화에서의 것들이다. 남들의 성공한 시도를 빨리 좇아가는 Fast Second가 아니라 새로운 것들을 계속해서 시도하는 First Mover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작은 시도, 작은 아이디어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이를 가능하기 위한 열린 커뮤니케이션이 그 어느때보다도 절실히 필요한 때다. DARPA의 빨간풍선 프로젝트가 시사하는 바는 그래서 대단히 크다. 우리에게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우리 조직이 이러한 열린 문화를 빨리 안아야 한다.우리는 정말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있다. 나의 작은 관심, 나의 작은 에너지, 나의 작은 행동 하나가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도 있고, 국가를 움직이고 세계를 하나로 뭉치게도 할 수 있을만큼 소통의 힘이 커진 세상에 살고 있다. 영국의 전 총리 고든 브라운은 그래서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이 시대를 물리적 개념의 지구촌 시대를 넘어 문화적 공동체로서의 ‘글로벌 소사이어티’로 진입했음을 선언했다.
흥미로운 점은 소통성이 커질수록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주고 받는 정보에는 ‘아이디어’가 담겨고 그것이 자유롭게 공유되면서 세렌디피티를 가속화하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생각치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탄생에 탄생을 거듭하였고, 이는 곧 새로운 비즈니스들을 기하 급수적으로 창출시키고 있으며, 인류가 함께 전지구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글로벌 소사이어티로의 성장이 계속되고 있다. 아이디어는 촛불과 같아서 나누면 나눌수록 커지고 그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이른바 촛불경제학이 급부상하고 있다. 협력(Collaboration)의 시대에 여러분은 진입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DARPA에서 시행한 빨간풍선프로젝트를 내가 재직중이었던 삼성전자에서 실험해 보기로 결심하기에 이른다. 조직의 관점이 아닌, 개인들간의 인접한 연결의 힘을 느끼게 하고 싶었고 이것이 개인들의 관심사 연결 그래프가 새로운 조직도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2011년의 어느날 시작했던 이 고민은 그러나 삼성전자 조직문화에 일대 파란을 일으키게 되는 사건일줄 당시에는 몰랐다.
– 창조력 주식회사(송인혁 저) 중에서
글 : 송인혁
출처 : http://goo.gl/ay2WW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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