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펀치의 히든카드, 신비주의로 무장한 미모의 오피스 레이디 신림동 캐리가 매주 진행하는 스타트업 인터뷰입니다. 유머가 가미된 통통 튀는 이야기들로 스타트업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는 물론 웃음까지 함께 전해 드립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스타트업계는 ‘스타트업 춘추전국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업체가 서로 경쟁하며 커가고 있습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얼마 전에는 구글독스를 통해 ‘5년 내 IPO 가능성이 가장 높은 스타트업은?‘이라는 익명 설문조사가 등장해 화제가 되었는데요.
수십억대의 매출을 올리는 스타트업 가운데 유의미한 매출 없이도 기술력 하나로 가능성을 평가받은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케이큐브벤처스의 1호 투자 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업계의 관심을 끈 ‘프로그램스‘입니다.
신림동 캐리가 프로그램스를 방문한 날은 하필이면 이사 직후였습니다. 그래서 사무실이 평소보다 지저분한 점을 이해 바랍니다. 라고 하기엔 저도 처음 왔는데 평소에 어떤지 어떻게 알겠어요. 아무튼 오후 1시에 프로그램스를 방문하자 드라이어기로 젖은 머리를 말리고 계시던 김민석 마케팅/PR 담당자가 저를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좀 프리하게 나오셨죠? 제가 사진을 잘못 찍은 게 아닙니다. 인터뷰 스케쥴을 미리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입고 나오셨습니다.
신림동 캐리: ‘왓챠’ 잘 쓰고 있다. 반갑다.
박태훈: 나도 반갑다. 사무실이 어수선해서 부끄럽다.
신림동 캐리: 프로그램스에 인터뷰 간다고 하니 왓챠를 이용하는 많은 분이 질문주셨다. 자, 일단 서울시 중구에서 대학 선배 박모 씨가 ‘박태훈 대표님은 왜 요즘 그렇게 살찌셨나요?’라고 하신다.
박태훈: 대학교 때보다 15킬로가 쪘다. 회사에서 먹고 자기만 해서 그렇다.
김민석: 태훈 형이 고등학교 때는 막 복근도 있었다. 진짜다.
신림동 캐리: 방금 질문은 농담이지만 프로그램스는 먹을 것, 마실 것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진짜인가 보다.
김민석: 실제로 잘 먹인다. 점심을 회사에서 제공하는 건 물론이고 마치고 술 마시는 것도 회사가 쏜다.
신림동 캐리: 회사에서 점심을 제공한다고? 한 끼에 얼마까지인가?
오경윤: 원래는 만 원 정도까지인데 만 원 넘어도 그냥 넘어간다.
신림동 캐리: 강남 물가 고려해도 만 원은 확실히 점심으로 꽤 관대한 가격이다. 프로그램스 돈 많은가보다.
박태훈: 민감한 이야긴데, 그렇진 않고 그냥 회사 구성원에게 최대한 투자하려고 한다. 업무에 도움이 되는 책이면 눈치 보지 말고 다 사라고 한다. 업무에 도움이 되는 건 지원해주려고 하지.
신림동 캐리: 혹시 의자라든가 키보드라든가 자랑할만한 게 있나?
박태훈: 자랑할 건 없는데 이 정도면 우리 형편에 넉넉하지 않나 정도로 생각한다. 개발자는 맥북 프로 15인치에 델 27인치 모니터니까 그럭저럭 괜찮은 환경이다. 의자는 좀 더 좋은 거 사주고 싶은데 아직 여유가 없다. 오경윤: 난 노리고 있는 책상이 있다. 허먼밀러사의 엔벨로프 책상 갖고 싶다.
신림동 캐리: 얼마길래?
오경윤: 한 200만 원?
박태훈: 아직은 그럴 돈이 없다.
신림동 캐리: 돈 많이 버세요.
신림동 캐리: 근데 뜬금없지만 왜 영화 추천 서비스를 시작했는가?
박태훈: 영화 다들 좋아하잖아. 영화 안 좋아하는 사람 별로 없지 않나?
신림동 캐리: 나는 별로 안 좋아한다.
박태훈: 그런 사람은 처음 본다.
신림동 캐리: 난 만화책 좋아한다.
오경윤: 나도 만화책.
신림동 캐리: 난 프로그램스의 다음 서비스는 만화책 추천이 될 줄 알았는데 만화책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니 가능성이 별로 없겠군.
박태훈: 그건 모르는 일이지만, 아무튼 대부분은 영화 좋아하잖아. 근데 영화 한 편에 2시간인데 재미없는 거 보면 짜증 나지 않나. 포털에 가도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별로 없고 절차가 복잡해서 불편했다. 소소한 빡침이 쌓였다. 근데 주변 친구들에게 ‘이거 불편하지 않아?’하고 물으니 다들 안 불편하다는 거다. 그래서 내가 평가한 데이터 베이스를 토대로 영화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친구 중에 영화 좋아하는 애들도 많았다.
신림동 캐리: 하지만 갑자기 영화 추천 서비스 하자고 했을 때 친구들이 합류하진 않았을 것 같은데?
박태훈: 맞다. 처음엔 우리끼리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이니까 애들이 좀 긴가민가하더라. 이게 추천이냐 광고냐 둘이 대체 뭐가 다르냐는 질문도 많이 들었다. 대체 이게 될까 싶어하더라.
신림동 캐리: 반신반의한 서비스치고는 프로그램스 멤버의 소위 말하는 ‘스펙’이 굉장히 높은 편인데 스타트업에 끌어들인 스카웃 노하우 좀 알려달라. 로켓펀치는 지금 디자이너가 없다.
박태훈: 별로 그런 거 없다.
신림동 캐리: 에이, 없을 리가. 술 마시고 노예 계약이라도 했나?
박태훈: 그게 가능한가? 그런 방법이 있으면 내가 왜 이 고생을 했지!
김민석: 생각해보면 내가 술로 당해서 온 것 같은데?
박태훈: 친분으로 잠깐 발 담그게 한 다음에 들여앉힌 경우가 좀 있긴 하다.
김민석: 하루에 3시간만 도와준다고 파트 타임으로 왔다가 코 꿰인 친구도 있다.
신림동 캐리: 이것도 민감한 이야기군.
박태훈: 처음엔 같이 놀자 이러고 데려왔는데 자기들도 재미있으니까 계속 있는 거지. 재미있게 일하는 게 중요한 거다. 삶의 질 문제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여긴다. 일을 즐겁고 신나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예전에 회사 다니면서도 느꼈었고 해서 그걸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재미있게 일하는 거 말이다.
신림동 캐리: 그럼 미친 듯이 일하는 걸로 소문난 구성원들 이야기 좀 해보자. 개같이 치열하고 집요하다고 들었다. 이건 내가 봐도 존나 집요하다고 느낀 건 어떤 게 있는가?
박태훈: 왓챠 실행하면 나오는 이 동그라미 말이다. 이거 하나만 해도 수십 번을 수정했다.
신림동 캐리: 대체 왜?
박태훈: 시계 방향, 반시계 방향으로도 의견이 엇갈렸고 동그라미가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속도가 더 빨라졌다가 말았다가 온갖 의견을 다 반영했었다. 그래서 이거 하나 정하는 것도 엄청 오래 걸렸다. 동영상으로 찍어놨다.
신림동 캐리: 이거 인터뷰에 참고 영상으로 올려도 되나?
박태훈: 안될 것 같다.
신림동 캐리: 이것도 민감한가?
박태훈: 그건 아닌데, 찍어놓고 보니까 내 숨소리가 너무 크더라.
동영상을 틀어보았습니다.
신림동 캐리: 좀 민감한 것 같다. 넣지 않도록 하겠다.
박태훈: 아무튼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우리가 이렇다. 완벽을 추구한다.
신림동 캐리: 서울시 관악구에서 황모 씨가 ‘왜 별이 열 개가 아니라 다섯 개인가?’라는 질문을 주셨다. 그러게. 나도 별이 다섯 개니까 왠지 서너 개만 자꾸 반복해서 주게 되더라.
오경윤: 그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 우리도 많이 고민했다.
김민석: 별 반 개를 가능하게 할까 생각도 했었다.
오경윤: R&D적인 측면에서 이리 저리 고려해봤다. 근데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별을 열 개로 늘린다고 사용자의 취향을 더 정교하게 알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더라. 특히 극단에 있는 것들은 크게 변하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중간 단계 세밀하게 하는 것에 장단이 있어서 지금도 고민 중이다.
신림동 캐리: 구성원끼리 매우 친해 보인다.
박태훈: 그건 아주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다. 우리 친하다.
오경윤: 좀 멀어지고 싶다.
김민석: 좀 민감한 이야기다. 보통 회사에선 서로 영어 이름으로 부르거나 님이라고 부르지 않나. 우리는 친구 사이인 경우가 많다 보니 호칭이 제각각이라 초창기에 심각하게 회의까지 했었다. 결론은 ‘알아서 해라.’였지만 아무튼 친하다 보니 이런 일도 생기더라.
신림동 캐리: 그럼 프로그램스 내에 사내 커플은 없나?
박태훈: 없다.
신림동 캐리: 의외다.
김민석: 없긴 한데, 아니 민감한 사항이니 넘어가자.
신림동 캐리: 이 회사는 왜 이렇게 민감해!
신림동 캐리: 회사 분위기가 극단적으로 자유롭다고 들었다.
박태훈: 지금 보시면 알잖는가.
신림동 캐리: 아직 안 나온 건가? 밥 먹으러 간 게 아니고?
박태훈: 나도 방금 나왔잖아.
신림동 캐리: 점심 드시고 온 줄 알았다. 퇴근은 하나?
박태훈: 퇴근은 당연히 하는데 본인이 집에 안 가는 애들도 있다. 월급을 줄 게 아니라 월세를 받아야 하는데! 아무튼 자기 편할 대로 한다. 근데 개발자들이 늦게 출근해서 늦게까지 일하는 걸 선호하기 때문에 점심 때쯤 슬슬 나온다.
신림동 캐리: 이게 침대방인가?
이충재: 그렇다.
신림동 캐리: 근데 이거 보여줘도 되나? IT계에 ‘침대와 샤워실 있는 회사는 도망가라.’는 면접에 관한 명언이 있잖아.
박태훈: 야근을 강요하지 않는다. 정말이다. 데이트 있으면 칼퇴근도 하고 그런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율이다.
신림동 캐리: 회사에서 사는 분위기 때문에 성비가 차이 나는 거 아닌가?
김민석: 아니다. 여자 개발자가 귀해서 그런 걸거다.
신림동 캐리: 아마도?
김민석: 아마도.
신림동 캐리: 직원의 커플과 솔로 비율은 어떻게 되나?
박태훈: 3:7
신림동 캐리: 프로그램스 오면 있는 애인도 도망가는 거 아닌가!
박태훈: 아니다. 정말 자기 자유라니까.
신림동 캐리: 민감한 질문해서 미안하다.
신림동 캐리: 전반적으로 일만 잘 하면 다 허용하는 분위기다.
박태훈: 그렇다.
신림동 캐리: 근데 그 일 잘한다는 건 어떻게 평가하나?
김민석: 민감한 이야긴데?
박태훈: 그런 거 잘 아는 방법 있으면 좀 가르쳐 달라. 부탁이다.
신림동 캐리: 하하하.
박태훈: 어차피 서로 같이 일하면 안다. 동료끼리의 평가를 믿는 편이다. 잘하면 서로 칭찬하고 못하면 술 마시면서 풀고 그러지. 회사 구성원끼리 친하니까 가능한 일이다.
신림동 캐리: 개발 환경은 어떻게 되나?
박태훈: 서버는 루비온레일즈로 개발하고, DB는 MySQL을 사용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cache를 위해 Memcached, 각종 세션 데이타는 Redis, 검색을 위해 Sphinx를 사용하고 있다. 추천을 위한 계산은 Python을 이용하고, 추천엔진과 웹서버 사이의 통신을 위해 Thrift를 사용하며 ZooKeeper 등을 이용해 분산처리를 위한 작업을 한다. 전체적으로 아마존 AWS 서비스를 많이 쓰고 있는데, 이미지 부분은 S3+CloudFront를 썼다가 포스터 다운로드 속도를 위해 KT ucloud storage+CDN으로 바꿨다.
신림동 캐리: 연봉은 어느 정도 되나?
박태훈: 민감한 질문인데?
김민석: 민감한 문제다.
박태훈: 스타트업치고는 괜찮게 주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우연히 중견 게임회사 초봉을 들었는데 그것과 비슷한 선이었다.
신림동 캐리: 홈페이지에 ‘구성원이 서로를 진심으로 대한다.’고 써놨는데 대체 진심으로 대하는 건 뭔가?
김민석: 민감한 이야기인데?
박태훈: 굳이 말하자면 서로 가식이나 피상적으로 대하지 않는다는 거다. 근데 그런 이야기가 홈페이지에 있나?
김민석: 있는 것 같다.
박태훈: 없애야겠다.
신림동 캐리: 이제 인터뷰는 끝났고 사무실을 찍어야겠다.
오경윤: 사진 찍을 때 사무실 바닥 좀 잘 찍어달라. 굉장히 고생한 거다.
김민석: 공대생 셋이 난리를 쳐서 나온 배치도다.
꿀벌의 지혜를 빌렸다는 자리 배치입니다. 꼭 눈여겨 봐주세요.
포털이나 블로그의 영화 평가를 보고 극장을 찾았다가 도중에 나오고 싶었던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왓챠 덕분에 우리의 이런 낭패가 적어졌죠.
고민은 깊게 실행은 빠르게 회식은 배부르게, 하지만 일은 민감하게 하는 프로그램스가 있으니 우리는 앞으로도 즐거운 것에만 집중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거 불편하지 않아?’라는 작은 빡침으로 시작해 세상을 바꾸는 프로그램스의 행보는 계속될 테니까요.
글 : 신림동 캐리(로켓펀치)
출처 : http://goo.gl/uXh2k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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