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자로 첫아이가 학교에 들어가서, 정식으로 학부모가 된다(미국은 유치원부터 정규교육 과정 시작). 물론 어떤 신문기사를 보면 정말 한국의 교육 환경이 너무도 살벌하다는 것을 느낀다. 여러가지로 들어보면 미국의 교육환경은 한국 교육환경에 비해 아이들을 덜 혹사시키는 것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 하지만 사람 사는 곳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어디나 완벽한 곳은 없는거고 사람들 모이는 곳에 경쟁이 없을 수 없다. 혹시라도 “한국의 교육환경은 지옥, 미국의 교육환경은 천국” 정도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까봐 이곳 실리콘밸리지역의 유치원/초등학교 교육 관련해서 우리 가정이 실제로 겪고있는 일들 몇가지만 공유해 본다.
말도 안 되게 비싼 교육비. 한국으로 치면 어린이집에 해당하는 프리스쿨의 경우 보통 한달에 1,200불에서 1,500불 정도 수업료가 든다. 그나마 이정도는 양호한 곳이고 비싼곳은 한달에 2,000불 가까이 들기도 한다. 보통 아이 한명당 한달에 100-200만원씩 든다는 얘기. 우리나라의 시설 좋으면서도 국가 지원금까지 나오는 어린이집을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맞벌이 대신 아이를 집에서 보는게 더 싸게 먹힌다는 이야기가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 오가게 마련.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설이 부족해서인지 프리스쿨마다 자리가 없어서 난리고, 보통 waiting list에 걸어놓으면 짧으면 몇달, 길면 1년 가까이 기다려야 가까스로 자리가 난다. 그에 반해 교육의 질이 특별히 좋으냐 하면 그렇지도 않고, 한국의 어린이집 프로그램이 더 짜임새있고 알차다. 프리스쿨 이후에 정규 공교육이 시작되어도 교육비 부담이 전혀 없어지진 않는게, 보통 낮 12시에서 2시 사이에 학교가 끝나기 때문에 아이들을 거의 대부분 방과후 코스에 보내곤 하는데, 그것 역시 한달에 1000불 정도가 들기 때문. 게다가 각종 도네이션 등도 “보통 남들 하는대로”는 하다보면 특히 맞벌이 등의 이유로 방과후 코스를 선택해야 하는 가정의 경우 공립 초등학교에 보내도 교육비가 상당히 많이 드는 편이다.
아시안계 학생들의 경쟁. 보통 한국 부모들이 가고자 하는 곳은 학군이 좋은 곳이다. 근데 학군에 대해서 리서치를 해본 결과 내가 내린 결론은, 보통 학군 좋다고 하는 곳과 전체 학생대비 아시안계 학생들의 비중의 연관계수를 뽑아보면 거의 1.0에 가깝다는 것. 즉 많은 경우 학군 좋다고 하는 곳은 아시안계 학생 비중 높다는 말과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다.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쿠퍼티노 지역의 경우 가장 평균점수가 높은 모 학교의 경우 아시안계 비중이 97%에 달한다. 그러다보니 아시안계 학생들 간의 학업 경쟁이 때로는 한국을 연상케 할 정도로 높다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학업 성적을 비관해서 자살하는 학생도 최근 몇년간 나왔을 정도.) 중국인도 부모들의 극성스러움은 때로는 한국부모들 저리가라 수준이다. 심한 경우 줄서서 타는 놀이기구 문이 열리면 그중에 좋은 칸에 타려고 자기 아이를 데리고 저 뒤에서부터 사람들 밀치고 뛰어오는 아줌마가 있을 정도 (실제 내가 당한 사례임). 그리고 유치원 아이들이 수업 끝나고 가는 중국인 방과후 교실에서는 오후 심화과정(?) 을 통해서 중국어로 유치원 진도를 미리 다 빼준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다. 소위 학군 좋다고 하는데 사는 아이들 중에는 이런 경쟁에 치이고 집에서는 무조건 상위권 성적을 기대하는 부모의 기대 사이에서 제대로 기 못펴고 있는 아이들이 더러 있다.
운동 및 기타 부문에서의 경쟁. 한국 학교에서는 학업으로 모든 학생들이 천편일률적으로 경쟁하는게 문제지만, 그렇다고 미국 학교에서 경쟁이 없는 건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학업 외의 다양한 방면에서 경쟁을 하기 때문에 부모 입장에서는 이것저것 다 가르쳐야 하니 훨씬 더 피곤하다. 미국에서 명문대에 들어가려면 바이올린 콩쿨에서 입상하고 운동도 올림픽 출전 선수들 수준으로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유치원때부터도 학교 프로그램이 끝나면 여기저기로 실어나르기 바쁜데, 한국처럼 학원에서 알아서 차를 보내서 라이드를 해주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엄마들이 아이들을 직접 실어날라야 하고, 따라서 아이를 여럿 둔 어떤 엄마는 하루에 아이들 라이드때문에 여섯~일곱시간씩 매일매일 차에서 보내기도 한다.
아이들간의 집안 편차.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아이들끼리 알게모르게 집안 비교를 하면서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스트레스를 주는것은 여기도 똑같다. 우리나라는 그나마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이 고만고만하고 중산층 생활수준이 그나마 엇비슷한 편이지만 이곳 베이지역은 천차만별이라서, 어떤 집은 진짜로 아이들 생일파티를 요트에서 하기도 한다. 우리 아이가 그런 생일잔치에 초대되면 그다음에 우리 아이 생일잔치를 해주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워진다. 부모 입장에서는 알게 모르게 이런걸로 무지하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을수 있다.
인종차별과 괴롭힘. 실리콘밸리 지역이야 워낙 아시안계가 많으니 인종차별은 덜한 편. 하지만 가끔 아이들끼리 서로 다른 인종간에 갈등이 있기도 하고, 이런 불리(bully) 사례들은 종종 아이들에게 평생 기억에 남는 상처를 주기도 한다. 어떤 아이의 경우 다른 여자아이가 옷갈아입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마치 일부러 쳐다봤다는 것처럼 오해를 사서, 이제 겨우 2학년인데도 상급생 아이들에게 거의 성고문(?)에 가까운 트라우마를 겪고 결국 다른 학교로 옮기기도 했다. 찾아보면 미국 학교에서도 이런 학교폭력 사례는 꽤 많이 있어서 부모들을 불안하게 한다.
결론은, 어디든 간에 환경보다는 부모가 얼마나 똑바로된 가치관을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치느냐가 제일 중요하다는 뻔한 이야기. 다른건 모르겠고, 하나 확실히 말할 수 있는건 미국의 교육환경이 한국에 비해서 조금 덜 살벌한 수는 있을지언정 여기라고 해서 사교육과 경쟁이 없는건 절대로 아니라는 점이다.
글 : 김창원
출처 : http://goo.gl/q8w0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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