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출판되는 책을 보면 인터넷에 발표한 글을 묶은 것이 늘어나고 있다. 또 책에서 다루는 주제는 좁혀지고 저자가 각각의 주제에 대한 잡다한 정보를 취합한 후 자신의 의견을 덧붙인 것들이 많다. 첨단 정보와 지식의 유통이 인터넷에서 이루어지면서 책은 이를 보조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이 서점 진열대에 올라있는 시간도 짧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다. 자극성이 강한 콘텐츠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지식의 창고’로서 책이 설 자리는 그 뿌리에서부터 위협받고 있다. 우리나라 출판계가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더욱 암담한 것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재연 씨가 쓴 책 ‘소셜웹 혁명’에 내가 관심을 갖는 이유다. 이 책은 2년 전인 2011년에 발간됐고, 최근 인터넷에 전문을 공개했다. ‘소셜웹’을 심층 분석한 책이 정작 소셜 네트워크 공간에서 네티즌들에게 외면 받는 것은 예사롭게 봐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저자는 책에서 ‘TGiF(트위터, 구글, 아이폰, 페이스북)’로 대표되는 소셜웹 서비스들이 등장한 배경과 앞으로 이들이 만들어낼 변화를 분석하고 있다. IT에 대한 복잡다단한 주제를 풀어내는 솜씨가 돋보인다. 저자는 니콜라스 카가 쓴 책 ‘IT가 중요한가?(Does IT Matter?)’를 인용, IT가 독점기술(proprietary technology)에서 기반기술(infrastructure technology)로 그 성격이 변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IT를 도입하는 것만으로 차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니콜라스 카는 IT산업의 대변화를 진단하는 책을 잇달아 펴내 주가를 높이고 있는 미래학자다. 저자는 니콜라스 카를 비롯한 다양한 석학들의 저서를 읽고 자신만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 “애플이 성공한 원인은 아이폰을 개발했기 때문이 아니다. 또 구글이 위대한 기업이 된 것도 애드센스로 인터넷 광고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대해 “‘갈매기의 꿈’에 등장하는 주인공 조나단 리빙스턴처럼 그들은 멀리 보는 법을 배웠기에 높이 날 수가 있었다. 우리와 그들의 격차는 기술의 차이가 아니라 ‘생각의 차이’, ‘비전의 차이’에서 나온다”고 진단했다.
저자는 또 우리나라 IT 업체들의 한계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지적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싸이월드. “싸이월드가 사용자들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소셜웹 분야를 개척했지만 그 이후를 대비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페이스북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싸이월드는 초라하다. 저자는 “페이스북이 사용자들의 교류를 돕는 서비스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기반시설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비스는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지만, 그것이 기반시설로 진화하면 사용자의 선택은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페이스북은 가입자들에게 전기와 수도, 우편 같은 존재라고 비유한다.
나는 저자가 인터넷에 책 내용을 모두 공개했다고 페이스북에 소개한 글을 읽고서 예전에 반복해서 읽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저자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글을 쓰는 사람에게서 가장 큰 비극은 누군가 자신의 글을 오독하거나 남용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읽히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책 내용을 모두 공개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책을 내고 마음고생을 심하게 한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나는 출판사 편집자에게 전화를 해서 그 동안 이 책이 판매된 실적을 확인했다. 편집자는 “저자가 IT 비즈니스를 쉽게 쓸 수 있는 몇 명 안 되는 필자라고 판단해, 책을 냈지만 판매는 저조했다”고 설명했다. “2000부를 발행했는데 1000부 정도 판매됐다”고 털어놓았다. 인터넷에 책을 공개한 것은 저자가 고육지책으로 선택한 것임이 분명하다. 저자는 “(책 내용을 공개함으로써) 책이 더 팔릴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에 책을 공개함으로써 더 많은 독자들이 읽고, 이에 따라 책도 더 오랜 생명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자는 또 “돌이켜 보면 내가 어린 나이에 첫 책을 쓸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지식 공유의 숲속을 내가 어렸을 때부터 거닐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똑같은 권리를 다른 사람들에게 허용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나는 평범한 독자로서 저자의 소박한 희망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 있다. ‘퍼스널 미디어’다. 앞에 소개한 책이 ‘소셜 웹’이라는 최신 이슈를 다뤘다면 뒤의 책은 그 뿌리를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돕는 교재라고 할 수 있다. ‘1인 미디어’를 중심에 두고 IT 역사를 설명한다. 이를 위해 연구자와 기자가 호흡을 맞췄다. 그 주인공은 현대원 교수(서강대 신방과)와 박창신 기자(디지털타임스)다. 공저자들은 대중 미디어를 대체하는 1인 미디어의 부상을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또 그 기술적 배경을 4가지로 다음과 같이 명쾌하게 설명한다.
- (컴퓨터와 통신, 방송을 구분하던) 경계는 무너진다’,
- ‘소형화는 계속된다’,
- ‘인터페이스가 세상을 바꾼다’,
- ‘기술은 배경으로 사라진다’
나는 요즈음 예전에 사뒀던 책들을 다시 꺼내 읽고 있다. 읽을 때마다 새로움을 더하는 책을 만나는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연구실과 집에서 훌륭한 원고를 쓰는 작가와 출판사 편집자들을, 나는 존경한다.
글 : 서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