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다녀왔다. 한 여름에 큐슈에 있는 온천으로 휴가를 더녀왔는데,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이번 휴가는 2박 3일로 짧았기에, 책을 한권만 들고 갔는데, 그 책이 꽤나 두꺼웠다. 바로 닐 퍼거슨의 ‘시빌라이제이션’ 이라는 역사책이었다.
약 500 페이지 남짓 되는 이 책을 통해서 퍼거슨은 국토 면적도 작고, 인구도 많지 않은 서양이 어떻게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역사적인 이유들을 밝히고 있다. 오랜만에 읽는 역사학자의 책이라서 그런지 재미있게 읽었다. 일하면서 매일 보게 되는 경영학 책들이나 보고서와는 확실히 느낌을 오랜만에 역사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다.
먼저 ‘서양이 세계를 제패했다’ 라고 한다면,
“과연 어디까지가 ‘서양’인가?”, “서양이 정말 세계를 제패했는가?”
라는 질문을 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내 주변 사람들은 거의 모두 첫 질문이 이것이었다). 그만큼 ‘서양(western)’’ 이란 말은 개념적으로, 그리고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고, 여전히 서양이 세계를 제패했다고 말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서유럽의 국가들만을 지칭하고 있으며, 예컨대 그리스, 터키와 같은 서유럽 이외의 지역 내지는 애매하게 걸쳐 있는 곳들은 배재한다고 밝히고 있다. 내 해석으로는 영국, 프랑스, 독일 및 그 주변에 있는 작은 몇몇 나라들 정도라고 보는게 맞을 것 같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인, ‘서양이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저자는 다음의 6가지 이유로 설명하고 있다.
경쟁
과학
재산권
의학
소비
직업
이 책에서는 저자가 어떻게 이렇게 여섯가지 이유를 뽑아내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아마도 작가 스스로가 그냥 머릿속에서 제일 그럴듯한 것으로 뽑아낸 듯 하다. 정의 및 방법론에 대해서 의문을 갖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야, 이렇게 여섯 개가 서양을 이끌어온 힘이라고 말하는 순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을 만큼 설득력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꾹 참고 이 책을 끝까지 읽으면, 작가는 꽤나 그럴듯한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예컨대 내가 흥미롭게 읽었던 몇몇 부분에 대해서만 생각해보면,
- 중국은 거대한 제국을 이루고 있었고, 서유럽의 나라들은 잘게 쪼개져 있었는데, 결국 작은 서양의 국가들이 더 발전할 수 있었는가? 중앙 집권이 훨씬 효율적으로 발전 토대를 마련하는 것은 아닌가?
- 문명이 이미 자리잡고 있었고, 자원도 풍부하고, 인종차별도 비교적 덜 심했던 남아메리카보다, 문명도 없고, (당시로서는) 자원도 척박하고, 인종차별 및 분리정책도 훨씬 심했던 북아메리카가 더 발전하게 되었는가?
- 기독교는 돈을 버는 것에 대해서(부자가 되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보지 않고, 중국인/이슬람이 훨씬 상업적인데에도 왜 기독교 문화권의 국가들에서 경제가 더 발전하게 되었는가?
와 같은 질문들이다.
두께감도 좀 있고, 지루할 수 있는 역사에 관한 책이기는 하지만, 상식도 기를 수 있고 서양 문화의 힘의 원천에 대해서 위와 같은 질문들을 한번쯤 가져본 사람들에게 권할 수 있는 좋은 책인 것 같다.
글 : MBA Blogger
출처 : http://goo.gl/GVLFB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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