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 유랑단’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라이코스를 방문한 비빔밥 유랑단‘이라는 임정욱 님의 글을 통해서였다. 당시 라이코스 대표로 있을 때, 비빔밥 유랑단의 강상균 단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사무실에 찾아와서 비빔밥을 만들어주고 홍보하겠다고 하길래 흥미롭다고 생각해서 수락했고, 그 결과 직원들이 매우 만족해했다는 내용이었다.
참 좋은 시도라고 생각했다. 캘리포니아에는 주변에 한식당도 많고, 타문화에 대해 개방적인 사람들이 많아 주변에 한국 음식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는 하지만, 비빔밥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흔히 ‘한국 음식’하면 ‘코리안 바베큐’를 가장 먼저 떠올리고, 조금 더 안다고 하면 순두부를 아는 정도였다. LA 코리아타운에 가면 ‘무제한 바베큐’가 골목마다 깔려 있다. 거기에서는 한 명당 20달러면 소고기가 질릴 정도로 먹을 수 있다. 고기 맛도 꽤 괜찮아서 소고기 값이 저렴하고 사람들이 고기를 선호하는 미국에서는 아주 인기다. 주변 친구들이 “한국 음식 정말 끝내줘!” 하면 주로 바베큐 아니면 순두부 이야기다.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으면서도, 그 두 가지 음식이 한국 음식을 대표한다고 할 수 없는데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한국의 위상과 이미지 제고에 별로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생각도 했다. 친구들이 거기 갔다 와서는 ‘온 몸에서 바베큐 냄새가 난다’고 하곤 했다. 한국 사람들은 항상 소고기 바베큐만 먹는줄 아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한국 사람들은 평소에는 나물 반찬 위주에 해산물을 많이 즐기며, 회식할 때나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많이 먹는 정도라고 하면 다들 놀란다.
‘스시’가 미국 사람들에게 ‘고급 음식’으로 자리잡은지는 이미 오래 됐고, P.F. Chang 과 같은 커다란 중식 프렌차이즈가 미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한국 음식은 여전히 ‘코리안 바베큐’정도로 알려져 있거나, 뉴욕의 고급 식당을 통해 조금 알려져있는 정도이다. 샌프란시스코에는 고급스러운 한식당 하나가 없고, 산호세 코리아타운에 가야 ‘장수장‘이라는 꽤 괜찮은 한식당이 하나 있을 뿐이다. 한편, LA에는 ‘조선갈비’라는 고급 한식당을 비롯해 괜찮은 곳들이 몇 개 있으며, 학교 친구들과 종종 갔던 ‘계나리’라는 한식당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큰 규모의 공간에 라운지 스타일로 고급스럽게 꾸몄고, 맛도 깔끔하고 환기도 잘 되어서 친구들을 데려갈 때마다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지금 Yelp를 확인해보니 문을 닫았다고 되어 있다. 당시에 손님들이 참 많았는데 왜인지 궁금하다. 결국 고급 한식당은 어려운 걸까?)
실리콘밸리로 이사오면서 처음에 마운틴 뷰(Mountain View)에 살았다. 거기 Xanh(‘썬’이라고 읽는다)이라는 베트남 퓨전 식당이 있었는데, 맛도 좋았지만 특히 분위기가 좋아서 사람들을 만날 일이 있을 때 무척 자주 갔다. 애피타이저가 10달러대, 메인 음식은 20달러 대라 팁과 세금을 포함하면 한 사람당 약 30달러 정도가 드는 괜찮은 식당이었는데, 갈 때마다 엄청 붐벼서 항상 예약을 해야 했고, 항상 미국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하루는 식사하다가 매니저에게 그 식당 참 좋아해서 자주 온다고 했더니, 원래 자기 어머니가 마운틴 뷰에서 오랫동안 베트남 쌀국수 집을 30년 넘게 했었는데, 장소를 옮기면서 자신과 함께 인테리어와 메뉴를 고급스럽게 꾸몄다고 했다. 그 딸의 이름은 아멘다 팜 Amanda Pham, 그리고 그 어머니는 투이 팜 Thuy Pham 이었다.
거기 맨날 앉아서 생각을 했다. ‘왜 한식당 중에 이런 쿨한 곳이 없을까?’ 한국인들만 가는 그런 식당 말고, 또는 값싸서 찾아가는 그런 식당 말고, 미국인들이 비즈니스 미팅을 할 만한 그런 식당이 왜 없을까? 그 동네에 그런 식당을 만든다고 하면 과연 장사가 될까? 아직 그건 잘 모르겠다. 팔로 알토의 유니버시티 거리에 한(Han Korean Cuisine)이라는 한식당이 하나 있기도 했는데, 결국 미국인들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갈 때마다 손님이 없고 한산하더니 몇 달 전 결국 문을 닫았다.
그런 와중에, 마운틴 뷰에 위치한 ‘써니볼(Sunny Bowl)’이라는 비빔밥 전문점의 성공은 매우 고무적이다. 처음 20석의 작은 규모로 시작했지만 사람들이 항상 줄서서 기다려야 할 만큼 성공을 거둔 후 작년에 104석 규모로 확장했는데, 점심시간에 가면 자리가 없을 만큼 사람들이 많다. 근처에 구글, 링크드인 등의 회사가 있는데 회사에서 케이터링도 많이 하며 구글의 공짜 점심을 마다하고 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리뷰 사이트인 옐프 Yelp에는 무려 543개의 리뷰가 있으며, 대부분 별 4개 또는 5개이다. 한국인 또는 동양인들이 위주가 아니라 근처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는 사람들이 아주 다양하게 온다. 그 주인은 다니엘 최(Daniel Choi)라는 분인데, 하와이와 LA에서 오랫동안 한식당을 경영하고 순두부집도 만들어 성공시킨 후에, ‘건강하고 좋은 음식으로 어필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마운틴 뷰에 비빔밥 전문점을 열었다고 한다. 입맛 없을 때마다 아내와 함께 자주 갔었는데, 사장님과도 잘 알게 되어 다양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파리바게뜨의 성공 또한 고무적이다. 작년에 팔로 알토 애플스토어 바로 맞은 편에 열었는데, 미국인들에게 대 인기다. 주말에 가서 앉아 있으면 끝없이 밀려들어와서 빵을 사서 가는 사람들을 보곤 했다. 물론, 파리바게뜨가 한국 브랜드임을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시 비빔밥 이야기로 돌아가서, 한식하면 코리안 바베큐와 순두부만 떠올리는 사람들에게, 맛도 좋고 몸에 좋은 비빔밥을 더 알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했었다. 그러다가 시카고 TEDx Hanriver 행사에 가서 비빔밥 유랑단, 그리고 그 팀을 이끄는 강상균 단장을 만났다. 그를 만나, 그의 진지함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후에 캘리포니아에서 몇 번을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참 고맙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비빔밥을 알려주어서.
언젠가 미국에서 비빔밥이 스시처럼 자리잡고, 한식당이 고급 식당을 상징하게 될까? 언젠가일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날을 앞당기는, 강상균씨와 비빔밥 유랑단같은 팀이 있다는 것이 기분 좋다.
비빔밥 유랑단이 지난 3년간, 4개 대륙, 20여개국을 누비며 총 2만여명의 외국인들에게 비빔밥을 전파했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얼마 전에 보았다. 무려 14분이라 좀 길다고 생각했는데, 편집도 잘 되어 있는데다 재미있고 가슴 뭉클할 만큼 감동적이어서 기분 좋게 끝까지 봤다.
강상균씨가 나에게 항상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비빔밥이 한국 음식이라서가 아니라, 건강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겁니다.
글 : 조성문
출처 : http://goo.gl/nxTG2j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