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에 열린 beGlobal 컨퍼런스에 패널로 참여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우리나라 웹/모바일 스타트업들의 영어 피치 실력이었다. 실리콘밸리에 있으면서 이곳의 피치 이벤트를 가끔 갈 기회가 있는데, 이번 beGlobal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피치 수준은 정말 전세계에서 모인 수준급 인재들로 구성된 스타트업 데모데이의 발표에 비해서 전혀 손색이 없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웹/모바일 스타트업 중에서, 이곳 실리콘밸리로 거의 본사를 넘기다시피 하면서 이스라엘 식의 “자국내 R&D 센터 – 미국내 마케팅/사업거점” 구도를 갖추고 사업을 진행하는 곳들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만큼 강력한 코어 비즈니스를 일구면서 동시에 문화적, 언어적 장벽을 극복할수 있는 역량을 둘다 갖춘 우리나라 스타트업 파운딩 팀이 드물었다는 이야기일수도 있는데, 몇년 사이에 그런 장벽이 거의 사라진 느낌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웹/모바일 생태계를 이끌어가는 파운더 계층은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수 있는 젊은 인재들이고, 아마 향후 몇년 이내에 한국의 인터넷 벤처들이 실리콘밸리로 진출해서 성공 스토리를 쓰는 “Korean invasion” 사례가 최소한 몇개는 나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연관해서 한가지. 창업 기업의 파운더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량과 자질은 코딩 능력이나 마케팅 역량같은 어떤 특정한 한가지 스킬이 아니라 상대방을 공감시킬 수 있는 세일즈 능력이다. 사실 스타트업이라는게 초기에는 파운더(들)의 머릿속에 희미한 그림밖에 없는거고 그걸 제품이나 서비스로 만들기 위해서는 엔지니어를 비롯한 내부 팀을, 투자를 받기 위해서 투자가를, 트랙션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고객을 설득해야 한다. 이렇듯 초기 창업기업은 모든게 다 설득과 세일즈의 과정이고, 스타트업 피치라는건 바로 이런 세일즈 과정의 진수라고 볼수 있다. 그래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은 과장 좀 보태면 서비스 개발만큼이나 피치 연습을 하곤 한다.
스티브 잡스가 하늘이 보라색이라고 연설을 하면 그걸 들었던 사람들은 적어도 5분동안은 “하늘은 보라색인가보다” 라고 느낀다는 농담이 있는데, 굳이 그런 “현실 왜곡장” 스킬이 아니더라도 배경 상황을 설정하고 (”set the stage”), 뛰어난 스토리텔링을 통해서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것은 결국 “스토리”라는 것을 명심), 듣는 사람들을 (투자가든 코파운더든 고객이든) 설득시키고 공감시키는 능력, 그게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스킬이다.
글 : 김창원
출처 : http://goo.gl/0f87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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