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권의 책 리뷰가 밀려 있다고 지난번 포스팅에서 말한 적이 있는데, 생각해보니 그 책들에 대한 리뷰를 자꾸 미루게 되는 까닭 중에 하나는 그 책들이 별로 재미가 없어서였다. 책이 재미가 없으면 리뷰를 쓰는 것조차 귀찮아진다. 나의 블로그에 내가 리뷰를 쓴다고 하는 것은, 내가 얻은 교훈과 배움을 남겨 놓고자 하는 것인데, 사실상 그런 점이 없으면 리뷰를 쓸 모티베이션도 떨어 지는 것이다.
미주알 고주알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간단하게 최근에 읽고서 실망한 책들이 세권 있다. 사고 말고는 독자들의 판단이겠지만, 아무튼 나에게는 큰 즐거움을 주지 못한 책들이라서 여기에 간단하게 명기하고자 한다.
첫번째는 ‘빅 데이터 경영을 바꾸다’라는 책이다. 이 책은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나왔고, 얼마 전에 각종 서점 차트에서 베스트 셀러에 올랐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서 읽어보니 지루하기 짝이 없다. 빅데이터라는 재미있는 분야에 대해서 너무 이론적으로 접근하시는 듯 하고, 때로는 너무 기술적인 내용에 집착하다가 글이 흐름이 뚝뚝 끊긴다. 통계패키지에 대한 설명이 깊이 들어갔다가, 또 갑자기 일반인들도 모두 알만한 내용에 많은 페이지를 활용하기도 해서 도무지 어떤 독자를 타겟으로 삼았는지 알기 어려웠다.
두번째는 ‘디지털 치매’라는 책이다. 책 제목이 워낙 섹시해서 바로 집어들고 충동구매한 책이다. 즉, 너무 인터넷과 디지털기기를 많이 사용하면 뇌가 공회전을 반복하고, 치매 증상과 비슷한 증상을 겪게 된다는 내용의 책이다. 가끔 브라우져를 띄워 놓고, “내가 뭘 하려고 창을 띄웠지?”를 고민하는 나에게는 이 책이 뭔가 해결의 실마리 비슷한 것을 제공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책 내용은 시종일관 그냥 디지털 기기가 전혀 우리 생활에 도움이 안된다는 편협한 시각의 이야기라서, 책을 끝까지 읽지도 못했다.
세번째는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 질문 : 선대인연구소가 대한민국 오천만에게 답하다’라는 긴 제목의 책이다. 책 제목에서 딱 봐도 알 수 있듯이 선대인연구소에서 나온 책이다. 예전에 ‘문제는 경제다’를 재미있게 읽어서, 그런 내용을 기대하고 샀는데, 딱히 숫자를 꿰뚫는 인사이트를 보기는 어려웠다. 그보다는 본인(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끼워맞추는 방식의 내용도 좀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불편했던 점은 일정한 통계의 범위를 놓고, (예컨대 OECD 국가들의 평균) 그 안에서 많이 벗어나면 우리나라의 실태를 ‘기형적’이라고 정의해 버리는 것이었다. 나는 나름대로 우리나라의 unique한 특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룩했기 때문이며, 그 unique함이 꼭 wrong 한 부분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실효 법인세율(effective corporate tax rate)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하면, 그것이 다른 나라보다 낮기 때문에 높여야 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달리 말하면 그것은 우리나라만의 법인세 측면의 특징적인 측면으로 볼 수도 있다. 대기업들에게 그만큼 우호적인 나라라는 것이다. 대기업 위주의 성장정책에서 분배를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면, 단지 실효 법인세만이 문제가 아니라 법인세율을 높였을 경우에 이러한 효과가 분배로 이어진다는 다른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할 것이고, 그에 앞서서 과연 법인세 상승을 통한 분배가 맞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세계에서 가장 높다/낮다’, ‘OECD에서 가장 높다/낮다’가 설득력있는 논거가 되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이 리뷰를 쓰지 않고 미루고 질질 끈 동안, 책 리뷰가 다시 몇개 쌓였다.
블로그 포스팅이 뜸해지고, 책은 계속 읽다보니… 이 블로그가 책 리뷰로 가득해 지는 건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글 : MBA blogger
출처 : http://goo.gl/YOl8z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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