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노트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을 담당하는 트로이 말론 GM의 초대를 받아 레드우드시티에 위치한 에버노트 본사에 다녀왔다. 101고속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항상 길가에 보이는 건물이다. 이 5층짜리 건물의 한 층을 제외하고 모두 다 쓴다고 한다. 이 빌딩에 근무하는 직원은 약 280명.
모두 다 이미 쓰고 있거나 한번쯤은 다운을 받아봤겠지만 에버노트는 “뇌를 확장해주는” 앱이다. 뭐든지 찍고, 녹음하고, 적어둬서 클라우드에 저장해 정리해둘 수 있도록 해주는 앱이다. 스마트폰을 정말 가치있게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몇 안되는 가치있는 앱이라고 할까.
지난해 7천만불의 자금을 벤처캐피탈로부터 유치하면서 회사가치를 10억불, 즉 1조원대로 산정받아 큰 화제가 되기도 한 회사다. 모든 직원들에게 한달에 두번씩 도우미를 보내 집안 청소를 해주는 복지혜택을 제공한다고 해서 많은 실리콘밸리 직장인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이 급성장하는 회사의 사무실을 둘러보면서 일반적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문화를 다시 느꼈다고 할까. 그래서 간단히 소개해 본다.
1층 로비에 들어가면 크게 보이는 글이다. “Evernote California Remember Everything” 모든 것을 기억한다는 에버노트의 모토다.
1층에는 식사를 제공하는 카페테리아가 있다. 수요일은 스시를 제공하는 날이다. 상당히 맛있는 정통일본스시와 야키소바, 아게다시두부 등 맛깔나는 일본요리가 제공되고 있었다.
이런 맛있는 스시가 제공되는 이유는 이 분 덕분이다. (트로이가 꼭 기념사진을 찍으라고 강요^^) 에버노트 CEO 필 리빈의 단골 스시레스토랑의 셰프였던 하워드는 식당을 정리하고 은퇴를 하고 싶었는데 그러기에는 노후 자금이 넉넉하지 않아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 사정을 필이 알게 되자 “일주일에 한번씩 에버노트에 와서 일해주면 어떠냐”고 제안해서 매주 수요일에 스시를 제공하게 됐다고 한다.
죽기전에 단골 스시레스토랑의 셰프를 애플카페테리아에 취직시킨 스티브 잡스의 일화와 비슷해서 놀랐다. 어쨌든 훌륭한 일본음식이었다.
트로이가 에버노트의 문화를 설명한다고 보여준 자판기다. “Take what you need.” 블루투스 키보드, 이어폰, 마우스, 아이튠스카드, 구글플레이카드 등등 각종 소모품을 꺼내갈 수 있는 자판기다. 사원증을 터치하고 꺼내가면 된다. 가져갈 수 있는 수량에 제한이 없다. 직원을 전적으로 믿기 때문에 이렇게 운영하는 것이라고 한다. 10불짜리 아이튠스카드와 구글플레이카드는 필요한 경우 유료앱을 다운로드받아서 테스트해보라고 제공하는 것이라고 한다.
사실 이런 자판기는 페이스북에서도 본 일이 있다. 이렇게 직원을 믿고 필요한 소모품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것이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문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몇개나, 얼마나 자주 가져가는지 기록이 완벽하게 남기 때문에 이 제도를 악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인상적인 것은 1층 로비에 자리한 ‘The Dialog Box’다. 고급 커피머신이 있어서 직원들이 식사를 마친 후에 맛있는 커피를 받아가는 곳 같았다. 그런데 여기서 커피를 만들어주는 바리스타는 에버노트의 중역이라고 한다. CEO 필 리빈은 중역들이 직원들과 조금이라도 더 접촉을 하고 대화를 하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의무적으로 돌아가면서 매일 점심시간이후 1시간동안 여기서 커피를 제공하도록 했다고 한다. 이 날은 법무담당 중역이 커피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필 리빈 본인도 자기 차례가 오면 이렇게 직원들을 위해서 커피를 만들어준다고 한다.
사무실의 분위기는 이렇다.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사무실 분위기다. 오픈스페이스이며 애플 디바이스로 가득한 모습이다. 그리고 하나. 자세히 보면 전화가 하나도 없다. 휴대폰시대에 전화가 필요없기도 해서 없앴다는 것이다. 회의실에만 컨퍼런스콜용 전화가 있다. 덕분에 조용한 사무실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다고.
CEO부터 임원들도 따로 방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들 평등하게 똑같은 크기의 책상을 이용한다. 사실 웬만한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대부분 그렇다. 페이스북, 구글도 그렇고 심지어 넷플릭스의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자기 자리도 없이 메뚜기처럼 회사내를 돌아다닌다고 한다. 어쨌든 창가 끝에 앉아있는 사람이 에버노트 CEO 필 리빈이고 (사진에서는 안보임) 그 앞에 앉아있는 사람이 COO 켄이다.
모든 벽은 칠판이다. 메모가 가능하다. 어디서나 아이디어를 가지고 토론을 벌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직원은 4층과 5층에서 근무하는데 층간의 소통을 위해서 위 아래층을 뚫고 계단으로 연결해 두었다고 한다. 그 계단을 아주 크게 만들어서 여기서 전체직원 미팅까지 할 정도라고 한다. (만약 이 빌딩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하게 되면 원상복구를 해줘야 하기 때문에 이건 아주 큰 비용이 드는 일이다. 사실 똑같은 사례를 예전 도쿄의 NHN재팬 사옥에서 본 일이 있다.) CEO 필 리빈은 직원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특히 물리적인 공간을 직원들끼리 자연스럽게 접촉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있어 장애가 되는 것을 없애는데 열심인 것이다.
텍사스 오스틴에도 지사가 있는데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 이렇게 화상 TV로 24시간 연결해 두었다.
재미있는 것은 한쪽 창가쪽에 러닝머신+데스크를 마련해두었다는 점. 운동하면서 일하고 싶은 직원은 랩탑을 가지고 와서 놓고 걸으면서 일을 할 수 있다.
어쨌든 트로이 덕분에 또 멋진 회사를 견학했다. 트로이 말론은 한국선교사 출신이다. 한국말도 유창하고 한국에 대한 애정도 넘친다. 그와 필 리빈의 부인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요리가 뭔지 아냐고 맞춰보라고 한다. ‘떡볶이’란다. 필 리빈은 지난번 한국 출장때 한국 ‘김치맛 김’을 한 상자 사왔다고 한다. 왜 에버노트가 한국에서 잘 나가는지 알만하다. 우리는 한국 최고의 에버노트 에반젤리스트인 ‘혜민아빠’ 홍순성님 이야기도 많이 했다.
어쨌든 그가 내게 연락해온 계기는 아래 이 트윗 때문이다.
최강 메모 앱 ´에버노트´ 창업자 겸 CEO 필 리빈 인터뷰 biz.chosun.com/site/data/html… 제품만 잘만들면 대기업과의 경쟁도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말이 인상적.—
Jungwook Lim (@estima7) September 07, 2013
누군가 내 이 트윗을 트로이에게 알려줬고 그는 내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겠다고 다음의 민윤정님을 통해 연락해왔다. 놀라운 SNS의 파워다. 하여간 에버노트 필 리빈 CEO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열정과 함께 창업가들을 위해서 통찰력 넘치는 좋은 조언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의 말중에서 내가 인상적으로 느낀 부분이다. 위 동영상에서 가이 가와사키와 대담하면서 이야기하는 부분인데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무엇이 다른지, 에버노트가 수만명 직원의 회사가 되더라도 꼭 잃지 않았으면 하는 것에 대한 말이다.
“나는 에버노트의 직원 누구도 일을 하면서 내가 왜 이것을 해야하는지 모르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나는 누구도 자기가 해야할 일을 하면서 “이건 위에서 시켜서 하는 거야. 한심한 일이지만 말이지”라고 여기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모든 직원이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면서 자기가 왜 그 일을 하는 것인지 제대로 이해하기를 바랍니다. 보스가 시켜서 자신이 어쩔 수 없이 시간낭비를 하고 있다고 여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는 회사에서 자신의 업무에 대해 “내가 왜 이 일을 해야하는지” 잘 이해하고 있을까?
5년전부터 쓰기 시작한 에버노트앱을 만드는 회사가 이처럼 큰 회사가 될지는 정말 몰랐다. 아마 몇년 뒤에는 NYSE나 나스닥에 상장되서 조단위 시장가치를 자랑하는 회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위 트윗에 소개한 인터뷰도 꼭 읽어보시길.
글 : 에스티마
출처 : http://goo.gl/KK9pC7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