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링클(Clinkle): 시작 전부터 대박 난 미스테리 스타트업

clinkle_wallet

[요약] 22세의 대학생이 창업하여 최대 규모의 시드 펀딩을 받아 주목을 받은 모바일 결제 회사, 클링클(Clinkle). 개인 간 소액 결제가 최대한 단순하고 쉽게 이뤄지도록 하고, 이를 통해 개인 간 가치 거래의 거대한 네트워크를 꿈꾸는, 페이팔과 스퀘어의 숨은 경쟁자.

클링클(Clinkle)이라는 모바일 결제 솔루션 회사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실리콘 밸리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25M(약 270억 원)의 시드 펀딩을 받았는데, 안드레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피터 씨엘(Peter Thiel) 등 쟁쟁한 투자자가 참여했습니다. 최근엔 리처드 브랜슨 경(Sir Richard Branson)도 개인적으로 투자에 참여했다는군요.

놀라운 점은, 회사의 설립자이자 CEO인 루카스 듀플랜(Lucas Duplan)이 22세의 스탠포드 학사 출신이라는 것, 더 놀라운 점은 제품이 아직 출시도 되지 않았고, 그 구체적인 내용도 잘 알려졌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실적이라면, 약 2년 동안 모교인 스탠퍼드 학생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해오고 있고, 다른 대학들로 확장하려고 10만 명의 대기자를 받아놓고 있다는 것뿐입니다. 도대체 어떤 프리젠테이션을 받았길래 투자자들이 그런 거금을 이 젊은이에게 선뜻 내놓았을까요?

이 젊은이의 야망은 신용카드와 돈을 스마트폰으로 대체할 전자 지갑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아, 그건 세상에 날고 긴다는 기업들도 고전하고 있는 바로 그 뜨거운 감자 아닙니까. 이 친구의 답은 ‘간편한 결제’. 다른 부가 장치 없이, 앱을 내려받기만 하면, 서로 돈을 주고 받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얘기는 없지만, 한가지 알려진 특징은, 초가청음 소리를 이용해 서로 통신을 한다고 합니다. 이 기술을 ‘에어로링크(Aerolink)’라는 브랜드로 표현하는 모양입니다. 관련해서 특허 출원도 한 상태인 것 같습니다.

아, 유사한 솔루션이 떠오르는군요. 숍킥(Shopkick). 매장에 초가청음 음파 송신기를 놓고, 스마트폰 앱으로 통신하는 그 솔루션과 비슷합니다. 숍킥이 처음 등장했을 때에도 투자자들과 마케터들의 주목을 많이 받았었습니다. 상황이 그때랑 데자뷔처럼 겹쳐지네요. 왜 사람들은 이 초음파 통신에 관심을 두는 걸까요? 무엇보다 거대한 인프라 투자 없이 구현될 수 있는 솔루션이기 때문일 겁니다. NFC가 고전하고 있는 이유죠. 모든 매장과 모든 고객이 NFC 기반 인프라를 갖춰져야 가능한 솔루션보다는 이미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의 스피커+마이크를 사용하면 되는 솔루션이 경쟁력이 있겠죠.

게다가 서로 가까이 붙이거나 부딪히지[bump]않아도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통신이 가능한 장점도 있을 겁니다. 말하자면 애플의 아이비콘과 비슷한 솔루션입니다. 사실 음파로 통신한다는 사실만으론 장래성을 논할 수 없습니다. 아이비콘 등이 채용하고 있는 블루투스 저전력(BLE) 프로토콜이 스마트폰에 기본으로 탑재되고 있는 상황에서, 음파가 블루투스 신호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말할 순 없을 겁니다.

그런 기술적 솔루션보다는, ‘쉬운 거래’의 시나리오를 어떻게 잘 그려낸 서비스 모델을 만들어 내느냐가 관건일 겁니다. 최근 클링클이 공개한 홍보 영상을 보면 어렴풋이 그 방향성을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Clinkle

앱을 열면 카드와 현금이 있는 지갑이 보입니다. (스캇 포스톨이 좋아할 디자인이군요!) 결제할 계산서가 뜨면, 상대에게 밀어 올리는 동작만으로 송금이 됩니다. 테크크런치의 기사를 보면, 연결된 은행 계정에서 송∙출금할 수 있는 ‘클링클 캐시’를 매개 화폐로 거래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홍보 영상에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서비스나 물건 같은 가치를 나누는 모습을 더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설명을 하고 있죠.

당신이 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우리는 우리 모두 함께할 것이라 믿습니다.
삶에서, 우리는 우리가 만든 것을 나누고, 도움을 받기 위해 돕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더 많은 사람에게 도달할 수 있다면, 작은 일이 아닐 겁니다.
그것은 혁명이 될 겁니다.

What you do matters.
We believe we’re all in this together.
In life, we share what we make, we help to be helped,
and if we could reach out even more, that wouldn’t be a small thing.
That would be a revolution.

또 다른 표현을 볼까요. 이번엔 홍보 영상을 설명하는 글입니다.

우리는 인간적 연결(human connection)이 모든 거래에 존재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돈은 단지 구매력이 아니라, 고마움의 표시-사람들을 연결하는 매개-입니다. 우리는 결국 모든 거래가 돈보다 더 가치 있는 무언가를 교환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이 경험에 놀라움과 즐거움을 주고 싶습니다.

We believe that human connection should be present in every transaction. Money isn’t just buying power, it’s a sign of appreciation — an intermediary that connects people. We want to bring surprise and joy into the experience because we believe that every transaction should, in the end, exchange something more valuable than money.

정확히 그 네트워크가 어떤 형태를 의미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돈의 거래가 사회망으로 확장되는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홍보 영상의 뉘앙스를 보면, 이 솔루션은 개인 간의 소액 거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스퀘어가 매장 중심의 솔루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과는 약간 온도 차가 느껴집니다. 테크크런치의 설명을 보면 셋업할 때 클링클 앱을 설치한 다른 친구들을 등록하게 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그런 기반의 거래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스탠포드 대학에서 테스트하고 있고, 다른 대학으로 확대를 모색하고 있는 점도 그런 타겟의 얼리 어답터 층을 먼저 공략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좌우간, 물론 과장이 허용되는 홍보 문구이긴 하지만, ‘혁명’으로까지 표현을 하는 자신감이 어디에서 나오는 지 정말 궁금합니다.

개인 간의 거래라면, 스마트폰끼리 음파 통신을 하며 거래를 하는 행위만으로 ‘혁명’을 운운하진 못할 겁니다. 대면이 아닌 사이버가 더 일반화된 세상이 되었으니까요. 페이팔이 이미 그런 개인 간 거래로 성공을 했고, 구글 월릿이나 스퀘어 캐시도 이메일 송금 솔루션을 내놓고 있죠. 그리고 개인 간 거래의 대부분은 중소 상인과 소비자 사이에서 일어납니다. 개인-개인은 물론, 개인-매장의 솔루션, POS와의 연동도 생각해야겠죠. 결국, 페이팔과 스퀘어의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대됩니다. 그나저나, 대학 재학 중에 회사를 세우고, 학교의 전폭적인 지지-총장이 고문을 맡고, 교수가 개인적으로 투자까지 하고, 학교 내에서 테스트를!-를 받고, 학교 학생들이 디자인도 하고 개발도 하고, 테크크런치 같은 미디어가 주목을 해주고, 그걸 보러 와주는 투자자들이 넘쳐나는, 스탠포드 생태계가 정말 부럽기 그지없네요.

글 : 게몽
출처 : http://goo.gl/lyX9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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