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뉴스를 통해 스마트폰 제조업체 팬택의 박병엽 부회장이 회사를 떠난다는 소식을 접했다. 박 부회장은 무선전화기를 판매하는 맥슨전자의 영업사원으로 출발해 CEO까지 오른 자수성가형 사업가다. 1991년 전세보증금으로 무선호출기회사인 ‘팬택’을 창업했고 큐리텔, 스카이 등을 인수하며 연매출 3조원대의 회사로 키우기도 했다. 그러다 2007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고, 그 와중에 20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하며 조기졸업에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또 다시 생존을 걱정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 박 부회장은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어디 팬택뿐이랴. 노키아는 1998년부터 2011년까지 10년 넘게 휴대폰 판매 글로벌 1위 기업이었다. 하지만 알다시피 휴대폰시장의 재편으로 최근 2년간 대규모 적자를 보며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혹자는 노키아가 스마트폰시장을 미리 예측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실패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그 말은 사실이 아니다. 노키아는 이미 1996년 ‘노키아9000’이라는 스마트폰을 출시했고, 2006년에는 3900만대를 판매하며 49%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노키아의 스마트폰에서는 모바일 웹 페이지도, 아이폰처럼 앱스토어도 없었다. 사실상 디바이스만 열심히 판 것이다. 그러다 앱스토어를 중심으로 한 스마트 생태계와 편리한 UI를 핵심 역량으로 무장한 아이폰이 나오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 대응할 핵심역량이 없었던 것이다.
블랙베리는 업무용에 적합하게 설계돼 2010년에는 20%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할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얼마되지 않아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의 기능향상과 앱스토어를 통한 다양한 업무 소프트웨어가 블랙베리의 역할을 모두 가져가 버렸다. 굳이 블랙베리를 써야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결국 블랙베리도 2013년 2분기 점유율 2.8%를 기록하며 마이너 사업자로 전락하고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팬택에게, 노키아에게, 블랙베리에게 왜 시장을 제대로 보고 적합한 핵심역량을 키워서 대응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볼 수는 있을 것이다. 이론적으로 보면 아무리 시장상황이 변해도 그에 적절한 핵심역량을 길러 이겨내면 된다. 하지만 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보기가 쉽지 않다. 변화를 감지했더라도 자신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 또 대응방법을 찾았다 하더라도 내가 그렇게 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그 역량을 지금부터 핵심역량으로 키울 수도 있고, 외부에서 사 올 수도 있다. 스스로 키우면 시간이 걸리고, 외부에서 가져오면 기존 내부 질서와 조합하기 어렵다. 생각할거리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고민이 휴대폰 디바이스업체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 자신에 대입해보자. 나는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가. 나를 둘러싼 세상의 변화를 제대로 보고 있는가. 변화를 어떻게 감지하고 있는가. 신문이나 뉴스를 들으며 파악하는가. 좀 더 적극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변화의 축을 인지했을 때 대응방법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가. 생각만이 아니라 실행하고 있는가. 이러한 실행은 자신의 경쟁력을 높여줄 것인가. 나는 아이폰이 될 것인가, 노키아가 될 것인가, 블랙베리가 될 것인가. 이 정도면 삼성전자에 대한 사례는 직접 찾아보시리라 믿는다.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 : 조성주
출처 : http://goo.gl/i83a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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