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펀치의 히든카드, 신비주의로 무장한 미모의 오피스 레이디 신림동 캐리가 매주 진행하는 스타트업 인터뷰입니다. 유머가 가미된 통통 튀는 이야기들로 스타트업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는 물론 웃음까지 함께 전해 드립니다.
디자이너 부인과 개발자 남편이 사는 건 어떤 모습일까요? 이 부부가 사는 법을 보기 위해 저는 추석 전날인 9월 17일 송도에 찾아갔습니다.
오랜 재택근무로 날짜와 요일 감각을 잃으신 송은주 님은 추석 전날 서울에 차를 끌고 나오셨다 저를 픽업하셨습니다. 서울시 관악구로부터 송도까지 2시간 40분 소요라는 업적을 남기셨죠. 심지어 금천구의 한 골목길에서는 앞차가 횡단보도에 멀쩡히 지나가던 사람을 쳐서 쌍욕이 오고 가기도 했습니다.
신림동 캐리: 송도에 도착하면 저녁 7시는 될 것 같은데 저 인터뷰하고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요?
송은주: 자고 가세요.
신림동 캐리: 처음 보는 분 댁에서 어떻게 자요!
송은주: 벌써 손님방에 이불도 깔아놨어요.
그렇게 저는 1박 2일간 송은주, 이성우 님 댁에서 먹고 자며 디자이너와 개발자 부부의 일상을 밀착 취재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추석 연휴에 그 집에 머무르며 송도 센트럴파크에서 보트를 타기까지 했습니다.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송은주, 이성우: 안녕하세요.
루미: 안녕하세요.
참고로 루미는 송은주, 이성우 님의 딸입니다. 제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자 장래가 촉망되는 인재라며 ‘좋아요’ 70개를 받은 미소녀이기도 하죠.
신림동 캐리: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한다.
이성우: ETER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현재는 넥스트플로어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이성우다.
송은주: TARI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현재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고 있는 송은주다.
두 분의 자세한 이력은 홈페이지를 참고해주세요!
신림동 캐리: 송은주 님은 이전에 크게 활동이 없으시다 DJMAX로 갑자기 확 뜨게 되셨다.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는지?
송은주: 펜타비전에서 외주로 BG를 몇 개 하다가 당시 남자친구였던 ETER와 펜타비전 사무실에 놀러 갔다. 근데 갑자기 회의실 문을 잠그시더니 서류를 들이밀며 입사 안 하면 안 내보내 준다는 거다. 그래서 세트로 펜타비전에 들어가게 됐다.
신림동 캐리: 뭐지?
스타트업의 구인이 어려움을 단번에 보여주는 예시라 하겠습니다. 전국의 스타트업 사장님들은 따라 하지 마세요.
신림동 캐리: 근데 DJMAX 시리즈에 그림을 그리시는 것도 모자라 보컬까지 하셨다?
송은주: 보컬을 구하면 돈을 따로 줘야 하는데 날 시키면 직원이라 공짜니까?
신림동 캐리: 레알?
송은주: 뻥이다.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 내가 한다고 했다. 처음에는 부끄러워서 가명도 썼었는데 나중에는 뻔뻔해져서 막 주변에 자랑했다. 아, 참고로 ETER는 DJMAX 디렉터였는데 아무도 모르고 있다. 본인은 꽤 슬퍼하는 눈치니 이 인터뷰를 통해 알려달라.
신림동 캐리: 알려질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쓰겠다.
신림동 캐리: 작품마다 다양한 BGA를 선보이시는 게 송은주 님의 매력이다. 일부러 변화를 적극적으로 추구하셨는지?
송은주: 그때 그때 받은 곡에 따라 손이 이미 그리고 있다. DJMAX를 작업할 당시에는 기간도 1주일에서 길면 2주일로 촉박한 편이어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그려 재꼈다. 40곡 정도 작업했는데 비슷비슷하게 그리면 그리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지겨우니까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질릴만하면 끝내고 다른 거 하고 그랬다.
신림동 캐리: 일러스트에 대한 영감을 받는 곳은?
송은주: 영화나 책이나 게임이나 여행이나 공연이나라고 말하고 싶지만 개뿔이고, 닥치면 나온다. 발등에 불 떨어지면 뭐든 나오게 되는 것이다.
신림동 캐리: 맞아. 마감만큼 무서운 게 없다.
송은주: 마감이 제일 무서워요!
신림동 캐리: 일러스트 그릴 때는 주로 어떤 도구를 쓰시나?
송은주: 러프는 놀이터에 루미를 풀어놓고 수첩에 샤프로 끼적거린다. 제대로 그릴 때는 포토샵7을 주로 쓴다.
신림동 캐리: 구석에서 루미를 보고 계시는 이성우 님을 소환하겠다. 난 이 소프트웨어와 도구 없이는 살 수 없다?
이성우: 드디어 내 타임인가. 요즘이라면 cosmigo사의 프로모션(promotion)이라는 소프트웨어다. 만들고 있는 게임이 도트 게임이다 보니 이 도트툴 없이는 일할 수가 없다. 옛날부터 꾸준히 도트를 찍었고 도트 게임도 여럿 만들었다. 지금까지 자작툴 → 디럭스페인트2 → 프로모션으로 이어지는데, 예전에는 마우스로 찍었지만 요즘은 타블렛을 쓴다. 그림 그리는 도구의 발전이랄까?
신림동 캐리: 예전부터 블로그를 통해 TARI 님을 알고 있었다. 근데 그때는 부부가 두 분 다 집에만 계시고 가끔 서울 코믹전을 통해 동인지를 팔고 그러시길래 그게 생업이신가 했다?
송은주: 무슨 농사 지어 시골 장터에 내다 파는 것도 아니고 서울 코믹으로 어떻게 먹고 사냐!
신림동 캐리: 동인지와 동인게임을 취미로 많이 제작하시던데, 동인과 회사 작업의 차이는 뭔가?
송은주: 간단하게 동인물은 내 돈을 써서 만들고 회사는 만들면 돈을 준다는 것이다.
신림동 캐리: 아주 큰 차이군.
송은주: 어마어마하지.
신림동 캐리: 근데 두 분 다 재택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일하지 않을 때는 집에서 뭐하나?
송은주: 루미랑 논다.
이성우: 영화를 본다든가 게임을 한다든가 책을 읽는다든가 프라모델 조립을 한다든가 루미랑 논다.
그때 루미가 달려왔습니다. 이런 딸이라면 매일 같이 놀고 싶군요.
신림동 캐리: 나도 요즘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데 가끔 일하기 싫어서 빈둥대다가 ‘이러면 안 돼!’하고 스스로 셀프 싸대기를 칠 때가 있다. 집에서 일에 집중하는 노하우를 알려달라!
송은주: 일단 닥치면 다 하게 되어 있다.
신림동 캐리: 그거론 약하다!
이성우: 딱히 없다. 그냥 하는 거지. 다른 것에 신경 끄고 그냥 한두 시간 달리고, 30분에서 1시간 쉬고를 반복한다.
송은주: 난 괴혼 OST를 튼다.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무아지경으로 작업하게 되는 효과가 있더라.
신림동 캐리: 게임업계에서 만난 부부답게 집에 오덕한 물건이 많다. ‘내 인생의 게임’이라 부를만한 것이 있다면?
송은주: 괴혼, 젤다, 와우! 지문이 닳도록 열심히 했던 게임들이다. 루미를 가졌을 때 태교로 매일 와우를 했다.
신림동 캐리: 루미야, 지못미.
송은주: 영붉은나비, 툼레이더, 맥기앨리스도 좋아하는데 이건 무서워서 내가 직접은 못하고 동생이나 남편을 시켜 엔딩 보게 했다. 특히 영붉은나비는 엔딩을 12번 이상 플레이하게 만들었다. 남편아 지못미!
이성우: 지나갔으니 하는 말이지만 그땐 정말 힘들었다. 난 아직까지는 DJMAX가 인생의 게임인 것 같다. 디렉터로서 다양한 작업을 많이 해보았고 유저의 관심도 많이 받았으니까. 만들 때 매번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즐겁게 만들었다.
신림동 캐리: 부부가 같은 업계에 있어서 이런 건 진짜 좋다 하는 거 있나?
송은주: 아무래도 같이 게임 만드는 거! 우린 은퇴해도 취미로 같이 게임 만들자고 약속했다.
이성우: 일단 취미에 대해 서로 존중해주는 게 좋다. 이게 안 맞아서 서로 힘든 부부도 많거든. 서로의 일에 대해서 난이도를 알기 때문에 알아서 배려해주는 부분도 빼놓을 수 없겠지.
신림동 캐리: 맞아. 난 게임 안 하니까 구남친이 LOL 하는 게 싫었거든. 물론 걔가 자기 일을 미뤄두고 너무 많은 시간을 게임에 쏟기도 했지만 말이다. 자존심이 강해 자기가 잘못하고도 ‘헤어지면 되잖아!’하고 큰소리 땅땅 치는 놈이었는데, LOL 하다가 항복하자는 같은 편 놈에게는 ‘우리 더 잘할 수 있잖아요. 왜 그런 말 해요.’라며 애절하게 빌고 있더라.
송은주: 그런 놈은 발로 확!
신림동 캐리: 나의 연애 흑역사는 미뤄두고, 반대로 같은 업계에 함께여서 이런 건 불편하고 싫다 하는 건?
송은주: 놀고 있으면 옆에서 일하라고 채찍질한다.
신림동 캐리: 그건 좀 당하는 게 미래를 위해 좋을 것 같다.
이성우: 서로의 일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서로 까기도 한다. 그날은 서먹서먹하다.
신림동 캐리: 왜 서먹한가?
이성우: 진심으로 상처 받으니까! 아내한테 일로 까이고 싶지 않아!
송은주, 이성우 님의 인터뷰는 ‘단언컨대 이 부부는 가장 생산적인 조합, 송은주+이성우 1’로 이어집니다.
글 : 신림동 캐리(로켓펀치)
출처 : http://goo.gl/i4Iy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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