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내세우면서 그 주역인 벤처 경영자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보기술(IT)이 만들어내는 비즈니스를 소개해온 사람으로서 이러한 변화는 우선 반갑다. 그러나 마음 한 곳에는 불안한 구석도 있다. 투자열기가 식을 때 벌어지는 끔찍한 상황을 잘 알기 때문이다.
신문과 방송에서 쏟아내는 뉴스는 장밋빛 일색이다. 그러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독자들의 호기심을 끌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기술 창업가들의 노력이 우리나라 경제에 가져다줄 변화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벤처기업들은 어떤 환경에서 싹을 틔우고 고속으로 성장할까. 또 성공한 기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 경험을 도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 ‘벤처스퀘어’에 풀어놓으려고 한다.
행복한 CEO “이콥월드” 김이숙 대표
우리나라 모험기업 종사자들의 특징, 유전인자 DNA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소개하는 연재를 구상하면서 제일 먼저 떠올린 경영자가 있다. 바로 이콥월드(http://www.ecorpworld.com) 김이숙 대표다.
그는 먼저 창업 기업가로서 자신을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그 이유도 간단명료했다. “자신이 투자하거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회사(이코퍼레이션.JP, 트라이씨클, 이콥월드)들이 모두 그들에게 주어진 사명을 잘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그가 창업 경영자로 살면서 깨달은 독특한 철학을 소개하는 대목이다. 그는 “비즈니스라고 생각해서 사람을 만나면 비즈니스가 안 일어난다는 것”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콥월드 운영방식에 대해 질문해도 똑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그 표현방식만 조금 바뀌었을 뿐이다. 김이숙 대표에게 남다른 것은 실행능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는 ‘회원제 비즈니스 클럽’이라는 새로운 사업을 선보였고, 남보란 듯이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외국 컴퓨터회사(IBM)에서 영업을 담당했다. 그가 독립해 처음 시작한 사업은 e비즈니스에 대해 교육하고 기업의 신규 사업에 대해 컨설팅하는 일이었다. “지식을 담는 그릇인 컴퓨터를 팔다가 어느 순간 직접 지식을 생산해서 보급하겠다고 결심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LG창투와 삼일회계법인에서 잇달아 투자를 유치했고 그 돈으로 다양한 인터넷 비즈니스에 투자하고 창업보육 사업에도 손을 댔다.
이러한 경험이 두 번째 창업으로 이어졌다. 그가 새로운 사업을 구상한 것도 그 아이디어는 간단했다.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비즈니스 모임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동호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인맥을 넓히기 위해 골프를 치거나 독서모임을 찾는 정도다.
김이숙 사장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아내 연구, 토론하는 모임을 운영하면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았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실천하는 것이 그의 장점이다. 비즈니스 교류를 위한 회사로 이콥월드를 설립한 것은 2007년이다. 이는 그가 독립한 지 8년째가 되던 해였다.
이콥월드 모임에는 나도 몇 번 참석했기 때문에 행사의 성격과 분위기를 잘 이해하는 편이다. 회원들은 세상의 사람들을 이미 창업했거나 앞으로 창업할 사람, 두 종류로 나눈다. 또 회원들의 특징으로 비즈니스 세상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밝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회원들이 모이면 새롭게 벌일 사업의 품목과 자신이 경영하고 있는 회사의 현안을 놓고 의견을 주고받는다. 회원들 간 솔직한 의견교환은 신뢰의 또 다른 표현이다. 이콥월드는 한마디로 창업 경영자들의 ‘사랑방’이라고 할 수 있다.
김이숙 대표는 “올해 말까지 2개 사업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로 ‘프리티켓’과 ‘카이로스아트반’이다. 프리티켓은 예술 공연에서 골칫거리였던 빈 좌석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찾는 사업이고, 카이로스아트반은 경치 좋은 곳에 위치한 대지를 확보해 놓고 예술작품을 전시 및 공연도 하는 복합 문화공간을 짓는 사업이다. 김 대표는 “최근 몇 년 동안 문화, 예술계 인사들과 교류하면서 경영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갖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예비)창업자들에게 “우선 큰 꿈을 가지라”고 충고한다. 어려운 상황에 부딪혔을 때 이를 견디는 힘이 바로 그 꿈에서 나온다는 설명이다. 이어 ‘희생과 봉사 정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이콥월드 회원들이 가장 열심히 참석하는 모임도 봉사활동이라고 덧붙였다.
“비즈니스를 만드는 과정이 무엇보다도 즐겁다”고 말하는 김이숙 대표는 ‘행복한 CEO’로 보였다. 그 행복이 새로운 도전 길에도 늘 함께 하기를 바란다.
글 : 서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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