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살면서 편리하다고 느끼는 것들이 참 많다. 그 중 한국에 가면 가장 아쉬워할 것이 두 가지 있다면, 하나는 공인인증서나 액티브X 설치 없이도 쓸 수 있는 온라인 뱅킹이고, 또 하나는 아마존이 제공하는 쾌적한 온라인 쇼핑 경험이다.
하지만 불편한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만화 ‘딩스뚱스’에 보면 의사와 약속을 잡기가 어려워 약속 기다리다가 병이 다 나아버린다는 등 몇 가지 황당한 예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정말 미국에서는 한국에서 보기 힘든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문제가 생기면, 내가 직접 해결해야 하고, 내가 시간을 써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불편을 해소한다면 사업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최근 겪은 일화 두 가지를 소개할까 한다.
1. 컴캐스트(Comcast)
컴캐스트는 필라델피아에 본사를 둔, 시가 총액이 130조원이고 매출은 69조원에 달하는, 매출 규모 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미디어 회사이다. 2011년에서 2013년에 걸쳐 NBC 유니버설이라는 거대한 미디어 회사를 100% 지분 인수해서 소유하고 있기도 하다.
캘리포니아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세 가지 옵션이 있다. 하나는 케이블 망을 이용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전화선을 이용하는 것이며, 또 한가지 옵션은 광케이블이다. 케이블 망은 컴캐스트가 독점하다시피하고 있고, 전화선을 이용한 DSL은 AT&T가 제공하고 있다. 광케이블은 AT&T에서는 U-Verse라는 브랜드로, 버라이즌(Verizon)에서는 FiOS라는 브랜드로 서비스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광케이블이 깔리지 않은 곳이 많아 전에 살던 집도 그렇고 지금 사는 곳도 그렇고 광케이블 서비스는 이용할 수가 없다. 결국 옵션은 컴케스트 케이블 아니면 AT&T DSL인데, 2013년을 살면서 6mbps 정도밖에 안나오는 느린 DSL은 도저히 쓸 수가 없어 25mps정도 되는 컴캐스트 인터넷을 월 60달러씩 내며 쓰고 있다.
최근에 집을 하나 샀다. 거기에도 컴캐스트 망을 설치하려고 알아보니 컴캐스트 서비스가 되는 곳이라고 하기에 바로 신청했다. 기사가 와서 설치하는 옵션은 수십달러를 추가로 내야 한다고 하기에 직접 설치하겠다고 했더니 케이블 TV용 기기가 왔다. 매뉴얼을 꼼꼼히 읽고 그대로 따라서 전원을 꼽고 케이블을 연결했으나 신호가 안잡혔다. 껐다 켜기를 몇 번 반복하고, 인터넷 뒤져서 알아보고, ‘내 힘으로 꼭 해결하리라’는 생각으로 몇 시간을 보냈는데 결국 해결을 못했다. 서비스 센터에 전화해보니 누군가와 통화하는데 10분, 그리고 리셋해보라는 말을 듣기까지 20분.. 시간을 한참 낭비했다.
결국, 기사(technician)를 불렀다. 이틀 후에 도착한 그는, 집에 들어와서 이것 저것 조사해보고 신호를 측정하더니 한 마디 했다.
“집에 설치되어있는 케이블이 컴캐스트용이 아니네요. Dish나 DirecTV같은 위성 TV용 케이블이에요. 일단 컴캐스트용 케이블로 바꾸고 나서 다시 시도해보세요.”
컴캐스트가 지원이 안된다면 진작 이야기를 했었어야 할 것 아닌가. 그동안 낭비했던 시간, 특히 기술 지원을 받겠다고 전화 붙잡고 기다렸던 시간이 정말 아까웠다. 그동안 낭비한 시간으로도 충분하니 앞으로 컴캐스트와는 상종하지 말자는 생각 뿐이었다. 그 길로 컴캐스트에 전화해서 해제하고 Dish에 전화해서 서비스를 신청했다. 가격도 더 저렴했고, 훨씬 친절하고 일처리가 빨랐다. 기사가 와서 무료로 설치해주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었고, 웹사이트도 훨씬 편리하게 잘 만들어져 있었다.
며칠 뒤, 컴캐스트에서 받았던 케이블 TV 셋탑박스를 반납하도록 빈 상자가 하나 도착했다. ’드디어 컴캐스트와 마지막 거래를 하는구나’ 싶었는데 또 한 번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빈 상자가 너무 작아 셋탑박스를 넣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한테 애초에 보냈던 모델이 뭔지도 몰랐나보다.
다행히 크기가 맞는 빈 상자가 하나 있어 거기에 넣어서 반납했다. ‘보내준 상자를 이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기 반납을 거절하지 않기를 바라며.
일주일 뒤, 컴캐스트에서 전화가 왔다. 컴캐스트 서비스를 정지했지만 기기가 도착하지 않았다며, 기기를 빨리 반납하지 않으면 수백달러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컴캐스트에 전화해서 항의했다. 분명히 기기를 반납했는데 무슨 이야기냐. 그랬더니 운송장 번호를 달라고 한다. 운송장 번호는 따로 기록해두지 않아 모르겠다고 하며 왜 그걸 확인을 못하냐고 물었더니, 기기 반납을 처리하는 부서는 따로 있고 서로 연결이 안되어 있다고 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시스템끼리 서로 정보 교환이 안되고 있다니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한국에서는 인터넷과 TV 설치하려면 전화 한 통이면 간단하게 되고,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쉽게 해결이 되는데, 컴캐스트는 왜 이렇게 고객의 시간을 낭비하게 하는걸까.
이런 경험을 한 건 나 뿐만이 아니었다. ‘Rate It All‘이라는 웹사이트에서는 사람들이 브랜드를 평가하고 별점을 다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별 한개를 달고 끝없이 불평을 하고 있었으며, 505개의 리뷰 평균은 5점 만점 중 겨우 1.64점에 불과했다 (참고로, 구글의 평점은 4.51점이다.)
For a total of 10 months I tried to get Comcast techs to come to my house and look at my incoming lines. All but one tech flat out refused to go outside the house. The one that did go outside told me my neighborhoods overhead lines needed to be repaired and they’d put a call in. Nothing was ever fixed. (10개월동안 컴캐스트 기사더러 와서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했는데 제대로 보지도 않고 거절하거나, 이웃집이 문제라고만 했죠. 결국 해결이 안됐어요.)
I had received a TV for Christmas from my in-laws. I was on my way out the door to buy a TV with a better picture the day a directv rep came to my house. We decided to make the switch. Two days later they did the hookups. Turns out my TV is a fairly nice TV it just had a crappy signal from Comcast. (크리스마스 선물로 TV를 받았는데, 화질이 안좋길래 다른 TV를 사려고 하려는 차에 DirecTV에서 왔어요. 이 참에 서비스를 바꿔보기로 했죠. 이틀만에 설치가 끝났어요. 제가 가졌던 TV는 알고 보니 문제가 없었더군요. 컴캐스트 서비스가 문제였죠.)
In one situation my bill went from $100 directly to $180. After having battled many times with Comcast over the phone, I finally started shutting down services to get my bill down to a manageable level. Since I bought a house, I was able to dump Comcast as my internet service provider and switch to Verizon FIOS. I haven’t looked back since. (어느날 갑자기 가격을 100달러에서 180달러로 올렸어요. 전화해서 얼마나 항의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서비스들을 해제해야 했죠. 집을 사고 나서는 컴캐스트를 중지하고 버라이즌 FiOS로 바꿨습니다. 다시는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서비스 품질이 이렇게 안좋은데 왜 회사가 망하기는 커녕 왜 해마다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독점에 있다.
Where I currently live, they are the ONLY TV service available They have made it difficult for other cable companies to be additional options.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TV를 보려면 컴캐스트가 유일한 옵션이에요. 그들이 다른 케이블 회사들은 아예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있죠.)
미국 전역에서, 사람들에게는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 광케이블은 연결이 안되어 있고, 케이블 인터넷 사업자는 타임 워너(Time Warner)와 컴캐스트(Comcast) 둘 뿐이며, 두 회사가 각각 다른 지역에서 영업을 하고 있어, 지역별로는 독점이 될 수밖에 없다. 2013년 8월 23일자 Los Angeles Times 기사 중 일부이다.
“Cable has won; it’s a monopoly now,” she told me last week. “People are just waking up to that fact.” More than 80% of new subscribers to high-speed Internet service are going with their local cable providers. It’s not because they think those providers are just grand; it’s because in most of the country there’s no choice. Local cable service is a monopoly almost everywhere; fiber companies such as Verizon and AT&T, which have the technology to bring you higher speeds, won’t spend the money to compete. (케이블쪽이 이겼어요. 이제 독점이죠. 고속 인터넷 서비스 이용자 중 80%가 케이블 회사를 쓰고 있어요. 그들이 잘 해서가 아니에요. 미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선택권이 없기 때문이죠. 버라이즌이나 AT&T같은 광케이블 회사들은 이미 경쟁을 포기했어요.)
미국에서 부유한 지역인 실리콘밸리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광케이블을 쓸 수 없으며, 앞으로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울며 겨자먹기로 한 달에 60달러나 내면서도 서비스가 안좋은 케이블 인터넷을 쓸 수밖에 없다. 서비스 업그레이드 하나 하는데 30분의 통화가 필요한 그런 회사랑 거래하면서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격만 비싸고 품질은 안좋은 케이블을 끊는다(cut the cable)며 점차 넷플릭스와 훌루, 그리고 아이튠스를 통해 TV를 시청하기 시작했지만, 그러한 서비스들을 이용하려면 결국 인터넷 망이 필요하고, 컴캐스트와 타임워너 두 케이블 회사가 인터넷 망을 독점하고 있다면, 사람들이 케이블 TV를 끊는 만큼 인터넷 접속 요금을 올리면 그만이기 때문에 이 두 회사는 무서울 것이 없다.
상황이 이러니, 구글이 초고속 인터넷을 가능하게 하겠다며 구글 파이버(Google Fiber)를 미국 곳곳에 설치하기 시작한 것이다. 컴캐스트가 자극을 받아 서비스 품질을 크게 개선하든지, 다른 사업자들이 잘 성장해 독점적 지위를 빼앗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2. 시어즈(Sears)
MBA 수업에서 시어즈(Sears) 백화점을 다룬 적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J.C. Penny로 대변되는 저가형 백화점과 Nordstrom으로 대변되는 고급 백화점 사이에 끼어서 포지셔닝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 때는 시어즈가 뭔지도 몰랐기에 그냥 그런 백화점이 있나보다 했다.
시어즈는 1893년에 세워진 역사가 긴 백화점이다. 1950~1960년대에 큰 성장을 했고, 그 눈부신 성장을 상징하는 108층의 시어즈 타워(Sears Tower)는 1973년에 시카고에 세워져 1998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라는 자리를 차지했다(2009년에 윌리스 타워(Willis Tower)로 이름이 바뀌었다).
최근 시어즈를 통해 세탁기를 하나 구매하면서 절실히 깨달았다. 왜 그 회사가 애매한 위치를 차지할 수밖에 없는지를. 새 집에 넣을 세탁기와 건조기를 찾으려고 알아보던 중, 시어즈가 저렴하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시어즈 아웃렛(Sears Outlet)을 이용하면 더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었다. 12일 후에 배송해달라고 하고 신용카드로 배송비 120달러와 함께 결제했다.
12일이 지났다. 세탁기는 제 때 도착했다. 하지만 건조기는 배송이 지연되었다고 했다. 아침 8시에 전화가 와서 배송이 지연되었으니 시어즈로 전화 달라는 자동 응답 메시지를 들었다. 전화를 안했더니 10분 후에 또 전화가 왔다. 귀찮아서 배송 담당 부서에 전화했더니 미안하다며 곧 배송해주겠다고 했다.
며칠이 지났다. 건조기가 빨리 필요했는데 도착하지를 않았다. 오전 8시에 배송이 지연되었다는 전화만 또 왔다. 지난번에 이미 통화했고, 배송해주겠다고 연락이 왔는데 왜 또 귀찮게 하나 싶었는데, 다시 전화해보니 자기는 모르고 해당 아웃렛 스토어와 통화를 하란다. 거기 전화했더니, 이번에는 건조기 재고가 더 이상 없단다. 미안하다며, 환불해주겠다고. 근데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세탁기를 배송할 때 두 개의 배송료를 이미 다 차감했다는 것이다. 60달러만 돌려주기 쉽지 않게 되었다며 알아보겠다고 했다.
알았다고 하고 기다렸다. 또 며칠이 지났다. 그 와중에 세탁기에 문제가 생겼다. 처음 설치해서 테스트했을 때는 잘 되더니, 다시 해보니까 이상한 소리가 나고 돌아가질 않는 것이다. 그래서 시어즈에 다시 전화했다. 미안하다며 기사를 보내주겠단다. 급하다고 언제 되냐고 했더니 12일 후에 가능하다고 했다. 새 제품이 작동이 안되는데 12일을 기다리라고? 그냥 교환해주든지 반품하고 환불해달라고 했더니 그건 자기는 못하고 다른 데다 전화해서 다시 설명하란다. 시어즈에 전화해서 설명을 다시 했다. 그리고 며칠 후에 교환이 되었다.
환불해주겠다던 건조기 가격과 배송료 60달러는 환불이 되지 않고 있었다. 시어즈에 다시 전화했다. 일단 배송료는 환불을 해주었다. 그리고 2주가 지난 지금, 건조기는 아직도 환불이 되지 않았다. 그 후로 두 번을 더 연락했는데, 처리하겠다고만 하고 소식이 없다. 이러다 시어즈가 망해버리면 어쩌나 걱정이다.
시어즈가 위기라는 기사는 2008년부터 신문에 실렸었다. 지난 10월 29일에는 뉴욕 타임즈에 For Once-Mighty Sears, Pictures of Decay(한 때 잘나가던 시어즈, 쇠락하는 모습)이라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They are a zombie retailer,” said Mr. Sozzi, who has a sell recommendation on Sears stock. “And with today’s announcement, they are dismembering their body.” (시어즈 주식을 매각하라고 조언하는 한 애널리스트가 말했다. “시어즈는 좀비 소매점이죠. 이제 몸통을 하나씩 해체하고 있어요)
가진 자산과 브랜드가 워낙 많다보니 해체되는데 시간이 걸리는 모양이다. 1년만에 턴어라운드(turnaround)에 성공해 주가가 무려 4배나 성장한 베스트 바이(Best Buy)와 달리, 브랜드의 빛을 잃고 소비자 신뢰도 잃은 시어즈(Sears)는 이제 회생이 어려워 보인다.
그리고 이들이 낡은 시스템으로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힘겨워하는만큼, 아마존의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은 더 빛이 난다. 얼마 전에는 ‘즉시 환불’ 제도를 시작했다. 아마존 사용자 경험을 설명한 지난번 글에서도 설명했듯이, 환불을 원하면 묻지도 않고 받아주고 있었는데, 전에는 반송이 확인된 후에 환불해줬으나 이제는 반송을 하기도 전에 환불부터 해준다. 2010년에 아마존에 대해 소개하며 주가가 크게 올라 150달러가 되었다고 소개했고, 2011년에는 200달러가 되었다고 소개했었는데, 지금은 주가가 370달러이다.
허리띠를 졸라 메고 소비자에게 이익을 최대한 돌려주려고 노력하는 회사가 결국 승리하는 법이다.
글 : 조성문
출처 : http://goo.gl/6C54eb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