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팅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그림 하나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단순하고, 유명한 그림 중에 하나 일겁니다. 제가 한 사이트의 트랜드 지표 그래프를 보고 떠 올린 그림입니다.
인터넷 통계를 전문으로 하는 9월말 오픈 첫 주에 수십만명의 방문자를 기록했으나, 11월은 주 방문자 수천이하, 페이지뷰는 수백만을 첫주에 넘기고, 11월은 수만 수준에 있는 서비스의 지표 그래프입니다.
한때 급상승 검색어까지 휩쓴 국토부 Vworld 어떻게 됬나?
얼마전, 포털 급상승 검색어를 장식하며 언론에는 “구글어스”를 능가하는 지도란 평가를 받은 Vworld입니다. Vworld는 국토해양부, 곧 정부기관이 만든 지도 서비스입니다. 네이버도 다음도 구글도 있는데 “왜?” 란 이야기를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도 이에 대해 “왜?”라고 똑같이 묻고 싶습니다.
이거 개발하는데 비용도 낮지 않고, 구글, 네이버, T맵등 지도의 사업적 가치가 확인된 요즘 포털이나 전문 업체들은 사활을 걸고 잘 만들어보려는 서비스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서비스 컨셉을 검색 해보면, “국가공간정보”를 검색 한다.입니다.
그런데 사용자의 입장에서, 국가 공간 정보를 검색할 일이 많을까요? 근처 맛집을 검색할 일이 많을까요? 압도적으로 후자일것입니다. 일단 지도 서비스로서 대중성 확보에 실패할 모델이란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그 때문인지, 3D까지 내세운 화려한 UI를 자랑했던 국토해양부의 Vwolrd는 사실상 죽은 서비스에 가깝습니다. 초기에 오픈 후 언론에 얼마나 마켓팅 비용, 아니 기사를 실어달라고 했는지 수백만 사용자 확보에는 성공하며 서버가 뻗는 사태까지 갔습니다. 제가 이때 했던 생각은 ‘전시행정 제대로 하네’ 였습니다. 사용자의 관심을 끄는데는 성공했으나, 서비스의 영속성은 전혀 없어 보이는 서비스였으니까요.
서비스는 관료주의와 외주로 성공이 불가능하다.
멋진 아이디어, 멋진 기술로만 성공하는 회사는 사실 없습니다. 그건 시드일 뿐이고, 제대로된 비즈니스를 만들고 쓸만한 서비스를 만드는 일은 다이아몬드를 깎는일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다이아몬드를 깎아본 경험도 없거니와 깎을 생각도 없습니다. 대부분 정부 프로젝트는 그 중요한 다이아몬드 깎는 사람들이 일정 기간동안의 외주 용역 업체니까요. 잘 깎는다고 해서 그들에게 뭐가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사실 그 프로젝트를 만든 정부 입장에도, “해봤다”가 중요한 것이지 성공했다는 거리가 멀고, 사실 성공해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정부는 사업자가 아니니까요.
중요한 가치는 잊고, 드러나는 사용자 접점에 힘쓴 잘못된 기획
거기다 더 가관은 이 사이트는 Active X라는 기술을 사용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액티브X는 어플리케이션입니다. 개발자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액티브X가 웹서비스에서 담당하는 영역은 사용자의 로컬의 높은 권한을 요구하거나, 웹기술 보다 더 화려한 UI를 구성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이 경우에는 후자가 사용 목적이었던 셈이죠. UI는 사용자의 최접점에 있는 요소입니다. 그리고, 데이터, 곧 개발 식으로 말하면 “모델”, “국가공간정보”를 오픈하겠다는 목적의 프로젝트가 3D UI 개발자 식으로 말하면 “뷰”가 멋져요. 라고 광고질을 한 것입니다. 차세대 전투기를 도입하겠다는 프로젝트에서 전투기의 전투력 대신, 전투기 내부의 실내 인테리어를 강점으로 자랑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소셜이 유행이라면 정부 기관 사이트에 SNS같은 기능이 달라 붙고, 웹툰이 유행이라고 웹툰도 붙히고, 네이버가 멋져보이니까 포털처럼도 구성해보고, 이런 뻘짓을 하는데요. 마치 학부생의 벤처 창업처럼 유치찬란해보이기 까지 합니다. “서비스”의 본질은 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핵심 가치입니다. 유행하는거 덕지덕지 바른다고 잘되는게 아닙니다. 국가공간정보를 오픈하겠다고 하면, 그 정보를 가장 손쉽게 오픈할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저라면, 국가공간정보를 Open API로 만들어 포털에 제공했을 겁니다. 만나야 하는 고객은 그곳에 있으니까요. 사이트 하나 만들어 놓고 고객 보고 찾아오라는 서비스는 상당한 오만불손함이 느껴집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인터넷 서비스가 아닙니다.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은 인터넷 서비스가 아닙니다. 인터넷 서비스는 비즈니스 영역입니다. 국가기관이 전시 행정으로 사용자가 얼마나 들어오는지를 KPI로 잡는 것 자체가 이미 국가기관이 인터넷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시장을 위하여 정부는 서비스에 간섭해서도 안된다.
사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샵메일, 빅데이터 자격증, 청유물 성인인증, 모두 특정 기업을 정부에서 밥그릇 챙겨주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고 있습니다.
정부는 서비스에 간섭해서는 안됩니다. 정부는 네이버나 삼성전자보다 더 거대한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가장 강력한 “권력”이며 그 권력이 인터넷 비즈니스에 손을 대는 것은 “공산국가”에서나 할 만한 짓이고, “시장 교란”이며, 스스로가 공정거래법 위반입니다.
더 이상 정부가 전시행정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만들거나 산업계를 불편하게 하면서 까지 특정 업체를 몰아주는 것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정부가 해야 할일은 보이지 않는 플랫폼, 좋은 플랫폼은 경량화되고 유연해야 한다.
정부는 국가의 플랫폼과 같은 존재입니다. 플랫폼은 절대로 앞으로 나서지 않습니다.
지원한 벤처 기업에 어떤기관이 지원했다고, 딱지를 붙여서 UI를 망쳐 서비스의 질을 떨어 뜨리고, 심지어는 IT행사에 나타나 해외 유명 주요 인사의 연설을 중지 시켜, 자기 자랑을 하는 정치인들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좋은 플랫폼은 플랫폼 위에 돌아가는 서비스들을 기민하게 돌리기 위해 최소화로 경량화 되야하며 유연해야 합니다. 적어도 Active X가 덕지덕지 붙어 IE와 윈도우즈에서만 돌아가는 서비스는 아니란 것이죠.
부디, 안보이는 곳에서 기민하고, 유연하게 일하는 정부가 되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애플이 아이튠즈로 돈을 벌고 개발자에게 환영을 받은 이유는 애플의 앱이 아니라 개발자의 앱을 팔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보답을 받은 업체, 그리고 사람들은 당신의 숨은 노력을 인정할 겁니다.
글 : 숲속얘기
출처 : http://goo.gl/0g6wWk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