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비트코인, 네번째 화폐 혁명이 시작되었다)에서 너무 비트코인의 의의를 밝게만 얘기했는데 이제는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추가해볼까 합니다. 검색하다보니 누군가 비트코인에 대해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스스로 성장하는 최초의 화폐를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모든 성장은 고통을 함께 동반합니다. 그리고 지수그래프와 흡사할 정도로 미친듯이 오르는 비트코인의 가치를 두고 이는 투기곡선과 같다고 많이들 걱정합니다.
1. 투기인가? 화폐인가? – 현재는 투기판
먼저 현재 상황을 말씀드리면 투기곡선이 맞으며 현재 비트코인의 가격은 투기꾼들, 곧 투자자들이 이끌고 있습니다. 분명 이는 거품을 반영할 겁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꺼지겠죠. 그리고 이토록 투기가 가능한 채권은 사실 화폐로서의 매력도는 떨어집니다. 화폐의 중요성은 소비인데 소비하기에는 가격이 오른다는 확신에 너무 매력적이어서 너도 나도 매집만 하려 하고 비트코인의 상대가치가 너무 급등하여 상품의 적정 가격을 매기기 어려워지기 때문이죠.
이러한 속성은 사실 펀드의 초기 모델과 흡사합니다. 규모가 작은 펀드는 성장속도가 가파릅니다. 그러나 펀드의 규모가 커지게 되어 가격이 오르면 펀드의 상승폭은 줄어들게 됩니다. 현재 비트코인을 펀드로 본다면 바로 앞단계에 있습니다. 그 규모가 작기에 작전과 심리에 의해 흔들릴 수 있기도 한 상황인거죠.
그런데 만약 진짜 화폐, 달러나 원화 규모까지 커진다고 생각해보죠. 우리나라 원화 가치를 쥐고 흔들만한 세력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에 드는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런점에서 생각하면 비트코인이 아직 충분한 규모로 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역설도 됩니다.
2. 거품이 꺼진 비트코인은 휴지가 될것인가? – 아닐 것 같습니다.
일정이상 규모로 커진 비트코인이 과연 휴지가 될것인가? 하는 질문에는 저는 부정적으로 말씀드립니다. 비트코인은 이제 생존 가능한 규모로 커졌습니다. 많은 나라에서 실제 화폐로 인정받기 시작했고, 비트코인을 소비하는 수단들도 생겼습니다. 비트코인 내에서 에코, 곧 생태계가 생겼다는 말입니다. 비트코인이라는 경제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이 유동규모는 커질 것이고 생태계에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비트코인을 휴지로 만들지 않기 위해 가치 폭락을 방지할 것입니다. 그것은 큰 기업이 될 수도 있고 심지어는 국가가 될 수도 있습니다. 특정 국가가 부도나려할 때 굳이 큰 유동성을 부어 회생시키는 일도 사실 이러한 일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3. 또다른 비트코인을 만들어 비트코인이 위협받을 가능성은? – 그들은 시장 선도 진입 주자인 비트코인을 위협하지 못할 겁니다.
비트코인 외에도 라이트코인이라는 가볍고 규모가 더 클 수 있는 코인도 개발됬습니다. 초기이다 보니 채광도 용이하고 비트코인의 초기 성장 매력에 빠진 이들은 제2, 제3의 코인을 손을 대고 있는듯 합니다. 하지만 저는 최대 3개 정도까지만 유의미한 코인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나머지는 화폐가 아닌 투기수단으로 남다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비트코인이라는 속성 자체가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와 비슷한 느낌이 있기 때문입니다. 선점효과와 네트워크 효과로 인하여 승자독식 구조를 어느정도 가질 겁니다. 만약 그렇지 않고 다수의 이런 코인들이 난립하게 된다면, 규모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화폐로 인정받기는 더욱 어려울 겁니다.
4. 비트코인은 공급만 있고, 수요가 없을까? – 수요는 있으며 지금도 늘고 있습니다(불법적 수요도 함께).
비트코인은 현재 투기 수단으로 공급을 하고 투기 수요가 받쳐주고 있는데 화폐로서 동작하기에는 고정 수요가 없다는 것을 지적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비트코인을 버는 또 다른 방법은 물건을 팔고 비트코인을 받는 방법입니다. 문제는 최근처럼 비트코인의 가격의 유동성이 심하면 아무리 마진을 계산한다고 한들 적정 가격을 찾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 문제점이 됩니다. 그러나 이 경우는 투기수요가 소비수요를 웃도는 상황으로 결국 수요는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지난번 포스팅에서 제가 잘못 작성한게 있는데, 거래가 투명하다는 점은 틀렸습니다. 오히려 거래는 철저한 무기명입니다. 이 이야기는 충분한 화폐규모가 되었을 때 조세피난처나 검은 돈의 유통 경로가 될 거라는 점입니다. 스위스 은행의 생존이 바로 이러한 전략이었는데 이러한 검은 돈의 니즈는 불법으로 규정한다고 해도 꾸준히 요구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수요는 사실 매우 큽니다. 지하경제 양성으로 경제를 살린다는 발상이 참말이었던가 봅니다. 비트코인은 불법이 될 수는 있어도 휴지조각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됩니다.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의 거액의 미술품이 발견되어 화제가 되었는데 그가 비트코인을 알았다면 어땠을까요? 마이크로SD카드에 넣어서 숨긴 비트코인, 과연 찾아낼 수 있을까요?
5. 해킹은 비트코인의 위협일까? – 비트코인을 유통하고 처리하는 과정은 취약할 수 있으나 비트코인 자체가 해킹으로 와해되기는 어렵습니다.
네, 위협 맞습니다. 그러나 비트코인 자체의 위협이 아니라, 비트코인 거래소나 비트코인을 다루는 어떤 소프트웨어들의 위협입니다. 비트코인 채굴기를 가장하여 채굴된 비트코인을 빼돌리는 악성 소프트웨어나 봇들도 출현했다고 합니다.
비트코인 자체는 네트워크 인프라이므로 사실 해킹하기에는 쉽지 않습니다. 비트코인의 기술적 배경이 처음부터 DDOS공격에 대한 방어책으로 나왔다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대규모 분산 시스템을 점령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비트코인이 투기성 자본으로 인하여 규모가 커진다면 이는 더더욱 어려워집니다. 분산 시스템을 점령하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물량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또한 해커가 만약 비트코인을 위협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고 할지라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마치 세계은행을 뚫은 해커가 있다면, 그는 절대로 자신의 해킹 사실을 발설하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그것을 발설하는 순간 그의 부는 물거품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혹시라고 해커가 진짜 위협을 발견한다면 지능적으로 비트코인을 무너뜨리지 않는 선에서 부를 거머쥘 가능성이 높습니다.
6. 누구나 캘 수 있는 금광인가? – 채산성은 이제 별로 없습니다. 전기세가 더 듭니다.
아니라고 봅니다. 이제는 비트코인의 채굴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고 봅니다. 비트코인의 채굴의 노력은 비트코인의 양이 증가할 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늡니다. 아무리 투기 세력과 기기 성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한들, 실제세계의 기하급수와 비트코인의 알고리즘적인 기하급수로 증가하는 난이도와는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컴퓨팅 기술이 갑자기 몇배씩 뛸때면 잠시 채산성이 맞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나, 일반인들이 지속적으로 캘만한 물건은 아닌것 같습니다. 비트코인의 채산성은 초기 사용자들이나 악성봇을 많이 뿌려 엄청난 컴퓨팅 자원을 확보한 해커들 정도일겁니다. 자기 돈 들여 이 정도 컴퓨팅 자원을 사들인다면 오히려 적자가 날겁니다.
7. 달러를 위협할 것인가? 미국의 입장은? – 기축통화의 권력은 빼앗아 오겠지만, 그것으로 달러가 무너지지는 않습니다.
네. 애시당초 비트코인은 달러를 타겟해서 나온 기술입니다. 기축통화의 역할을 달러로부터 빼앗아 오기 위함이죠. 그러나 그렇다고 달러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기축통화의 권력을 빼앗아가는 것 뿐이죠. 달러로 미국 중앙은행에 집중되어있던 권력이 대중과 시장에게 분산됩니다. 달러가 여전히 신뢰할만한 화폐인 이유는 바로 달러는 미국의 채권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기축통화의 권리를 뺴앗긴다고 망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고, 또 많은 자원을 가졌습니다. 그들은 사실 튼튼합니다.
거기다 오히려 비트코인의 가장 큰 수혜자는 전 오히려 미국이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그 이유는 실리콘 밸리야말로 비트코인을 가장 잘 유통시키고 많이 벌어들일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곳일테니까 말이죠. 전세계의 인터넷 서비스와 인터넷 기술은 미국이 점령하고 있습니다. 채광을 위해 증가하는 컴퓨팅 기술은 대부분 미국의 기술에서 시작되었고, 미국의 회사들을 부강하게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8. 비트코인은 화폐 개혁에 성공하여 제2의 달러가 될것인가?- 예측 불가능한 미래의 성공여부를 장담하기는 어렵습니다.
여기에 관해서는 쉽게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투기가 끝나는 시점에 버블폭락을 딛고 화폐로 동작을 할 것인지, 페이스북이나 구글, 아마존 같은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이 비트코인을 채택할 것인지, 혹은 국제기구들이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지 않을 것인지, 혹은 정말로 기술적인 허점이 드러날 것인지는 사실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히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싸이월드가 소셜네트워크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글로벌 진출을 노렸으나 실패했습니다. 팜이라는 회사는 스마트폰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나 진짜 영광을 가져간 것은 한참 이후에 나온 애플이었습니다.
9. 그러나 비트코인의 컨셉은 미래사회의 완벽한 화폐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비트코인의 컨셉은 옳습니다. 화폐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정면도전과 해결책 하나를 제시했습니다. 이는 각국의 화폐 정책과 혹은 새로 만들어질 화폐에 교훈이 될 겁니다. 비트코인이 완벽하거나 성공하지 못할지라도 제2, 제3의 비트코인은 어쩌면 완벽한 화폐를 만들어 낼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것이 제가 비트코인의 성공은 확신하지 못하지만 개념만 보고도 흥분한 이유입니다.
글 : 숲속얘기
출처 : http://goo.gl/Qtao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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