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예외도 있지만,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주식회사로 창업된다. 세제상의 이유나, 체계적인 경영이 가능하다는 점 등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주식을 활용한 인센티브 부여가 용이하기 때문인데, 이것은 곧 투자 유치의 용이함으로도 이어진다. 빠른 성장을 우선으로 하는 스타트업이 주식회사로 창업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주식이 어떤 형태로 창업자들에게 배분되어 있느냐는 중요한 요소일 수 밖에 없다. 잘못된 지분 구조는 외부 투자자와, 내부 구성원 모두에게 잘못된 인센티브를 설정하는 것이다. 자연히 투자를 받기도 힘들어지며, 내적 역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내적 역량은 단순히 “동기부여가 안된다”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경영권 방어 같은 요소는 한참 나중의 문제라 치더라도, 지분 구조가 나쁘면 의사결정의 양질이 떨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좋은 지분구조는 어떤 지분 구조일까? 모든 케이스에 들어맞을 수 있는 정답은 없을 것이나, 대강의 가이드라인은 다음과 같다. 이하의 설명은 모두 투자를 받아 희석되기 전 상태를 기준으로 한다.
대표는 5~60% 이상의 지분 확보
50~60이란 숫자엔 정확히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
1) 대표의 독단이 가능하다.
2) 약 1~3회의 투자를 유치해도 최대 주주의 자리를 지킬 수 있다.
2)는 ‘회사를 지키는 것’의 차원에서 이해할 문제라기 보다(물론 그 문제도 중요하긴 하지만), 투자 유치 후에도 1)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로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결국 5~60% 이상이란 숫자는, 대표의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키기 위한 허들인 샘이다.
독단이 가능하다는 말은 얼핏 보면 부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업, 특히 빠른 액션이 핵심적인 스타트업은 효율적인 의사결정 체계가 핵심적이다. 민주주의는 “크게 잘 못하지 않는 것”에 최적화된 제도기 때문에, 이러한 리더십 구조는 기업의 성장에 필수적 리스크테이킹에 취약하다. 물론 반대급부로 대표가 부적절한 인물일 경우의 위험은 증가하겠지만, 대표가 부적절한 인물인 시점에서 지분이 얼마냐는 그리 중요하지도 않을 것이다.
만일 창업자 중 실질적인 리더가 대표를 맡지 않는 경우는 어떨까? 그런 경우는 그 실질적인 리더가 5~60% 이상을 보유하면 된다. 하지만 가급적이면 그 인물이 대표를 하는 것이 좋다.
2대 주주의 지분은 1대 주주의 절반 이하
흔히 벤처캐피탈이 가장 질색하는 지분 구조로 꼽는 경우는, 두명의 창업자가 5:5로 지분을 소유한 경우이다. 이 경우 두 창업자의 의견이 갈릴 경우, 원론적으로 아무 것도 결정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위의 정도는 아니더라도, 대표가 60%, 2대주주가 40%의 지분을 소유한 경우를 가정해보자. 이 때 까지는 대표의 리더십은 문제없이 작동한다. 그런데 만일 투자를 받게 되면 어떨까? 투자자가 20%의 지분을 확보했을 경우를 가정해보자, 대표의 지분은 48%가 된다. 투자자와 2대주주가 합심할 경우, 1대주주의 경영권은 유지가 힘들어질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위의 예시는 알기 쉽게 표현한 경우일 뿐, 현실적으로 발생하기는 몹시 힘들 것이다. 설령 저런 지분율이더라도, 정상적인 벤처캐피탈일 경우 대표의 경영권을 침해하려 드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오히려 투자 전에 지분율을 조정해주려 애쓸 것이다. 그러나 어쨌건 간에 대표와 2대 주주의 ‘결정권’은 투자를 거듭하다보면 지분 희석에 의해 점차 좁혀지며, 이는 결국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를 방해한다.
더불어, 2대 주주가 보유한 주식이 50% 이상이어야 할 대표의 상당부분에 이른다는 얘기는, 이 두명의 주주 외에 다른 멤버들에게 부여할 수 있는 주식량이 상당히 제한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결국 2대 주주의 지분은 20% 전후로, 1대 주주의 절반 이하인 것이 안정적이다.
적정한 인원에게 주식 부여
주식은 곧 회사의 소유권이다. 이것은 단순한 소유 여부의 개념에서 그치지 않고, 회사의 사업 과정에서 수반되는 모든 법적 의무와 권리에 주주들이 포함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동시에 그들의 주주로써의 의사 결정이 회사 전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업무의 복잡성이나 리스크는 주주가 많아질 수록 증가되며, 때로는 큰 절차적 손해나 법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결국 핵심 멤버가 아닌 인물에게 주식이 부여되어 있으면, 아무리 적은 분량이더라도 그 회사는 불필요한 리스크를 떠안게 되는 샘이다. 이런 상황은 투자유치시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가 이에 해당할까? 창업자의 부모나 친인척들의 지분, 회사를 떠난 사람이 보유한 지분, 회사에서 중요하지 않은 직능을 수행하는 이들이 보유한 지분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들에게는 애초에 지분을 주지 않는 것이 최선이며, 부득이 지급을 해야 한다면 다시 회수할 수 있는 옵션을 설정해 지급해야 한다.
적절한 분량의 주식 부여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면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주주들은 자신의 절대 주식보유량에 대해 판단함은 물론, 주주들 간의 상대적 주식량에 대해서도 판단한다. 특히나 이것은 2대 주주 이하의 주주들에게서 두드러진다. 그리고 이는 그들의 모티베이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A라는 유능한 개발자에게 지분 6%를 지급하는 경우를 생각 해보자. 이 6%는 그의 능력에 비추어 적정한 양이며, A 자신에게도 만족스러운 양이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대표와 함께 창업을 같이 했다는 이유로 무능하지만 10%의 지분을 지닌 B라는 인물이 있을 경우에도 과연 A는 6%에 만족할 수 있을까?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높은 확률로 그는 자신에게 부여된 6%가 적정한 양이 아니라고 느낄 것이다.
위의 에피소드에서는, 단순히 무능한 사람에게 주식을 많이 주면 안된다는 교훈 외에도, 어떤 식으로 상대적인 양을 설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도출한다.
제대로 된 조사와 연구로 밝혀진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나의 직관적 판단은 이렇다. 2대주주 이하의 주주들이 느끼는 자신의 지분율의 적정성 판단 요소는 대략 네가지인 것 같다.
1) 5% 이상이냐 이하냐
2) 10% 이상이냐 이하냐
3) 다른 주주의 지분율은 얼마인가?
4) 내 급여는 얼마인가?
1)항은 자신이 보유한 지분의 유의미함이 있냐 없냐의 요소이다. 대개 5% 이하의 지분에 대부분의 멤버는 큰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굳이 의미 부여를 한다면 지분이 있다/없다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2)항은 자신이 임원급인지 아닌지를 체감하게 하는 요소이다. 두자리수라는 것이 느낌부터 다르거니와, 2대 주주 정도를 제외하면, 10%란 허들은 사실상 받을 수 있는 최대치의 주식인 셈이라 자신이 어느 정도 중요한 인물인지에 대한 중요한 허들이 될 수 있다.
3)앞의 두 항 이상으로, 주주들은 상대평가로 자신이 보유한 지분율의 적정성을 판단한다. 맨 처음 들었던 예시로 치자면, 설령 A가 5%더라도 B가 0%일 경우 A의 만족감이 더 높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4)급여는 위의 항목들을 다시 재조정 시킨다. 월급을 많이 받는다면 상대적으로 적은 지분율에도 크게 불만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적정량의 주식을 지급하는 방법에 대해,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은 다음과 같다. 1~2% 등의 주식은 애초에 지급하지 않는 편이 낫다. 만일 소수에게만 주식이 부여되는 것에 부정적이라면, 개별 주식 지급 대신 우리사주 같은 형태를 택해야 한다.
지분을 제공해서라도 함께할 사람이 있다면 최소한 5%를 지급하고, 임원급 역할을 해줄 사람이라면 10% 정도를 제공한다면 좋다. 회사에 기여하는 바가 별로 없다면, 주식을 최대한 주지 말아야 한다. 반대로 회사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면, 주식을 (적정선에서) 최대한 주고 급여는 최대한 낮추어야 한다. 돈을 아끼는 건 회사 생존의 문제이다.
위의 항목들을 종합하면
대표 : 60%
2대 주주 : 25%
주주 3 : 10%
주주 4 : 5%
정도의 모양새를 꾸릴 수 있을 것이다. 위의 4명은 풀타임으로 근무하는 회사의 구성원으로써, 모두 유능하며, 급여는 (능력에 비하면) 적게 받는 인원들이고, 실제로도 회사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부득이하게 상대적 지분 순위가 헝클어진 상황이라면, 급여나 직위와 같은 다른 모티베이션을 통해 보충해야 할 것이다.
물론 사람 수, 개개인의 능력, 회사 특성 등에 따라 조정 해야 한다는 가장 기초적인 사실은 절대로 잊지 말자.
글 : 이충엽
출처 : http://goo.gl/m1oW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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