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월드에서 ‘글로벌(Global)’이 큰 화두입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글로벌 서비스를 지향합니다.” 라고 말씀하시는 창업자들이 생기고 있고, 정부 주도로 실리콘밸리 연수를 시켜주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이 외에 해외 진출을 도와주는 프로그램, 글로벌 컨퍼런스 등이 여기저기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총론적으로는 매우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 시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되고, 한국의 인재들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으며 이 모든 것이 스타트업 월드의 ‘자산’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각론’으로 들어가면 많은 고민이 생깁니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좋지 않다고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이 가능한가?’ 와 같이 크고 모호한 질문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예/아니오로 답을 할 수 있는 성격의 질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개별 기업이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르기에 대결론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한국이냐 해외냐를 떠나 가장 기본적인 ‘해당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요인들은 무엇인가?’ 와 ‘그것을 우리 회사는 갖고 있는가?’ 를 고민하면 의외로 쉽게 답이 나옵니다. 각자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우리 기업은 성공할 수 있는가’ 만 냉정하게 판단하면 됩니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분야별 경향이 보이기도 합니다. 글로벌 진출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분야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기술기반 기업
- 여기서 말하는 기술이란 “우리 팀은 기술력이 있기 때문에 좋은 서비스를 빠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에서의 기술이 아닌 하드코어 기술을 얘기합니다. 예를 들어 음성인식, 이미지 인식, 모바일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켜줄 부품기술 등이 있습니다.
- 즉 해당 기술로 ‘테스트’가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이미지 인식이라면 100만장의 동일한 이미지를 누가 더 잘 인식하는지를 테스트할 수 있고, 모바일에 들어가는 부품도 마찬가지로 비교 테스트가 가능합니다.
- 이런 기업의 경우 ‘세계 최고의 기술력’ 을 보유하고 있는 팀이 있다면 국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런 기술이 실리콘밸리에 있던, 이스라엘에 있던, 한국에 있던, 좋은 기술이라면 당연히 쓰일테니까요.
게임
- 기술기반 기업보다는 ‘현지화’ 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북미의 앱 랭킹을 보고 아시아의 앱 랭킹을 보면 다른 경향이 눈에 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가능성이 가장 많은 곳 중에 하나 아닐까요? 솔직히 말하자면 게임이 한국 SW 업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지 않나요?
- 게임은 ‘재미’ 를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 을 건드리는 것이기에 정말로 재미 있는 게임을 만들면 글로벌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죠. (실제로 온라인 게임 시절에 한국 게임들이 글로벌, 특히 아시아에서 큰 성과를 냈습니다.)
유틸리티 서비스
- 일종의 ‘에버노트’와 같은 서비스들을 말합니다. 전세계인들에게 소구할 수 있는 ‘공통의 니즈’를 공략해 이론상 글로벌이 가능합니다.
- 유틸리티 서비스들은 두 가지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1) 유틸리티의 특성상 큰 차별화가 어려운데 글로벌 시장에서 자본력이 뒷받침 되는 회사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것과 (2) 해당 서비스로 돈을 벌기가 조금 어려운 점입니다.
각종 소셜 서비스(대부분의 서비스)
- 우리가 자주 하는 얘기가 있죠. “페이스북보다 싸이월드가 먼저인데 아쉽다. 그때 제대로 해외 진출을 했으면 얘기가 달라졌을 것이다”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페이스북이 시작할 시점에 동일하게 싸이월드도 미국으로 진출하여 천억원 이상을 쏟아부었다고 가정해도 싸이월드가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 서비스라는 것이 참 미묘합니다. 99% 똑같은 것 같은데 정말 디테일한 한 가지 때문에 한 서비스는 사랑을 받고 다른 서비스는 그렇지 못합니다. 1%의 차이가 시장점유율 30% 이상의 격차를 벌이기도 합니다. 이유는 설명하기 힘든데, ‘그냥 이게 더 좋아’ 가 되는 것이 서비스입니다.
- 일단 ‘유저에 대한 이해도’ 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면 경쟁하기 어렵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하는 어떤 행동을 한국 기업가들은 리서치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면 이미 열위에 있는 것 아닐까요?
- 중국에서 만든 일부 웹게임이나 일부 해외 서비스 중 번역이 엉성하게 된 서비스를 써보신 분들은 이해가 가실 겁니다. 열심히 사용하다 메세지가 떴는데 엉성한 우리말로 적혀 있다. 그러면 몰입도가 확 떨어집니다. 이런 작은 것 하나하나가 서비스의 성패를 결정하기에 그렇게 녹록치는 않습니다
- 물론 항상 예외 경우가 있습니다. Viki.com 이 좋은 반례이기도 합니다. Viki.com 은 ‘가장 한국적인 문화’ 를 글로벌로 잘 승화시켜 성공할 수 있었죠.
커머스/로컬 사업
- 현지에서 ‘발로 뛰면서’ 해야 하는 사업입니다. 사실 해외시장 진출은 확장성(scalability)이 뛰어난 제품/서비스들이 적합합니다. 예를 들어 쿠폰을 발급하는 로컬 사업을 미국에서 하기 위해 한국 사람 5명에서 열심히 상점들을 돌아다니는 걸 상상해보세요. 잘 될까요?
-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커머스/로컬 분야의 지역확장은 M&A를 통해서 이뤄집니다. 그루폰(Groupon)도 많은 M&A를 통해 지역 확장을 했고 세계에서 가장 큰 e-commerce회사 중 하나인 이베이(Ebay)는 결국 한국의 지마켓/옥션을 인수했죠.
한국 스타트업들의 해외 진출이 된다 안된다를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성공 사례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은 총을 들고 나가서 싸우는 전쟁터이기 때문에 막연한 논의보다는 bottom-up의 세부적이고 실질적인 고민들이 필요한 것입니다.
글 : 임지훈
출처 : http://goo.gl/CZPTHP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