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침해? ‘10초’ 후면 사라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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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http://www.flickr.com/photos/53242483@N00/5839399412

지금껏 인터넷은 두 가지 방향성으로 무한 확장을 이어왔다. 하나는 기록 데이터가 무한 용량으로 확대되어 빅데이터의 영역에 접근해 있다는 것이고 또 다른 방향성은 이런 무한 용량을 쌓는 주체가 거의 모든 사용자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즉, 무한 주체가 무한으로 연결되어 무한 데이터를 무한 용량으로 쌓고 있다는 말이다. 어떤 제약도 기술의 발달이 뛰어넘게 해준다.

그런데 이런 방향성에 반기를 든 세력들이 등장하고 있다. 바로 무한 기록양을 제한 기록양으로, 무기한의 데이터 저장을 시한부와 찰라로 제한하는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면서 모바일 세대의 커뮤니케이션에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 8월 바인(vine)은 4천만 명의 사용자를 돌파했다. 이 서비스는 6초라는 아주 짧은 시간의 동영상만을 기록할 수 있고 이를 공유하는 일종의 동영상 SNS라고 할 수 있다. 140자의 제한을 두어 전세계적인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혁명을 이끌었던 트위터가 이 서비스를 3천만 달러를 들여 인수한 까닭은 무엇일까.

트위터는 140자라는 제한된 콘텐츠를 제시했고 이에 맞춰 사용자들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생산했다.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제약이 아무곳에서나 만들어지는 콘텐츠가 아닌 트위터에서만 볼 수 있는 형태의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도록 유도했다. 바인 역시 그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트위터는 확산성과 즉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압축적인 표현보다는 직설적이고 단선적인 팩트 전달이나 짧은 생각, 언급, 논평을 공유하는 미디어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트위터와 바인은 좋은 궁합이라고 볼 수 있다.

페이스북에 10억 달러에 인수되어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킨 인스타그램(instagram) 비디오 역시 짧은 15초 동영상 저장 기능을 업데이트했다. 항간에는 트위터가 무수한 시간 동안 6초라는 시간이 영상을 공유하려는 이들에게 적절한 시간임을 연구한 결과로 정했다면, 인스타그램 비디오는 광고의 짧은 버전을 고려하여 마케팅과 광고 유통을 고려한 시간이 아니냐는 진단이 있다. 어떤 것이 진실인지는 몰라도 최소한 그동안 유선 인터넷과 무선 인터넷에서 동영상 시청 시간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 굳이 짧은 동영상에 집중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콘텐츠 사이의 이동은 더 빨라지고 있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네이버의 2억 명이 사용중인 메신저 서비스인 라인에도 라인 스냅샷이란 기능을 통해 4초에서 10초 사이의 짧은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동영상 기술을 보유한 국내 스타트업인 아이쿠는 3초 움짤(움직이는 짧은 그림) 제작 유통할 수 있는 SNS인 bb(be better)를 최근 출시했다. 이 콘텐츠는 사진도 아니고 완전히 동영상도 아니어서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 실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동영상이나 콘텐츠의 길이에 제한을 두어 제약을 통한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 생산 방식을 유도하는 서비스가 있는가 하면 아예 콘텐츠 자체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흔적도 안 남기고 사라지게 하는 서비스도 주목 받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는 10대와 20대 사이에 스냅채팅이라 불리는 행동을 설명하는 단어가 일상용어화 되고 있는데 바로 스냅챗 이라는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구글을 통해 검색하는 것을 구글링이라 하고, 스카이프를 통해 화상 메신저 통화를 하는 것을 스카이핑이라고 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지난해 4월 <시사IN> 248호에서 ‘잊힐 권리’에 대한 글에서 디지털 장의사라는 개념을 설명한 바 있다. 자신이 원할 때 스스로 자신의 기록이나 자신에 대한 기록을 인터넷에서 지울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것인데 이런 개념의 연장선에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주고받은 메시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하는 스냅챗(snapchat)이란 서비스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서비스는 무려 하루에 3.5억 명이 사용할 정도로 거대한 서비스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 벤처 기업인 티그레이프가 최근 출시한  사진 기반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인 샤틀리(shot.ly)가 바로 그 것이다. 이 서비스는 가까운 지인들과 친구를 맺고 사진을 찍어 메시지를 입력해서 보내는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로, 상대방은 보낸 사람이 지정한 최대 10초의 시간 내에서만 사진과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지정된 시간이 지나면 사진은 자동으로 삭제되어 온라인에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아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를 해소한 서비스이다. 현재는 안드로이드 버전만 나와 있는데 심지어 화면을 캡처할 수도 없다.

다음의 메신저 서비스인 마이피플의 ’5초 메시지’와 ’5초 사진’ 기능도 역시 찰라의 커뮤니케이션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물론 이런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들이 일부 음란물 전파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도 있지만 확실히 모바일 세대에게는 이전 세대의 소통 방식과는 다른 색다른 도구로 여겨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인터넷의 무한 확장과 무한 용량의 흐름이 찰라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주춤할 가능성은 없지만 적어도 폭증하는 데이터 사용량을 감당해야 하는 서비스 사업자 입장에서는 이런 제약 조건들이 색다른 콘텐츠 생산을 강제하면서도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는 일석 이조의 효과가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지점이다.

글 : 그만
출처 : http://goo.gl/ga7jL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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