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직장? 신의 직장?
직접 가서 느껴 본 제니퍼소프트는 “자유”의 직장이었다.
취재를 한 날은 제니퍼소프트에서 ‘자유’를 주제로 한 명사의 강연 행사가 있었다. 제니퍼소프트는 이처럼 마음 내킬 때마다 직원들의 지인을 초대할 수 있는 행사나 강연을 하곤 한다. ‘마음 내킬 때’만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주중, 주말 할 것 없이 직원들이나 대표가 사람들과 ‘뭔가’가 나누고 싶어질 때면 어김없이 강연을 준비한다.
헤이리 내부의 커다란 미술관처럼 보이는 회사 건물은 헤이리의 여느 건물처럼 누구나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하다. 지하에 위치한 그 유명한 제니퍼소프트 수영장 역시 언제든, 누구나 수영을 할 수 있고 직원들이 업무를 하는 사무실도 ‘그냥’ 출입이 가능하다.
이렇듯 이들이 생각하는 ‘자유’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자유’라는 개념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구체적인 차이에 대해서는 글의 후반부에 소개하기로 한다.
완벽하게 차려진 밥상
몇 년 전 영화대상을 받은 배우 황정민의 ‘밥상’ 수상소감은 수많은 영화팬들의 가슴을 감동시켰다. 영화배우로서 감독 혹은 제작을 위해 힘쓴 동료들을 위하여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를 전한 멘트였기 때문이다. 또한 대중의 스포트라이트와 찬사를 받는 건 배우의 몫이기 때문에, 화려한 조명과 셔터 속에 겸손함을 잃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제니퍼소프트의 이원영 대표를 보면 배우 황정민이 떠 오른다. 그는 수많은 TV 프로그램과 언론사를 통해 진정으로 유명해진 ‘스타’ 경영인이다. “회사에서 좀 놀면 안되나요?” 라는 멘트는 그를 대변하는 슬로건이 되기도 했다. 이렇게 제법 유명세를 타면서 조금은 우쭐할 법도 한데 직접 본 그는 전혀 우쭐해 하거나 거만해 보이지 않았다. 소탈한 모습으로 회사에 온 손님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필자에게도 먼저 다가와 같이 고구마 먹으러 가자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필자는 사실 고구마를 싫어한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조금 후 직원 및 강연 참석자들과 진짜로 군고구마를 먹으러 갔다. 사실 군고구마보다는 뒤뜰에 앉아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강연주제였던 ‘자유’의 의미, 학생들의 진로 문제, 사업가의 애환 등 다양한 주제들이 다뤄졌다. 고구마를 굽던 화로를 난로 삼아 둘러 앉은 학생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하기도 했고, 사업가에게는 충고를 건네기도 했다. 필자와는 공통 관심사인 ‘우주’에 관하여 얘기하기도 했고, 회사에 27인치 짜리 천체 망원경을 살 것이라는 소소한(?) 이야기도 나눴다. 인터넷에 찾아 보니 485만원 정도 한다더라. 하하. 참 좋다.
“10.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요. 도전은 우리의 것. 책임은 회사 대표의 것이에요.”
이제 꽤 유명해진 ‘제니퍼소프트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 33가지’ 중 10번째 항목이다. 이 조항을 보면 그가 직원들을 위해 얼마나 맛있는 밥상을 준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는 회사의 잡초 제거부터 시작해, 직원들이 자신이 맡은 업무 이외에 방해가 될 만한 모든 일들을 자신의 책임이라 주장한다. 이렇게 기업 대표로서의 체면을 버리고 직원과 똑같은, 아니 직원보다 더 많이 희생하려는 그의 자세가 제니퍼소프트에 스포트라이트를 쏟아지게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이 생각하는 ‘자유’
“프리덤!!!”
영화 ‘브레이브 하트’ 는 과거 잉글랜드의 노예 생활을 했던 스코틀랜드인들의 자유를 위한 투쟁을 그렸다. 주인공 멜 깁슨은 죽어 가며 그토록 얻고 싶었던 “프리덤!”을 외쳤다. 인류 역사에서도 진정한 자유는 이렇듯 투쟁을 통해 얻어지거나, 거대한 전쟁을 치르면서라도 꼭 얻어 내어야 하는 귀중한 것이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직장인 역시 ‘자유’라는 단어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직장 상사로부터의 자유, 월급으로부터의 자유, 야근으로부터의 자유.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얻어 낸 귀중한 자유를 이렇게 사소한 것에 비교할 수 있겠냐마는, 그래도 직장인의 역사 속에서는 그게 전부인 걸 어떻게 하겠는가? 하지만 제니퍼소프트가 이야기하는 ‘자유’에는 일반적인 직장인들이 생각하는 ‘자유‘와는 차별점이 존재한다. 이들이 말하는 ‘자유’에는 ‘사유’ 라는 추상적 개념이 더해진다.
철학적으로 말하자면, ‘자유롭다’는 말은 ‘어떤 것이든 생각대로 할 수 있다.’ 는 개념이다. 어쩌면, 본연적으로 ‘신체’ 속에 갇혀 살아가는 인간의 숙명과는 상충하는 생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의 ‘사고’는 이러한 면에서 완벽하게 자유롭다. 다만 그것이 ‘사유‘를 게을리 하지 않은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이라는 것이 제니퍼소프트의 ‘자유’다. 사유를 게을리 하지 않은 사람은 같은 경험을 하고도 훨씬 더 깊고 넓은 사고를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감각의 확장을 위한 노력, 멈추지 않고 시도하고 배우는 것, 그 자체가 그들에게 있어서 ‘사유’이고 ‘자유’였다.
그런 의미에서 ‘제니퍼소프트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 33가지’ 를 다시 한 번 보자. 31번째 조항에는 ‘사유와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마요. 공동체의 의무예요.’ 라는 말이 있다. 조항에는 ‘의무’로 규정되어 있지만 그마저도 ‘자유’를 위한 개념 중 하나이니, 이쯤되면 제니퍼소프트는 정말 ‘자유’가 ‘의무’인 회사이지 않을까 싶다.
오픈 세미나 후기: 자유는 억압의 반대말이 아니다?!
제니퍼소프트가 ‘하고 싶을 때에만’ 이뤄지는 오픈 세미나에서는 ‘자유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이진경 교수의 강연이 이어졌다. 그의 강연 중 ‘자유는 억압의 반대 개념이 아니다’는 말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그는 한 때 정치 활동으로 인한 교도소 수감 생활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수감 동기 중에 전직 국회의원이었을 정도로 유명하고 독방을 쓰고 있는 정치인 한 명이 있었는데, 교도소 내에는 그 정치인을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그는 누군가 자신의 방에 찾아와도 문을 잠가 놓고 이야기하곤 했는데, 그 이유가 ‘사회에서 시간과 사람에 쫓겨 미뤄 둔 공부를 하고 싶어서’ 였다고 한다. 그는 ‘감옥’이라는, 그 중에서도 ‘독방’이라는 완벽하게 억압되고 단절된 공간 속에서도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자유’를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자유란 공간의 제약, 시간의 억압 등 외부에서 오는 압박을 통해 제한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자유에 있어서 보편적 정의란 존재할 수 없고, 개인마다 다르게 적용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한 자유를, 끊임없는 사유를 통해 자신만의 정의를 내려 보고 스스로 내린 정의에 대해 반박도 해 가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다.
짧은 “제니퍼소프트 글 요리” 를 마치며….
여러 회사를 취재하다 보면 드는 생각이, 각 회사마다 결국은 저마다의 ‘철학’에 차이가 있다. 어떤 회사는 ‘자유’를, 어떤 회사는 ‘평등‘ 이나 ‘가족같은 회사’ 등을 저마다의 철학이라 주장한다. 실제로 제도를 만들어 놓았는가, 직원들은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가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만, 근본적으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철학에 대한 ‘사유’를 얼마나 깊게 했는가에 대해서는 필자 역시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어쩌면 그것이 그 기업의 문화를 파악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일 수 있는데 말이다.
제니퍼소프트는 지금도 많은 일터에서 여러 가지 자유의 모습들과 싸우고 있는 ‘자유가 고픈’ 우리네 직장인들에게 ‘이런 답도 있다.’는 말을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회사가 아닐까 싶다.
글 : 오피스N 김봉사
영상 및 사진 취재 : 오피스N (http://office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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