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많은 선두 기업들 중에는 기존 성공 굴레에 갇혀 세상 변화를 똑바로 보지 못해 어려움에 처한 경우가 많았다. 이런 상황을 하버드 대학의 크리스텐슨 교수는 “혁신기업의 딜레마(Innovators’ Dilemma)”라고 칭했다. 혁신 기업들이 많은 수익을 가져다 주는 기존 시장과 고객에만 집중하다가 새로운 변화를 놓쳐 기존 시장과 고객까지 놓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기업 자원의 제한성과 관성때문에 발생하는 것인데, 많은 자원을 투자한 사업 및 분야를 넘어서는 의사 결정을 쉽게 하지 못하는 기업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최근 TV 산업 내 선도기업들의 기존의 투자나 시도가 발목을 잡아 진정 고객이 원하는 TV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더 많이 들리고 있다. 그 이유를 TV 산업을 둘러싼 환경 및 그 변화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1. 채널 수 확대, 망 품질·속도 향상 등으로 소비자들의 TV 시청 환경이 변화하고 있음.
TV 시청 환경은 영상 콘텐츠가 만들어져 TV 화면으로 전달되는 과정 속에 참여하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활동과 그들을 둘러싼 사업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이러한 과정은 크게 6단계로 나눠진다.
[그림1] TV 시청환경의 변화
첫째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콘텐츠 제작사가 있다. 콘텐츠 제작을 위해서는 작가, 배우, 촬영팀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존재한다. 둘째 여러 콘텐츠를 조합하여 하나의 채널을 만드는 프로그램 사업자(Program Provider; 이하 PP)들이 있다. 셋째는 여러 채널들을 소싱, 구성하여 편성하는 채널 편성사업자(System Operator; 이하 SO)들이 있다. 그리고 넷째 편성된 채널을 담은 영상 콘텐츠를 셋탑박스(Set Top Box; 이하 STB)까지 전달하는 망 사업자(Network Operator; 이하 NO)가 있다. 5단계는 망을 통해 받은 영상 신호를 구현하는 STB 기기 제조사들이 있다. STB는 코덱, UX 등 대부분 SO와 NO 환경에 종속적인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6단계가 STB를 통해 구현된 영상이 보여지는 스크린을 만드는 TV 제조사들이 있다.
1990년대까지 TV 시청은 집 밖 안테나를 통해 수신된 지상파 영상신호를 TV 튜너로 받아서 구현하는 화면을 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TV 영상은 지상파를 송·수신하기 때문에 소수의 채널에 한정될 수 밖에 없었다. 지상파는 TV 영상 유통권(Distribution)을 통해 제작사 등을 제어했으며, 송·수신되는 영상에 대한 기술 표준은 국가 또는 지역차원에서 결정했다. 그래서 TV 제조사는 기술 표준에 따라 TV를 제조해서 판매하면 되었고, 소비자는 안테나 선과 TV 튜너를 연결하기만 하면 되었다.
2000년대부터 디지털화 및 인터넷의 확산과 함께 유선망을 통해서 영상이 송·수신될 수 있게 되면서 망을 기반으로 한 유료방송(Pay TV) 사업자들이 TV 영상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지상파 방송사들의 채널 외에도 더 다양한 PP들로부터 프로그램을 공급받아 더 다양한 채널들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TV 시청자들은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셋탑박스(Set Top Box; STB)를 통해 TV 영상을 공급받아 TV로 시청하는 것이 일반적이 되었다. 한국의 경우 유료방송 가입자 수가 90%를 넘어서는 등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망과 고객 접점 장악을 통해 현재는 TV 시청 환경을 장악하고 있다.
2010년 초고속 인터넷 망이 확대되면서 망의 품질·속도에 대한 제약이 망과는 독립적으로 채널들을 소싱 또는 구성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System Operators; SO)들이 생겨 났다. 이들을 OTT(Over The (set)Top) 사업자로 부르는데, 망 사업자에 상관없이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를 제공한다. 미국에서는 넷플릭스(Netflix), 훌루(Hulu) 등이 있으며, 국내에는 티빙(Tving), 푸크(Pooq)가 있다. 유튜브도 광의의 의미에서 OTT 사업자로 볼 수 있다. 아직까지 OTT 서비스 가입자는 유료방송 서비스 사용료가 높거나, 적극적으로 영상 콘텐츠를 시청하는 경우가 많다.
2. TV 시청자들은 연결을 기반으로 스마트 시청 환경을 이미 즐기고 있음.
앞서 살펴본 것처럼 TV 영상 콘텐츠가 전달되는 과정 내 이해 관계자들과 사업 환경의 변화가 이미 생겼고 진행되고 있다. 이들 변화와 맞물려 소비자들의 TV 시청 환경도 변화하고 있다. 그 촉발점이 스마트폰의 확대라 볼 수 있는데, 사용자들은 스마트폰(태블릿PC 포함) 확산과 함께 TV의 기능을 앱으로 다양항 스크린에서 시청하거나 TV를 보면서도 다양한 기기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그림2] TV 시청 경험 구성 요소
TV 시청 경험을 구성하는 요소로는 [그림2] 와 같이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TV의 본질적인 기능으로 TV가 가진 영상을 보여주고, 소리를 잘 들려주고, 가정 내 인테리어 기능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둘째는 부가적 기능으로 코덱 등을 포함한 영상 플레이어, 이제 STB 연결 환경에서는 튜너 및 3D 구현 기능 등이 있다. 3D 구현 기능은 콘텐츠가 모두 3D가 되면 본질적인 기능에 포함되겠지만, 활성화 되기 어려운 현재의 환경에서는 부가 기능이 될 수 밖에 없다. 셋째 스마트 기능은 BD(Blue-ray Disc) 플레이어, 유료방송 사업자의 콘텐츠를 구현하는 STB, 애플TV 등 스마트TV 등 컴퓨팅 기능을 포함한 기기들의 기능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넷째는 연결을 통한 시청 경험 확대를 지원하는 것으로 스마트폰, 태블릿PC 및 노트북PC 등 모바일 기기들이 담당한다.
TV를 시청하면서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는 경우 약 80% 정도의 시청자가 TV 콘텐츠와 독립된 e-mail, SNS 등을 하는 것으로 구글의 연구에서 알려졌다. 그러므로 시청 경험을 풍성하게 하는 모바일 기기들은 너무 TV 콘텐츠에 특화되어서도 안되지만, TV 사용을 편리하고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림3] 멀티 스크린 시청시 사용자 행태
3. 연결 기능과 TV의 본질에 충실한 가벼운 TV
스마트 기능은 TV 밖으로 나와야
[그림2]에서 보듯이 스마트 기능은 선도 TV 제조사들이 주도하는 스마트TV와 애플 등 제조사들이 제공하는 스마트 박스(Smart Box)가 중복된다. 그리고 최근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자신의 STB에 구글 안드로이드OS를 채택하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STB과도 중복된다. 이 경우 스마트TV처럼 스마트 기능이 TV 내에 포함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나눌 수 있다. TV 교체 주기가 원래 7~10년, 최근들어 빨라져서 5~7년일지라도 1.5~2.5년 사이가 교체주기인 스마트폰이 이끄는 ICT 주기를 TV가 쫓아갈 수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스마트TV보다는 스마트박스 또는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STB 등 TV 에서 스마트 기능이 분리되는 것이 더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스피커를 TV에서 분리시키는 방안도 고려해 봐야
TV를 시청하다보면 좀 더 풍부한 음향을 듣고 싶을 때가 있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여 음악을 듣거나 영상을 보다가도 마찬가지다. TV 안에 있는 스피커는 풍부한 음향에 대한 니즈를 만족시키지 못하거나, TV가 꺼진 상태에서는 사용 못한다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이미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사용이 늘어나면서 분리형 스피커에 대한 수요와 사용도 늘어 났다. 향후 더 많은 사용자들이 멀티 스크린 환경에서 음악을 듣게 될 것인데, 이 경우 더 다양한 기기들이 스피커를 사용할 수 있도록 스피커를 TV 속에서 꺼내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 봐야 한다.
가벼운TV는 TV 본연의 기능에만 충실한 TV
아래 [그림4]에서 보듯이 가벼운TV는 부가적 기능들을 빼고 화질과 디자인에 집중한 TV가 될 것이다. 부가적인 기능은 많은 경우 스마트 기능을 하는 유료방송 사업자 STB, 스마트 박스, 게임 콘솔 등에서 잘 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TV를 통한 동작인식이라는 부분도 굳이 내재화될 필요가 없다. 관련 활용성이 높은 게임콘솔도 필수 주변기기로 함께 판매하기보다는 필요한 소비자들만 구매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준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그림4] 가벼운TV
가벼운 TV여도 사용자들이 이미 보유하거나 개별 취향에 따라 최적화된 스마트 시청 환경을 잘 활용할 수 있기 위해서 유료방송 사업자 STB, 스마트 박스, 게임 콘솔 과 잘 연동될 수 있는 호환성 (Connectivity)은 필수이다. 여기서 음향을 담당하는 스피커는 디자인과 사용자 환경에 맞게 TV에 포함될 수도 밖으로 빠져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글 : 신동형
출처 : http://goo.gl/nWM9F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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