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능력과 사고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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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접한 “왜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가?”는 질문에 대한 대답 중, 가장 흔쾌히 동의할 수 있었던 대답은 “세상의 가치있는 정보와 지식 대부분이 영어로 기술되어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어떤 이유에서건, 한글로 기술된 것보다 좀 더 자세하고 세밀한 정보와 지식들이 영어로 기술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영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은, 더 좋은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능력으로 연결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세상의 가치있는 정보와 지식을 취득할 수 있는 기술”은 공부하고 익혀야 할 대상이 되는 셈이다. 그리고 현재 인류에게 이런 의의를 본질적으로 충족시켜주고 있는 행위는, 바로 인터넷을 통한 ‘검색’일 것이다. 인류 역사상 이렇게 일개 개인이 수많은 정보로 순식간에 접근이 가능했던 적이 없다. 스마트폰등이 쥐어진 근래에는, 장소나 시간의 제약도 없이, 정보의 바다에 뛰어들 수 있다. 검색을 잘 하는 법을 익혀야 할 근거는 충분한 셈이다.

그런데 사실 상당수의 사람들이 놀라울 정도로 검색을 잘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검색 결과 첫 페이지 첫번째 검색결과로 나올법한 내용을 찾지 못해 헤매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보게 된다. 이들이 소모하는 시간 낭비와, 전력소비는 사회적 비용이니, 검색을 잘 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면 되나?

오히려 문제는 더 근본적인 것이 아닐까 싶다. 애초에 검색을 잘 못하는 것이 검색어를 입력하고 버튼을 누르는 방법을 몰라서 때문은 아닐 것이다. 물론 세부 검색 설정이나, 기호 표시등을 아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내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정의하고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러한 세세한 스킬은 거들 뿐이다. 결국 사람들의 검색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정의하고, 그것을 설명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결국 검색을 못한다는 건 총체적 사고 능력의 부족일 수도 있다.

이건 국어 교육이 담당해 주어야 할 영역이 아닌가 싶은데, 세태를 보면 교육이 썩 효과적으로 동작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나는 학교 숙제를 하기 위해 더운 여름날 도서관으로 찾아가, 제목만으로 막연히 도서를 찾아 내용을 뒤적거리고, 원하는 내용을 겨우 찾으면 뜨거운 복사기를 눌러 복사해야 했던 십수년 전의 기억을 갖고 있다. 그 때보다 우리가 그다지 더 스마트해지지 못했다면,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글 : 이충엽
출처 : http://goo.gl/yMPF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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