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넷플릭스에 점점 볼만한 컨텐트도 없어져 가는 마당에 개인화가 무슨 소용이냐는 비판이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전략은 모든 라이브러리를 다 갖춘 온라인 비디오 대여점이 되는 것이 아니라, HBO 같은 TV 네트워크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과학으로서의 개인화는 아직 부족하지만 계속 발전해가야 할 기술이다.
78,897가지의 넷플릭스 장르를 발견한 알렉시스 매드리걸(Alexis Madrigal)의 유레카 글을 비판하면서, 넷플릭스의 컨텐트 수급 문제와 개인화에 대한 펠릭스 새몬(Felix Salmon)의 회의적 글이 로이터에 올라왔다. 실은 심하게 공격적이다. 매드리걸의 글을 ‘말로 다 형언할 수 없는 넷플릭스 기술과 시스템화에 대한 경외의 글(Awestruck Narratives About Netflix’s Technology and the Systematization of the Ineffable)’이라며 비아냥대고 있다. 여기에 존 그루버(John Gruber)도 넷플릭스에 볼 게 없다는 식의 동조 분위기의 포스트를 올리면서 이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매드리걸의 발견에 대해 흥미로움을 느끼며, 의견의 글을 썼던 입장에서, 새몬의 글에 대해서도 의견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넷플릭스를 직접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그쪽의 분위기를 완전히 파악하긴 힘들다. 하지만 한번 부지런히 쫓아가 보자.
내 지난 글의 결론은 이런 것이었다.
결국, 개인화라는 것은, 그저 독립적인 기술 플랫폼만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컨텐트 라이브러리와 요금제(컨텐트 접근성)가 전략적으로 삼위일체가 되어야 가능하다.
나의 의견은, 흔히 ‘개인화’를 기술 키워드만으로 생각하게 되는데, 컨텐트와 요금제 등 종합적인 전략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새몬의 비판 글은, 넷플릭스의 요금 정책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컨텐트 수급 전략은 실패할 것이라 주장한다.
넷플릭스의 큰 문제는, … 가입자들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컨텐트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모든 메이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스트리밍 권리를 사려고 시도할 수는 있겠지만, … $7.99 월정액으론 절대 메울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개인화라는 것도 컨텐트 접근성 면에서 진보된 것인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말하자면, 내가 언급했던 컨텐트, 요금제, 개인화 기술의 세 꼭지를 모두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요는, 넷플릭스는 가입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컨텐트를 더는 보여줄 수 없게 되리라는 것이다. 아마존은 지역 서점보다 더 많은 책을 갖고 있지만, 넷플릭스는 지역 비디오 점보다도 못한 라이브러리를 갖고 있을 것이라는 비유도 한다.
원래 넷플릭스의 별점 예측 시스템에선 볼만한 것을 잘 추천해 주더니, 복잡한 개인화 시스템이 뱉어내는 평범한 컨텐트들은 볼 게 없다는 말도 하면서, 이것이 개선인지 확신할 수 없다고 한다. 굉장한 영화관이 아니라 평범한 TV로 전락한 마당에, 아류 라이브러리에서 컨텐트를 개인화해 봐야 무슨 소용이냐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미스터 새몬은 초기 넷플릭스의 팬이었다가 찾는 영화가 점점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마당에, 매드리걸의 개인화 칭송 따위가 다 무슨 소용이냐고 볼멘소리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결론이 무엇인가. 넷플릭스는 나쁘고, 차라리 아이튠스가 낫다? 그래서, 넷플릭스는 망할 것이다?
한국에선 넷플릭스를 쉽게 접할 수 없으므로, 그쪽 분위기를 100%로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나는 새몬의 주장에 반대한다. 물론 새몬의 지적은 대부분 상황을 올바르게 보고 내린 판단이다. 하지만 비판의 방향이 좀 우습다. 일개 고객의 입장에서 불만을 얘기했을 뿐이라면 더 할 말은 없지만 말이다.
우선 컨텐트 라이브러리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넷플릭스는 비디오계의 아마존이 되어야 하나? 이 불만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애초 넷플릭스가 DVD 대여로 사업을 시작했으니, 초기부터의 고객이라면 지금의 스트리밍 라이브러리가 성에 안 찰 것이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대대적으로 오리지널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으며, 자신의 경쟁자는 HBO라고 계속해서 말해오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 보자. 새몬 씨가 안타까워하는 바이지만, 넷플릭스는 온라인 비디오 대여점이 아니라 HBO 같은 TV 네트워크가 되고 싶어 한다. 이렇게 질문을 해보면 되겠다. HBO에는 가입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모든 영화가 다 있나? 애석하게도 새몬 씨가 넷플릭스에 바라는 점은 넷플릭스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다. 넷플릭스는 (유튜브와는 달리) 비디오의 모든 것도 아니고, 그렇게 되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별점 예측에서 진화한 넷플릭스의 복잡한 개인화 시스템이 과연 개선이냐는 반문도 생각해 보자. 그 답을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한때 백만 달러의 상금을 내걸기도 했던 별점 예측만으론 개인화 수준을 개선할 수 없다는 명백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화 시스템을 복잡하게 진화시켜왔다는 것이 진실이다. 그 노력의 결과는 넷플릭스가 공개한 바와 같다.
새몬 씨의 경우, 그간 별점 피드백을 충실해 해왔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추천이 꽤 정확도가 높았을 수는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스스로 밝히는 성향과 실제 소비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 넷플릭스의 설명이다. 물론 사람마다 성향은 다 다르다. 평균은 개인화의 반대 아닌가. 그게 ‘미묘함’을 극복하지 못하는 개인화의 한계일 순 있다.
하지만 개인화는 엄밀히 말하자면 인공 지능 과학이다. 개인화가 개인의 취향을 완벽히 알 수 있느냐는 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렇다면 개인화는 쓸모없는 기술인가? 이 질문을 이렇게 치환해 보자. 인공 지능 로봇이 정말 인간과 유사해질 수 있느냐는 반문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로봇은 쓸모없는 기술인가?
넷플릭스 개인화는 컨텐트 라이브러리, 요금제, 기술이 아우러진 거대한 실험이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누구도 하지 못했던 과업을 누구보다도 잘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그 도전 가치는 위대하다. 어디서 누가 좋다고 추천해 준 영화를 넷플릭스에서 찾아볼 수 없다고 해서, 과연 넷플릭스는 망할 운명인가? 생각해 보라. 과거 당신이 그 컨텐트를 알게 된 대부분의 추천 경로는 아마 ‘마케팅’의 힘이었을 것이다. 거기에 머물러 있는 것이 그리 미래 지향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새몬 씨에겐 우선 계속 아이튠스 비디오 점을 애용하시라 권하고 싶다. 하지만 새몬 씨 자신이 표현했듯, ‘넷플릭스가 우리 모두를, 별 차이도 없는 것들의 끊임없는 스트림을 소비하는 젊은 애들로 바뀌길 원한다’는 말의 뜻을 스스로 잘 이해하길 바란다. 그 젊은이들이 바로 다음 세상이다.
글 : 게몽
출처 : http://goo.gl/Qb1x1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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