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관한 가장 위대한 명언을 꼽으라면 필자는 항상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을 하며 유식한 척을 한다. 항해하듯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에 ‘여행’이 지닌 의미에 대해 정확히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신선한 자극이 아니면 반응하지 않는 인간의 뇌에 ‘여행’만큼 새롭고 강한 자극이 또 있을까. 모든 순간이 ‘장기 기억’으로 저장되는 이 진기한 순간을 위해 꼬박꼬박 모아 둔 장기 적금을 해지하는 직장인도 적지 않다.
여기, 장기 적금 해지의 장본인들이 있다. 바로 ‘여행박사’다.
보통 ‘박사’라 하면 안경 쓰고 공부만 하는 샌님을 떠올리기 쉽지만, 요즘 박사들은 그렇지 않나 보다. 묵직한 안경보다 시원시원한 선글라스가 어울리는, 조용하고 따분한 도서관 형광등 보다 시끌벅적한 거리 네온사인이 잘 어울리는 ‘박사’들의 이야기를 지금 시작한다.
“투표는 총알보다 강하다.”
아브라함 링컨은 ‘투표’라는 행위를 사람의 몸을 뚫고 솟구쳐 나가는 ‘총알’보다 강하다고 표현한 적이 있다. 이처럼 ‘투표’는 ‘민주주의의 꽃’ 이라 불릴 만큼 오랜 역사 속에 굳어져 온, 민주주의 이념 아래 시민의 가장 강력한 의사 표현 방식이다. 시민은 ‘투표’를 통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내기도 했고, ‘자유’라는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이념을 실체화 하기도 했다.
여행박사의 직원들은 자신의 상사를 ‘투표’를 통해 뽑는다. 직선제 방식을 이용한 이 강력한 제도는 ‘팀장’급 이상이라면 누구나 해당된다. 누구든 승진을 하려면 투표 과정을 거쳐야 하고, 취임에 성공한다고 해도 1년마다 ‘재신임’의 투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팀장 첫 승진은 50%의 투표, 그리고 재신임은 60%, 삼신임은 70%의 찬성을 받지 못하면 직급이 한 단계 내려간다. 심지어 CEO라고 해도 재신임 투표는 피해갈 수 없다.
과연 실효성이 있을 지 의문을 갖는 독자들을 위한 첨언을 하자면, 기존 회사 창업자인 전 CEO 신창연 씨(현 CEO 직무대행)도 올 11월 재신임 투표를 통해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자신이 80%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사퇴할 것을 공언했다. 그 결과 지지율이 79.2%에 머물자 결국 사퇴했다. 현재는 29세의 주성진 전 일본팀장이 과반수 지지를 얻어 신임 CEO가 되었다.
(주 대표의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CEO편’ 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 오피스와 CEO 편 바로가기
대통령 선거 당시 ‘직원 100% 모두가 투표를 하면 50만원 용돈을 쏘겠다.’ 공언한 바 있는 여행박사는 해외 출장 중인 직원까지도 귀국하여 투표를 하여 100% 완료를 하자 그 공약을 지키기도 했다. 그만큼 직원들이 민주적인 의식을 갖는 것을 중요시한다.
“담배를 잡은 손은 이길 수 없습니다.”
아마 여행박사에서는 ‘가위바위보’ 조차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여행박사에서는 ‘금연’만이 살 길이다. 금연자가 아니면 회사 입사 자체가 힘들 뿐더러, 금연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장치들이 있다. 바로 ‘불시 소변+모발 검사’이다. 불시에 소변, 모발 속 니코틴 성분 검사를 실시한다. 이것이 회사 건물 뿐 아니라 집이나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에서도 ‘전면 금연’을 할 수밖에 없는 장치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담배는 몸에 해롭기 때문이다. 몸에 해로운 담배를 계속 쥐고 있는 한 건강한 생각과 건강한 업무를 할 수 없다. 여행박사 일본팀의 유병찬 사원은 “처음 입사 지원 때부터 흡연자를 뽑지 않았다. 난 원래 흡연자였는데, 꼭 들어오고 싶은 회사여서 큰 결심을 했다.” 며 “결국 내 자신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 지독하지만 멋있다.
그렇다. 저게 바로 법인카드다. 저게 왜 직원들 손에 있냐고?
여행박사 라면 당연한 일. 여행박사에서는 모든 직원에게 법인카드를 발급한다. 어디서든지 직원들 기 죽지 말라는 것이다. 직원들 역시 여행사 특성상 영업과 관련된 업무가 많은데 법인카드 덕분에 자신감 있는 영업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여행박사 안두산 팀장은 “다른 회사는 임원진 위주로 법인카드를 주는데, 우린 입사 시작부터 발급한다.” 며 “회사에서 나를 믿어 준다는 자부심이 느껴진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독한 면 뒤에 부드러운 면도 있는 듯?
대한민국은 자본주의다? 민주주의다?
No, ‘외모지상주의’다.
여행박사도 이런 사회 기조(?)를 사내 복지 제도에 성실히 담고 있다. 여행박사의 성형수술, 미용수술(시술), 치아교정, 시력교정 시 본인 부담금의 50%를 지원받는다. 재직 중 3회 한도, 연 100만원 이하 라는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외모에 관심이 많은 외모덕후(?)인 직원들은 가장 쏠쏠한 복지 제도 중 하나이다. 특별히 거창한 성형수술이 아닌 피부과 트러블 치료와 같은 단순 시술도 지원해 주기 때문에 더 실용적이다. 실제 시술비 지원을 받은 적이 있는 A 모 사원은 “우리 회사에 다니면 슈렉 피오나 공주도 전지현이 된다. 나도 지금은 예쁘지만 당시엔….” 이라며 소감을 전했다.
사실 최근 들어 해외로 가는 워크샵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서 해외 워크샵을 많이 준비하곤 한다.
하지만, 가족들이 출동한다면 어떨까?
230명이 넘는 여행박사들은 전사적으로 가족들과 함께 워크샵을 간다. 동반 2~3인 참여로 무려 600여명의 인원이 해외로 워크샵을 다녀 왔다.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북경, 청도, 상해, 일본 각 지역으로 거의 매해 떠나 왔다.
뿐만 아니라, 직원 건강에 대한 지원 체계도 원빈 이목구비만큼 잘 짜여져 있다. 3일 이상 입원 치료 및 수술 시 연간 500만원 한도로 비용이 지원되며, 사내에 체력 단련실을 운영하고 있다. 체력 관리의 일환으로 연 6회 이상 마라톤 대회 참여 후 가장 좋은 기록 6개 (10km 평균기록 남자 47분, 여자 57분 달성 시 100만원 / 1분 단축마다 100만원 추가 포상. / 단, 중-고교 육상선수 출신 제외)를 두고 포상을 하기도 한다. 마라톤 대회에 참여했던 한 여성 여행박사는 “젊어지는 기분”이라며 기쁨을 표했다.
이렇듯 여행박사는 늘 이념이나 형식 바깥에서 승부하고 있다. 쓸데없는 형식을 고집하는 대신 직원마다의 사정을 신경 써 주니 매출도, 효율도 오르는 것이다. 늘 말하지만, 직원은 회사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존재다. 직원을 위하지 않는 회사에는 회사를 위해 일할 직원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글 : 오피스N 김봉사
영상 및 사진 취재 : 오피스N (http://office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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