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장 뜨겁게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을 꼽는다면 비트코인(Bitcoin)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가상화폐를 빼놓을 수 없을 듯하다. 영국 타임스는 “추상적인 관점에서 비트코인은 가장 완벽한 돈”이라고 평가했고, 독일정부를 비롯하여 국가적으로 비트코인을 화폐나 금융상품으로 공식인정하는 곳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미국 연방준비은행 벤 버냉키 의장이 비트코인을 긍정적으로 인정하는 발언 등이 나오면서 그 가치가 빠르게 오르기도 하였다. 물론 이후 중국정부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발표를 하면서 가치가 급락하기도 했지만, 다시 안정세를 찾고 있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이 뭘까? 흔히 디지털 가상화폐라고 하는데, 기존의 가상화폐와는 달리 발행하는 곳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비트코인을 얻는 방법은 고성능 컴퓨터를 돌려 복잡한 수학 연산 문제를 풀거나, 거래를 통해서 확보해야 한다. 2140년까지 2100만 비트코인으로 발행량이 제한되어 있어서 기존 화폐의 가장 큰 약점인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 강력한 암호화 기반기술을 중심으로 설계가 되어 기술적으로는 매우 안전한 기술이다. 이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하려면 컴퓨터 기술에 대해서 설명해야 하는데, 이는 이 글이 이야기하려는 수준을 넘어가므로 그냥 안전한 암호화기술에 바탕을 둔 중앙통제가 불가능한 전 세계에서 활용가능한 디지털 화폐 정도로 알아두자.
비트코인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기존의 가상화폐들처럼 일부 사람들에게나 쓰이는 그런 수준의 디지털 화폐로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인터넷처럼 처음에는 일부의 사람들에게만 쓰이다가 전 세계의 사람들의 공용 인프라가 될 정도의 혁명적 변화를 일으킬 것인가? 이를 어느 정도라도 예측하기 위해서는 화폐의 역사와 본질에 대해서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화폐의 역사와 본질
인간이 수렵채집 생활을 할 때에는 화폐라는 것이 없었다. 각각의 부족들은 자신들이 필요한 거의 대부분의 것들을 채집하고 사냥을 했으며, 만들어서 생활을 하였다. 그렇기에 무엇을 사거나 파는 행위자체가 별로 필요없었다. 대부분의 경우 어떤 대가를 바란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돕는 상부상조의 정신으로 유지되었다. 물론 이렇게 부족들의 상부상조나 물물 또는 서비스 교환을 통해 얻을 수 없는 희귀한 물품은 낯선 사람들 또는 부족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얻을 수 있었는데, 이 때에도 결국 상호간의 합의를 통한 교환이 쉽게 이루어졌다. 이렇게 인류는 수만 년을 별다른 불편없이 살아왔다.
그러나, 농업혁명이 시작되고 약 5천년 전부터 조금씩 커다란 도시와 왕국이 발달하고 도로 등의 교통인프라와 수레와 마차, 커다란 배 등이 발명되면서 서서히 상황이 바뀌기 시작하였다. 도시가 발달하면서 처음으로 신발만 만들거나, 목수로 일을 하거나 옷을 만드는 등의 전문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런 전문화는 예기치 못한 문제를 불러왔는데, 도시에서는 작은 부족일 때와는 달리 신뢰라는 것을 바탕으로 아무런 조건없이 서로를 돕는 행위가 나타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공정한 교환을 할 수 있는 규칙이 필요하게 되었다. 물물교환이나 서비스 교환의 방식으로는 각 개인이 처한 상황과 거래가 되는 물품의 종류 등이 워낙 다양했기 때문에 매우 복잡한 협상과정을 거쳐야 했고, 교환을 공정하게 중재하는 사람들은 너무나 복잡한 교환가치와 비율에 대해서 알아야 했다. 이런 불편이 화폐라는 것의 탄생을 촉진시켰다.
화폐는 사실 첫 번째 동전이 발명되기 훨씬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어떤 사회에서는 조개껍질이 그 역할을 수행했으며, 소금, 가죽, 콩, 비단, 보리 등과 같이 정말 다양한 화폐가 등장하였다. 화폐로 이용되는 것들의 일반적인 특징은 뭘까? 사과나 생선 등은 화폐로서의 가치를 가지기가 어렵다. 보관하다가 쉽게 상하고, 변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나치게 크고 무겁다. 화폐로 삼기 쉬운 것은 잘 변하지 않으며, 휴대가 간편하고, 크기나 무게가 균일해서 계량하기가 쉽고, 지나치게 쉽게 누구나 생산해서 공급할 수는 없어야 한다.
화폐의 역사에서 금속화폐가 대세를 오랫동안 차지한 것은 금, 은, 동, 철과 같은 금속이 위에서 언급한 내구성, 이동성, 희귀성 등이 다른 것들보다 우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속화폐의 경우에도 일일이 무게를 달아 교환한다는 것은 번거로웠고, 금과 은의 경우에는 순도가 달라지는 것을 제대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등장한 것이 바로 주조화폐로 주형을 만들고 금속을 녹여서 부어 만들었는데, 국가에서 품질과 발행량을 조절하게 되면서 전 세계에서 금화와 은화가 쓰이기 시작했다. 특히 스페인이 신대륙을 발견하면서 남미의 대규모 은광에서 채취한 은으로 만든 은화는 전 세계의 통화량을 크게 늘렸고, 이를 이용해서 자본주의가 번성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주조 금속화폐도 여러 정부에서 제조원가를 낮추기 위해 액면가보다 적은 주조화폐들이 대량으로 발행하면서 전 세계에서 이를 믿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나온 제도가 일정한 순도의 주조화폐를 바꿀 수 있는 태환지폐를 사용하자는 본위제도이다. 금을 본위화폐로 하면 금본위제도라고 하고, 은을 본위화로 하면 폐면 은본위제도라고 한다. 17세기 영국에서는 세공업자들이 일정량의 금을 보관하면서 발행한 예탁증서가 유통되었는데, 이것이 화폐의 기능을 하기 시작했다.
18세기에는 민간은행 설립이 붐을 이뤄 민간은행이 발행한 예금증서인 태환지폐가 난립하자 이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1833년 영국에서는 영국은행의 은행권에 법적인 지위를 부여했다. 1844년에는 발권능력을 영국은행에만 허용하면서 영국은행이 정부의 은행, 은행의 은행, 발권은행이라는 3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현대적인 모습의 중앙은행으로 탄생하였는데, 이런 방식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오늘날 대부분의 나라들의 중앙은행 제도의 근간이 되었다.
20세기 들어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과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부침으로 더 이상 금태환을 중심으로 하는 금본위제를 지탱할 수 없었던 미국이 중심이 되어 금본위제를 폐지하고 각 국가별 관리통화 체제로 바뀌면서 각 국가가 통화량 조절을 통해 통화 신용정책을 수행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핵심기능이 된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우리가 그렇게 철썩같이 믿는 동전이나 지폐라는 화폐가 전 세계의 경제규모를 얼마나 설명하고 있을까? 니알 퍼거슨에 따르면 2006년 전 세계에 존재하는 현금의 규모는 473조 달러 정도라고 한다. 아마도 현재는 500조 달러가 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전 세계에 유통되거나 보관된 동전과 지폐를 모두 모아보면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불과 50조 달러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450조 달러가 넘는 돈이 단지 은행의 계좌에 표시만 되는 것들이다. 컴퓨터 스크린과 컴퓨터 서버에 가상적인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 양이 90%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비트코인과 솔직히 뭐가 다른가?
비트코인의 미래는 결국 사람들의 믿음의 수준에 달렸다
현재도 돈의 이동이 이루어지는 것은 대부분 은행들의 비트의 이동에 의한 거래일 뿐, 물리적인 지폐나 동전의 교환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컴퓨터들이 그런 거래를 승인하고, 모두가 그것을 믿는 것 뿐이다.
지난 연말에 미국에서 미국정부가 파산하지 않기 위해 의회에서 부채한도를 증액을 통해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는 뉴스가 있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결국 컴퓨터를 이용해서 미국의 화폐발행 수치를 높이고, 이것을 사용할 수 있게 승인한 것에 불과하다. 실제 달러는 발행되지 않았다. 이렇게 전자파일이나 데이터에 불과한 전자화폐를 이용하는데 우리는 어느 누구도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그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지도 않는다. 그것이 조개껍질이든, 소금이든, 단지 종이쪼가리든 문제가 될 것은 없는 것이다. 단지 사람들이 얼마나 상호신뢰하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지가 그 화폐가 이용될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
만약 모두가 원하지 않는 것이라면 그것은 화폐가 아니다. 짐바브웨의 수 조 달러 지폐는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것은 화폐로서의 가치를 잃은 것이다. 사람들은 다른 모든 사람들이 항상 그것을 원한다는 것을 알고, 그것으로 무엇이든 교환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원하는 것이다. 결국 비트코인의 미래는 전 세계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가치를 믿어주고 원하느냐에 달렸다.
최근의 국내 카드사들의 개인정보 유출로 인해 국민들이 불안을 느낀다면 이는 국내 카드사들이 운용하는 가상의 신용화폐에 대한 믿음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런 경우 되려 내 전 재산이 나의 잘못도 아닌데 중앙집중적으로 관리되는 상황때문에 털릴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기보다 완전히 분산되고 암호화된 비트코인을 더 신뢰하고 이를 보유하거나 거래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하면 그것이 이상한 것일까?
개인적으로 현재의 비트코인의 상태는 짐바브웨나 동유럽 국가의 중앙화폐의 신뢰수준은 넘어섰다고 본다. 아직 달러나 금에 대한 믿음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듯하다. 그렇기에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그러나, 중국정부의 불허결정에도 잠시의 출렁임이 있었을 뿐 빠르게 그 가치를 다시 되찾아가는 과정이나, 단점을 보완하는 수 많은 서비스나 생태계가 등장하고 있는 점을 볼 때 개인적으로는 인터넷과 같은 또다른 혁명적인 변화를 끌어낼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싶다.
글 : 하이컨셉
출처 : http://goo.gl/AJKqt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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