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경영학 공부를 하기에 앞서서 인문학 공부를 하라고 학생들에게 이야기한다. 그러면 많은 학생들이 도대체 인문학 공부를 하라는 것이 무어냐며 반문할 때가 많다. 철학책을 읽거나 수업을 듣는 것인지, 아니면 고전 문학작품을 많이 읽으면 인문학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동양사, 서양사, 미술사 등등을 꿰고 있으면 인문학을 공부한 것인지. 도통 모르겠다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다.
내가 생각하는 인문학적인 능력이란 읽고, 말하고, 듣고, 쓰는 능력이다. 인문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 사람(人)과 글(文)이다. 즉, 글을 읽고, 말을 하고, 남의 의견을 듣고, 그것을 자신의 생각으로 옮겨서 다시 글로 쓸 수 있을 때 인문학 공부를 한 바퀴 돌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네 가지 능력은 마치 습관처럼 갈고 닦아야 하기 때문에 한번의 연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평생을 습관처럼 달고 살아야 계속 그 능력이 유지되고 발전되는 것들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그 중에서도 많이 배우고, 돈도 많이 버는 사람들이 얼마나 말하고 읽고 듣고 글 쓰는 것에 인색한지에 대해서 가끔 현기증이 날 때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독서량은 미국, 일본은 물론 중국에도 한참 뒤져 있다. 그렇지만 놀라운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즐겨보는 오락 프로그램의 한 회당 자막의 분량이 거의 얇은 책 한 권 수준이라고 한다. 그렇게 책을 읽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이 모든 독서량을 오락프로 자막에 빼앗긴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TV를 좀 더 끄고, 책을 좀 더 열어야 할 텐데, 요즘 지하철을 타 보면 책을 읽는 사람이 없다.
오마하의 현인이라고 불리는 워렌 버핏 같은 투자가의 경우 너무나 독서량이 많아서 그의 자녀들은 어렸을 때 자신의 아버지가 투자가인줄 모르고, 저널리스트쯤 되는 줄로 생각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만큼 경영에 있어서도 많은 다양한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나가는 것이 필수적인 과정 중에 하나이다.
책을 읽거나 삶을 살면서 느낀 점이 있을 때 글로 옮겨 보는 것은 진실로 중요한 삶의 한 과정이다. 사실 학문 분야 중에서도 경영학처럼 세상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큰 학문도 없지만, 경영학을 공부한 사람들은 특히 더 매우 바쁘거나, (학술지를 제외하고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글을 쓰실 시간이 없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교수님들 중에서는 조.중.동 처럼 ‘급’이 되는 곳에만 글을 쓰시거나, 본인의 생각이 너무 세상에 노출되어 공격받을 것이 두렵거나, 혹은 돈을 안주면 글을 안 쓰시는 분들도 많으시니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예컨대 우리 경제계를 이끄는 대기업 회장님들, 혹은 그들의 자녀 분들이 읽기/듣기에는 적극적인지는 모르겠으나, 말하고 글 쓰는 모습을 본 적은 없는 듯 하다. 어디까지나 신비감에 쌓여 있기만 하다. 그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많은 루머와 오해가 있으며,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들을 마치 중세에 평민들이 귀족의 삶에 대해서 상상하듯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안타깝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다. 지금은 정치인이 되었지만, 과거에 안철수씨가 일주일에 한번 자신의 회사 홈페이지에 글을 쓰는 것을 시작하자 많은 언론에서 현역 CEO가 칼럼을 연재한다며 주목했다고 할큼 우리나라의 경영자 중에서는 글쓰기에는 인색하신 분들이 많다. 아마도 읽고 듣기에 집중하시느라 바쁘기 때문이리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스티브 잡스에 매우 열광했던 이유도, 우리 주변에서는 이렇게 말하는데 능숙한 비즈니스 리더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오바마 대통령을 보면 가장 부러운 것은 그가 젊은 대통령이거나 더 청렴한 대통령 이라는 점이 아니다. 가장 부러운 것은 그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그의 책을 읽을 때 더욱 그렇고, 그의 연설을 들을 때 더더욱 그렇다.
미국에 유학하면서 미국인들이 읽고 말하고 듣고 글쓰기에 부러움을 느꼈을 때가 많다. 더 능숙한 이유가 서구의 문화 자체가 동양에 비해서 구두 커뮤니케이션(verbal communication) 중심적이고, 연설(speech)을 숭상하고, 상호 작용(interaction)에 가치를 두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그 다양성이 존중되다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둔 교육이 초/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이러한 능력들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는 느낌이다.
미국의 이런 교육의 초점이 전 세계의 스탠다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우리가 이런 부분에 부족함을 갖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자꾸만 아이들을 꽉만힌 독서실에서 국/영/수 중심의 공부를 하도록 혼자만의 세계에 몰아 넣기 보다는, 반대로 아이들을 자꾸만 광장으로 내보내서 서로 상호작용(interaction)을 하며 토론과 협상을 가르치고, 문학과 연설을 가르쳐서 더 상대방의 논리와 감정과 처지와 차이를 이해할 줄 아는 아이들로 가르쳐야 한다. 그런 사람들이 결국에는 훌륭한 경영자로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토크 콘서트’라는 형식이 한국에서 유행이었다. 사실 토크 콘서트는 다름 아닌 “대화”이다. 한국에서도 슬슬 말하기와 글쓰기의 능력이 존중받고, 소통을 위해서 꼭 필요한 능력으로 손꼽히는 것 같아서 반갑다. 아직은 ‘토크 콘서트’라는 정체불명, 국적불명의 말로 묘사되고 있지만, 이런 소통의 문화 자체는 앞으로는 더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경영의 많은 부분은 사람에 대한 이해와 소통이기 때문에 인문학을 익히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나는 인문학이라는 것이 굳이 어려운 고전을 읽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이 어떤 책이든지 자신의 마음 가는 책들을 많이 읽고, 그 내용에 대한 생각을 글로 적어보고, 주변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바로 경영학을 위한 인문학 기초 다지기라고 생각한다.
글 : MBA Blogger
출처 : http://goo.gl/2Yp4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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