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제법 사그라든 것 같지만, 한때 블로그나 소셜 미디어를 일컬어 시끄러울 정도로 들려왔던 ‘1인 미디어’라는 표현이 기억난다. 그러나 유행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도 의미 그대로를 담았던 담백한 단어가 아닐까 싶다. 블로그는, 그리고 그를 뿌리삼아 개화한 각종 소셜미디어는, 한 개인이 웹을 통해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고, 아직도 그 길은 열려있다.
스타트업에게 있어서도 이 소셜미디어의 활용은 중요한 화두라고 할 수 있다. 고객, 구직자, 투자자등에게 자신을 알리는 것은 사업의 근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TV, 신문등의 구 매체의 경우 적합한 내용과 시기, 전달 방식을 취사 선택 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며, 그렇다고 광고를 하기엔 감당하기 버거운 큰 비용이 수반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소셜미디어는 대안으로써 일찍이부터 주목받았다.
그러나 제대로 된 소셜미디어 운영을 한다는 것은 당시에도, 그리고 여전히도 어려운 일이다. 오히려 어떤 의미에서는 ‘돈이 충분히 있는 기업들’ 조차도 까다로워한다는 점에서, 올드미디어 보다도 어렵다. 질 높은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해야하고, 실수하지 말아야 하며, 위트있어야 하고, 유행을 따르면서도, 때로는 진중하고, 유용해야 한다. 그리고 그 효과가 얼마만큼인가는 명쾌하지가 않다. 기업들은 이러한 난해함과 모호함 속에서 헤메이다, 불분명한 효과를 뒤로하고 그 운영을 등한히 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사실 이렇게 되면 나는 어설프게 운영을 이어갈 바에야, 아예 폐쇄할 것을 주문하고 싶을 때도 있다. 버려지고 잊혀진 블로그는, 아무것도 없는 것 이상으로 그 기업에 대해 부정적 심상을 갖게 만드니까.
하지만 이 글은 스타트업이 어떻게 소셜 미디어를 운영해야할지에 대해 말하려는 글은 아니다. 그보다는 이러한 소셜 미디어 활용의 무게를 견디기 버거운 대개의 스타트 업들이, 비교적 용이하게 대안으로 택함직한 대안에 대해 말하고 싶다.
Visited Retail Stores in Palo Alto today. Seeing so many happy customers reminds us of why we do what we do.
— Tim Cook (@tim_cook) September 20, 2013
그 대안이라 함은, 바로 대표 개인의 소셜미디어 운영이다. 무슨 차이가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주제가 ‘회사’가 아닌 ‘개인’이라는 것이 중요한 차이이다. 개인이 주제가 되면 소셜 미디어 운영은 한결 쉬워진다. 예컨대 어제 본 영화이야기를 회사 블로그에 올려도 되는지는 고민해 볼 문제겠지만, ‘나’의 트위터라면 거리낄 것이 없다. 본성이 소셜미디어와 궁합이 맞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면, 소셜 미디어 한두개에서 글을 꾸준히 쓰고 타인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일은 능히 할 만한 일이다. 아닌게 아니라 세계 십억 가까운 인구가 매일같이 하고 있는 일이 아닌가?
‘페북질’, ‘트윗질’을 하는게 회사에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다. 대표 본인이 동의하건 동의하지 않건, 타인들은 자연스럽게 그 대표를 통해 그의 사업을 가늠한다. 회사가 작으면 작을수록 더욱 그럴 것이다. 하물며 높은 몰입과 헌신으로 성립하는 스타트업의 대표에게 있어, 그의 사업이란 곧 그의 삶 그 자체이다. 그의 삶을 기록하는 소셜미디어는, 곧 그의 사업을 위한 미디어가 될 수 있다.
물론 아무렇게나 해서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것이다. 마찬가지로 역효과가 날 행위들도 피해야 할 것이다. 어떤 절대적인 룰이라고 말할 순 없겠으나, 스타트업 대표들이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사업 PR의 장으로 활용할 때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하고 싶다.
0. 자신의 소셜 미디어의 타겟을 정하자.
크게 두갈래로 나뉜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 소셜 미디어가 되는 것이고, 둘째는 업계인을 대상으로 한 소셜 미디어가 되는 것이다. 둘 다를 함께 할 수도 있겠으나, 이 경우 각 대상을 향한 메시지의 성질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가 있다. 가급적 한 타겟을 확실히 챙기고 나서 그 다음을 생각하는 게 좋다. 차선이라면 트위터는 고객, 페이스북은 업계인.. 과 같은 식으로 분리하는 것이다.
둘 중 무엇이 더 나은지 단언하기는 힘들다. 다만, 쇼핑몰이나 커뮤니티, 콘텐츠 서비스와 같이 다수의 소비자의 취향 욕구(Want)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사업이라면 고객을 타겟팅 하는 것이, 필요 욕구(Need)를 충족시키는 여타 스타트업이라면 업계인을 타겟팅하는 것이 무난하지 싶다. 전자의 경우 대표자를 향한 팬덤이 사업적 성공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인데, 다만 게임은 이 예에서 조금 논외가 아닐까 싶기도. 게임은 그냥 그 게임의 계정을 여는게 나은 것 같다.
그리고 1번 이하는 이 중 좀 더 일반적인, 업계인을 타겟팅한 소셜미디어 운영에 대한 조언들이다.
1. 주기적인 사업 진행과정, 성취등에 대한 공유하자.
대단한 것은 아니어도 무방하다. 누군가를 만났다거나, 무엇을 배웠다거나, 무엇을 느꼈다거나 하는 것이면 그날의 콘텐츠로 충분하다. 물론 구체적 사업 진행을 매번 빼놓고 시종일관 “오늘도 뿌듯한 하루였습니다” 같은 내용만 쓰면 행복병에 빠진 사람 혹은 사기꾼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2. 가끔은 번뜩이자.
너무 시시한 이야기만 늘어놓아서는 나의 안목을 드러낼 수 없다. 그 아이템 및 시장에 대한 자신의 시각과, 각종 현안에 대한 의견 표명을 통해, 자신의 능력은 물론 사업의 미래에 대해서도 한번 더 긍정적으로 고려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물론 말도 안되는 소리를 늘어놓으면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으니, 기본적으로 잘 아는 주제에 한정해서 발휘하도록 하자.
3. 가끔은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어떤 구체적 데이터나 정보를 살짝 제공하는 것 만으로도, 나는 그 산업의 전문가나 중요한 존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물론 너무 민감한 정보는 곤란할 것이고, 알려져도 큰 상관이 없지만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닌 선에서 풀어놓을 ‘꺼리’를 찾아야 한다.
4. 좋은 글은 적극적으로 공유하자.
번뜩이는 감각이나 유익한 데이터가 없더라도, 산업과 관련한 좋은 아티클을 빨리 공유하는 것 만으로도 ‘유용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아티클을 큐레이팅할 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5. 커뮤니케이션 하자.
산업과 관련한 재밌는 주제에 대해 타인들에게 의견을 묻거나, 질문하거나, 가벼운 토론을 하는 것은 내 외연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무작정 잘 모르는 업계의 유명인과 대화하려 하기 보다는, 내가 대화하기에 어색하지 않은 주변 대상들을 시작으로 차근차근히 넓혀나가는 것이 좋다.
6. 비전을 공유하자.
사업의 진행 성과와는 별개로, 자신의 사업이 목표로하는 가치에 대해 가끔씩 공유하는 게 좋다. 비전은 조직 내부에서 임직원들끼리만 공유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비전은 타인이 보기에 긍정적인 것이어야 함은 물론, 타인도 공감 가능한 수준으로 구체적이어야 한다.
이러한 비전의 공유는 무리해서 한번에 전부 공유할 필요는 없으며, 기회가 될 때마다 부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7. 부적절한 언행을 하지말자
너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부적절한 언행을 피하고 또 피해야 한다. 너무나도 많은 사항들이 있겠지만,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소셜 미디어는 분명히 유용한 도구이다. 물론 독이 될 수도 있다. 뉴스의 홍수를 헤엄쳐 다니며 얻는 얄팍한 지혜와, 내 사업을 성공시키는 실행력 간에는 큰 간극이 있다. 이따금 소셜미디어에 너무 매달려 있는 극히 일부 대표의 경우를 보면 그 시간에 일을 하고, 그 시간에 고객을 영업 하라고 말하고 싶기도 하다. 스타트업 대표의 소셜 미디어 활용에 대한 필요와 조언을 길게 썼지만은, 이런 경우는 그냥 안 하는걸 권장하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최소한의 관심과 우군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온라인 상의 막연하고 얄팍한 호의와 인정이, 사업에 얼마만큼 도움이 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히 그것은 어떤 촉매가 된다. 물론 짧은 사업의 시간 중에 아쉽게도 어떤 임계점에 이르지 못해 변화가 일어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의미없는 일인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은 사라져도 사람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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