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개월 전에 로봇과 새로운 제조플랫폼의 등장을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제조업의 양상이 변한다”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같은 제목의 글을 써보고자 한다.
연관글 : 글로벌 제조업의 양상이 변한다.
GE의 CEO인 제프 이멜트(Jeff Immelt)는 2012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GE가 중국과 한국 등에서 제조와 관련한 부분을 미국으로 가져오려는 이유가 기기를 만드는 디자이너들이 제조를 하는 현장과 엔지니어들과 함께 하게 하려는 욕망이 컸다고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빠르게 시장에 대응하는 것이 모든 것인 시기에는 디자인과 개발을 제조와 분리하는 것이 이치에 합당하지 않습니다. 아웃소싱을 저렴한 노동력에 기반을 두고 수행하는 것은 과거의 모델입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세탁기의 아이디어가 있다고 할 때, 이것을 적은 부품과 무게를 가지고, 더 나은 제품을 실제로 만들어보고, 이를 양산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고 소량 생산해서 시장에 출시하여 반응을 봐야 하는데, 과거의 GE가 가지고 있었던 방식으로 글로벌 생산체계로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미국의 노동임금에 비해 중국의 임금을 비교하면 아래 차트와 같이 2000년에는 미국 제조관련 노동자 임금의 3% 수준이었다. 그렇다고 생산성이 낮았는지를 비교하면, 그것도 별로 그렇지가 않다 (이와 관련해서는 포스트 하단에 링크한 Can We Build Tomorrow’s Breakthrough?를 참고하면 더욱 자세한 내용을 참고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제조역량을 중국으로 넘기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10년이 지난 2010년에도 중국의 공장노동자 임금이 많이 오르기는 했지만 여전히 9%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여러 곳에서 경고의 메시지가 나온다. 중국의 시간 당 임금이 6달러를 곧 넘어서게 되는데, 이는 멕시코 수준에 가까운 것이고, 이 경우 다른 비용을 감안할 때 글로벌 제조에서의 비교우위를 가지기 어려운 수치라는 것이다. 여기에 과거 태국에 닥쳤던 자연재해로 인한 생산차질이나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태, 각 국가의 정책의 변화나 정치적 불안정성에 대한 리스크 비용을 감안할 때 더 이상 아웃소싱이 아닌 미국에서의 제조업을 활성화시키는 선택은 단지 오바마 행정부에서의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심각하게 고려하는 단계가 되었다는 것을 반드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이런 변화를 민감하게 생각하고, 제조업과 관련하여 로봇 등과 같은 첨단기술을 적절히 활용한 공장의 혁신,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창발되게 하며, 제조 프로세스 등을 바꾸는 것과 같은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보고서, 메시지 등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 테슬라 자동차나 아마존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이런 첨단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제조혁신을 일으키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Rethink Robotics의 백스터(Baxter)와 같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비교적 저렴한 산업용 지능형 로봇이 인기를 끌면서 미국의 새로운 제조업 혁명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시각도 최근 많이 보인다.
여전히 첨단 기술에 있어서는 미국이 여러 면에서 우위에 서있다. 시뮬레이션과 디지털 디자인,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로봇, 나노기술 등 제조업 혁신을 일으킬 것으로 보는 다양한 기술의 키워드를 보면 거의 대부분 미국이 가장 앞서간다. 결국 이를 잘 엮어서 새로운 형태의 제조업을 선보이는 것을 미국에서 가장 최우선시하고 있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겠다.
그렇다고 중국이 이대로 물러날 것 같지는 않다. 저렴한 노동력이 최대의 무기였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긴 하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레노버가 구글이 인수한 모토롤라의 휴대폰 사업을 가져왔고 샤오미(Xiaomi)와 같이 급부상하는 새로운 제조업체와 휴고 바라와 같은 거물이 이런 물결에 합류를 결정했다. 알리바바는 아마존의 수준을 뛰어넘는 플랫폼 기업으로서 중국에서 활약하고 있다. 텐센트 위챗을 중심으로 하는 인터넷 서비스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미루어 봤을 때 이제 중국이 더 이상 ‘저가’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들의 총체적인 역량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전 세계에 증명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새로운 글로벌 제조업 경쟁의 변화양상을 보고 있으면, 전통적으로 자랑하는 우리나라 제조업을 바라볼 때 한숨이 나온다. 물론 여전히 글로벌 경쟁력을 여러 면에서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안다. 그렇지만, 미국이나 중국이나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약진하고 혁신을 도모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거대기업들 몇 군데 이외에는 눈에 띄는 곳이 없다. 그렇다고, 이렇게 몸집이 큰 공룡들이 과연 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당연히 회의적인 답 밖에 안나온다. 그들은 ‘위험’을 짊어지기에는 너무 크다. 그렇다면, 결국 혁신을 할 수 있는 기업과 사회의 분위기 형성과 지원체계 밖에는 답이 없다는 것이 너무나 명확하다. 정치적인 입장을 떠나서, 이런 변화를 지원하려는 여러 정책이나 사회적 합의를 하는 것에 대해서 만큼은 약간의 부작용이 있더라도 모두가 지지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보다 세상 변화의 속도는 빠르다.
참고자료
The CEO of General Electric on Sparking an American Manufacturing Renewal
Manufacturing in the Balance
Can We Build Tomorrow’s Breakthroughs?
International Comparisons of Hourly Compensation Costs in Manufacturing, 2011
글 : 정지훈
출처 : http://goo.gl/j1QL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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