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의 위기관리]위기 후 섣불리 나서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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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위기를 겪은 기업 내부에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이야기들이 오간다.

“언제까지 조용히 아무 것도 안하고 있어야 하지? 이제는 좀 잠잠해 지지 않았나?”

이에 대한 답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략적인 기반 하에 내려져야 하는 아주 민감한 주제다. 핵심은 자칫 섣부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위기의 불씨를 되살리면 절대 안 된다.

최근에는 오프라인 언론에서 연속 3일 이상 지속 보도를 하는 기업 위기는 대형위기로 분류 될 수 있다. 그 만큼 기업 위기들은 여론 속에서 그 지속력이 짧아져 가고 있다. 일부 위기의 경우 대형이라도 위기를 관리하는 기업이 특별히 여론을 자극하는 비상식적 대응만 하지 않으면 며칠 내 사라져 버리는 ‘자연치유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이런 여론의 습성을 활용하여 초기 대응에 집중하면서 여론과 공감하는 전략과 매뉴얼에 기반한 일사불란함을 위기관리 체계의 핵심으로 삼고 있을 정도다.

일단 위기가 관리되었건, 자연스럽게 사라져 갔건 위기 이후 기업들은 새로운 고민에 빠진다. 불 같이 일어 났던 엄청난 사회적 관심과 비판들이 대부분 사그라지고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공격성들도 눈에 띄게 줄어 든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그간 며칠에서 몇 주간 모든 비즈니스 활동들은 멈추어 있었다. 이전 계획되었던 마케팅 활동들과 각종 프로모션은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판단 때문에 계속 연기되고만 있다. 매일 울려대던 TV광고도 일정 기간 동안 중지하고 있다. 일선 업무들은 점차 정상화 되어가는데 여러 대외 비즈니스 활동들은 과연 언제 재개 해야 하는지 고민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정확한 이론이나 획일적 잣대가 있을 수 없다. 기업 위기는 각 유형별로 상황 별로 천차만별의 성격을 띄기 때문에 이를 놓고 ‘위기 종결 이후 O주 이 후에는 기존의 여러 대외 비즈니스 활동들을 개시하라’는 획일적 주문은 있을 수 없다. 가능한 것은 기업 위기 이후 적절한 방법론을 찾아 지난 위기에 대한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상기 수준과 평가들을 입체적으로 분석 해 보는 것뿐이다.

만약 핵심 이해관계자들이 지속적으로 지난 위기에 대해 부정적 상기와 평가들을 반복하고 있다면 이는 이전과 같은 대외 비즈니스 활동들을 재개할 적절한 타이밍은 아닌 것이다. 이 이해관계자들의 생각이 어떤 방향을 보이고 있는지에 대해 가능한 지속 트레킹하면서 재개를 위한 때를 감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좀처럼 이해관계자들의 마음속에 부정적인 잔상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사후 위기관리 측면에서 좀더 발전적인 위기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추진해야 할 수도 있다. 위기 종결을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겨 이해관계자들의 머릿속에서 소멸될 때를 기다리는 전략도 있지만, 해당 기업이 직접적으로 이해관계자들의 상기와 평가를 최대한 신속히 중립화 하는 개입 전략도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와 같은 광고와 프로모션보다는 좀더 위기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전략적인 어프로치의 홍보 및 광고나 색다른 커뮤니케이션 캠페인이 필요할 수도 있다. 기업의 최고위 리더십의 결심과 개선의지를 재강조할 수도 있겠다. 많은 기업들이 시도하듯 광고 캠페인을 기업 이미지 측면에서 접근하여 새롭고 긍정적인 기업으로 리포지셔닝하기도 한다. 그 방식이나 접근이 어떠한 것이든 기업 차원에서 자기 주도적으로 위기를 종결하고 평가에 있어 중립화하는 시도들은 권장된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사후 위기관리 활동들에 있어 조금이라도 ‘섣부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섣부름이란 ‘(때가) 덜 무르익음’, 너무 빠름’, ‘배려나 사려 깊지 못함’을 의미한다. 이런 무리수를 둔다는 것은 해당 기업이 기존에 얼마나 여론에 대한 전문적 시각을 보유하고 분석을 하고 있었는지 그 수준과 관련이 있다. 또한 최고경영진을 포함한 임직원들의 ‘정상적인 사회성’ 보유 여부와도 관련된 것이다.

위기관리에 성공하려는 CEO들은 위기 이후에도 끝까지 여론에 대한 케어와 관리(management)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를 통해 섣부름을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위기관리 전반에 있어 최선을 다해 성공적 결과를 얻는 것은 그 무엇보다 우선이다. 위기관리에 있어 좋은 결과는 사후 정상화의 시점을 부쩍 앞 당길 수 있는 가장 좋은 솔루션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위기 발생 시부터 시종 위기관리 자체에 성공하자는 굳은 의지를 갖자. 그리고 끝까지 여론을 바라보고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하자. 섣부름이란 이 전제들이 부실 할 때 나타나는 부작용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글 : 정용민
출처 : http://goo.gl/lQJN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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