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스러운 것과 아닌 것
아마존의 커머스 전략은 사람들이 더 이상 오프라인 매장에 쇼핑하러 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설령 매장에 가서 직접 touch & feel의 가치를 느끼더라도 실제 구매는 아마존 모바일 앱에서 이루어지게 하겠다는 일관성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움직임을 보면 ‘아마존 스러운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다음 두 가지 사례를 보자
- 아마존의 공식 iOS 앱에 ‘Flow’라는 Image Recognition 기능을 추가되었다. Flow는 모양, 크기, 컬러, 텍스트, 외관 등을 통해 사물을 인식하는데, 유저가 Flow 기능을 실행하면 카메라가 열리고 실시간으로 아이템을 감지한다. 아이템을 찾으면 상품 개요나 가격 등을 확인할 수 있고 Buy Now, Add to cart, Add to wish list 등의 옵션을 나타나며 신상품이나 중고상품 목록도 확인 가능하다. Flow 기능이 주는 가치는 사용자들이 더 이상 상품의 바코드를 찾지 않고도 상품 자체를 그냥 인식시키면 된다는 점이다.
- WSJ이 보도한 1월 말 기사에 의하면, 아마존이 이르면 금년 여름에 오프라인 판매점을 대상으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제공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제공될 모바일 POS 시스템은 Kindle 디바이스(Kindle Fire HDX일 것으로 추정)와 신용카드 리더기이며, 이 뿐 아니라 웹사이트 개발 및 데이터 분석 툴 등의 서비스까지 함께 제공하는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이를 위해 아마존은 지난 해 말 모바일 결제 스타트업인 Gopago의 기술을 확보했다.
첫번째 사례는 모바일 앱에 상품 자체를 인식하는 기능을 탑재함으로써 오프라인 매장을 ‘쇼룸(showroom)’으로 만들겠다는 지극히 아마존 스러운 것이고, 두 번째 사례는 오프라인 매장에 Kindle POS, 신용카드 리더기, 관련 SW를 제공하겠다는 ‘아마존스럽지 않은 것’ 이다.
Physical store-killer인 아마존이 오프라인 커머스를?
지난 해 12월 아마존은 “Gopago”라는 결제 스타트업의 기술과 엔지니어링/상품기획 팀을 조용히 인수했다. Gopago는 소비자에게 모바일 주문 및 결제 앱을 제공하고, 상점에 Android 기반의 POS 시스템을 제공해 온 스타트업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Gopago가 기존에 확보하고 있던 사업은 아마존이 아닌 “Doublebeam”이라는 업체에 인수되었다.
아마존의 결제 관련 사업은 지난해 가을에 공개한 “Login and pay with amazon”(3rd party retailer의 웹사이트에서 아마존 고객계정으로 로그인하고 결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능)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부분 온라인 커머스 사업자들의 결제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Gopago를 인수한 목적이 무엇인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더군다나 Gopago의 POS 부문은 아마존의 인수 범위에서 제외되어 있었기 때문에, 단지 모바일 앱 상에서의 결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 정도로 해석되었다.
그러나 WSJ의 기사가 발행된 이후 시점에서 보면 아마존이 오프라인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하려는 의도가 있음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물론 아마존의 이러한 계획이 취소되거나 변경될 수도 있지만, 미국 최대의 E-Commerce 사업자가 오프라인 시장에 어떠한 방식으로 접근할지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할 포인트가 있다고 본다.)
아마존은 누구나 알다시피 쇼루밍(showrooming) 현상을 일으키며 오프라인 사업자들의 매출을 갉아먹은 ‘physical store-killer’ 이기 때문에 아마존이 오프라인 커머스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럼에도 오프라인은 Retail Sales의 90%, 즉 대부분의 구매활동이 이루어지는 장소이기 때문에 아무리 아마존이라 하더라도 오프라인 데이터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것이다. 아마존은 사용자들의 상품 브라우징 및 구매 습관 관련 데이터를 활용해 상품을 추천하고 있는데, 이는 어디까지 온라인에서 추적 가능한 데이터이고, 실제 오프라인 세계에서의 데이터에 접근 가능해야 예측이나 추천이 더욱 더 완전해 질 수 있다.
‘Small Sellers’ first
아마존은 사실상 오프라인 판매 경험이 전무하며, 또한 아마존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대형 사업자들이 아마존과 협력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에 아마존은 일단 초기에는 중소 규모의 오프라인 사업자들을 타겟으로 모바일 결제 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측된다.
아마존은 여전히 대형 판매자에게는 위협적으로 인지되고 있지만, 소매 상인들, 특히 Amazon Marketplace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수백만 SMEs들은 아마존의 Kindle POS 시스템에 거는 기대가 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아마존이 최근 공개한 데이터에 의하면, 현재 Amazon Marketplace에는 2백만 Seller들이 등록되어 있으며, 이들이 2013년 한 해 동안 10억 건 이상의 상품을 판매했다고 한다. Marketplace를 통한 상품 주문의 증가 뿐만 아니라, FBA(Fulfillment by Amazon)을 이용하는 Marketplace Seller들도 전년 대비 65% 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아래 그림을 보면 3rd party Seller가 지난 5년간 얼마나 성장해 왔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Amazon Marketplace에 등록되어 있는 Seller들 가운데 오프라인으로의 확장을 원하는 사업자들을 타겟으로 Kindle 기반의 POS 시스템을 공급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POS 대비 어떠한 차별화 요소를 내세울 수 있을까?
모바일 결제 시장은 경쟁이 매우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VeriFone, NCR 등 전통적인 결제 시스템 강자 뿐만 아니라 Square 등의 스타트업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eBay 자회사인 Paypal도 자사가 가진 전자 결제 시스템의 강점을 오프라인에까지 확장하려는 다양한 시도(ex. Paypal Here, Paypal Beacon 등)를 벌이고 있다. iTunes 계정을 6억개나 보유한 Apple의 최근 움직임도 모바일 결제, In-store Marketing 등 오프라인을 향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단순히 POS 측면에서 본다면 아마존은 POS 가격이나 결제 수수료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 외에 특별히 차별화할 요소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모바일 결제의 핵심이 마찰을 줄이는데 있다고 본다면, 아마존의 E-commerce에서의 입지, 특히 2억 3천만에 달하는 신용카드 계정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 울 수 있다.(Paypal은 약 1억 5천개 가량의 계정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POS 자체의 경쟁력을 내세운다기 보다 아마존이 그동안 판매자들의 온라인 상품판매를 지원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마케팅적인 측면을 강조할 수 있다. POS + ɑ, 즉 종합적인 SW suite (회계 소프트웨어, 웹 사이트 제작 도구, 재고 관리 시스템 등을 포함) 형태이거나 Amazon.com, Amazon Local 등과의 연계된 형태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한 외신 기사에서는 아마존이 개발자/사에게 AWS(Amazon Web Service)를 제공하는 것처럼, Bricks & Mortar 비즈니스들을 위한 AWS 상에 애플리케이션 레이어를 더한 컨셉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마치며…
아마존의 디바이스 사업은 long-term strategy로서, 아마존의 기본적인 디바이스 전략은 다음의 그림에 잘 표현되어 있다. 즉 디바이스를 판매해서 돈을 버는 구조가 아닌, 디바이스를 매개로 디지털 콘텐츠의 소비가 일어나게 하는 것이다.
이와 연장선상에서 아마존은 Kindle을 Merchants에 무상으로 제공하고, 대신에 일반 소비자들이 Amazon.com에 있지 않을 때 어떤 제품들을 사는지 등에 대한 더욱 가치있는 데이터를 얻는 구조를 택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이 경우 Merchant들이 과연 구매 관련 데이터를 아마존에 넘길 것이냐 하는 이슈는 여전히 남아있다.
아마존이 오프라인 커머스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한 두 개가 아닐 테고 실패로 끝날 일이 될 수도 있지만,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사항은 아이러니하게도 Digital & Virtual World가 발전하면 할수록 Real & Physical World가 더욱 중요해진다는 사실이다. 일부 온라인 사업자가 pop-up store를 개설하며 그들의 입지를 오프라인에서도 강화해가는 가운데, 아마존은 어떠한 움직임을 보일지 한참 동안 궁금해 했었는데 아마존 역시도 Real World로의 확장을 너무도 원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글 : 김소연(Vertical Platform)
출처 : http://goo.gl/V6snMT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