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전체가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운영해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추가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사용자 중심의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 2001년 미국의 지미 웨일스가 사용자 간의 창조와 협동, 공유의 촉진을 목표로 시작하여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한 서비스이다. 위키피디아의 사용자들은 왜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아무런 대가 없이 공유하려고 하는 것일까?
프리스턴대 심리학 교수인 샘 글럭스버그(Sam Glucksberg)가 수행했던 촛불 실험에서 위 질문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연구팀은 두 그룹에게 아래 그림과 같이 양초, 압정, 압정상자, 성냥을 주고 초를 벽에 붙이되 촛농이 탁자에 떨어지지 않도록 하라는 과제를 주었다.
두 그룹에게는 각각 다른 조건이 주어졌다. 한 그룹은 그냥 문제를 풀게 하였다. 다른 그룹에는 문제를 빨리 해결하면 금전적인 인센티브가 주어졌다. 어떤 그룹이 더 빨리 문제를 해결했을까?
결과는 인센티브를 주기로 한 그룹이 평균 3.5분이나 더 걸렸다. 이 실험의 결과로 창조적인 일에는 금전과 같은 외적 동기가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즉, 창의적인 일은 스스로 하고자 하는 내적 동기가 있을 때 더욱 잘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다른 사례로 구글의 경우에도 근무시간의 20%를 원하는 일에 쓸 수 있도록 한다. 감시도 보상도 없지만 구글의 핵심기술과 아이디어는 이 20%의 시간에서 개발된다고 한다.
처음 ‘스타일위키‘를 접했을 때, 과연 사용자가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패션정보를 올릴까? 라는 우려의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스파크랩과 에프티액셀러레이터, 선도벤처연계지원사업 등의 투자를 받으며 성장해 나가는 모습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가 궁금해졌다. 위 연구와 같이 사용자에게 내적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면 자발적 정보공유가 가능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스타일위키 대표 싸이렌 장(Ciren Jang)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패션족들을 위한 소셜 위키 플랫폼
‘enthusiast’ 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그 속에 들어있는 뜻 때문인데, enthusiast는 그리스어의 ‘enthusiastes’ 에서 온 것이다. 어원을 살펴보면 en=in, theos=god 이므로 우리 몸 속에 신이 들어와서 지배를 받는 사람이라는 뜻이 된다.
우리가 어떤 것에 정말 열광하는 사람들을 보고 “신들렸다“ 라는 표현을 쓸 때가 있다. 스타일위키는 패션에 en + theos하는 사람들을 위한 소셜위키 플랫폼이다. 집단지성과 관련된 연구에서 컨텐츠를 생성해 내는 사람은 전체 사용자의 1% 밖에 안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하지만 자신이 열광하는 것에 대한 자발적인 팬심은 조금 다르다. 패션에 대한 사랑은 컨텐츠를 생성하고자 하는 내적 동기를 유발시키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초기 사용자는 현재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패션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는 패션블로거, 패션에디터, 스타일리스트, 패션디자이너, 패션브랜드 등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패션에 대한 열정과 지식 그리고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반해, 시간과 난이도 등 각종 문제에 부딪혀 온라인에서 마땅히 노출이 될 통로가 없다. 스타일위키는 이러한 필요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
스타일위키는 패션을 향한 순수한 열정으로 재미있게 노는 공간을 지향한다. 위키피디아 창업자인 지미 웨일즈는 ”사람들은 누군가 권력을 쥐고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보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정보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하였다. 스타일위키는 패션정보가 패션계에 영향력 있는 누군가에게만 집중되는 것이 아닌 누구나 패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이라는 것에도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실제로, 스타일위키 도메인은 지미 웨일즈의 친구인 MIT geek에게서 직접 샀다. 그 친구가 얼마 전에 스타일위키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다. 이 프로젝트가 진짜 실현된 것이 놀랍다고 하였다. 스타트업은 진정 실행이다.
패션을 테마로 한 서비스는 많았다. 하지만 기존 서비스는 SNS의 형태로서 시간에 흐름에 따라 사라지는 휘발성의 정보였다. 또 자신이 입은 옷으로 정체성을 나타내는 하나의 표현수단으로의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스타일위키도 SNS의 특징인 소통한다는 부분에 있어서 공통적이지만 패션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들을 넓고 깊게 연결하여 정제된 정보로 만드는 것에 더욱 집중한다.
다양한 기능을 통해 패션정보를 재미있게 모으자
세계 패션시장은 256경에 이르고 이 중 온라인 패션시장은 한국 10조, 미국 40조에 이르며 매년 15%씩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의 패션정보는 여기저기 흩어져 파편화 되어 있으며, 업계의 특성상 아직까지 오프라인에서만 유통되는 정보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교보문고에 가 보아도 패션관련 서적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패션은 인류와 함께 역사를 함께 해 온 정말 중요한 자산 중에 한 분야인데, 왜 이렇게 그 정보는 체계적으로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일까? 게다가 패션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이렇게나 많은데!
스타일위키는 궁극적으로 전세계의 모든 패션정보를 한곳에 모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쉽게 찾을 수 있는 온라인 패션백과사전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서비스의 핵심은 정보를 모으는 것이기에 사용자들이 쉽고 간편하게 정보를 올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였다. 웹사이트는 아직 오픈 전이므로 모바일 기능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 먼저, ‘Collective-tagging’ 기능이다. 사진 속의 아이템에 대해서 아는 정보가 있다면 브랜드, 가격, 디자이너, 링크, 유사한 아이템 등을 이미지에 직접 태깅 할 수 있는 기능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한 가지 아이템에도 여러 가지의 다중태그를 달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용자들의 집단지성을 통하여 정보의 유기적인 연결구조를 만든다.
- 두 번째는 ‘Ask & Answer’ 기능이다. 패션 스타일이 나와 있는 사진만으로는 사전 지식이 없다면 텍스트 기반의 검색엔진에서는 정보를 찾기란 거의 불가능이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사진을 올려서 질문을 한다면 해결이 가능하다. 사진기반의 질문을 통하여 좀 더 쉽고 빠르게 원하는 정보를 얻을 확률이 높아진다. 이미지로 물어보고, 태깅으로 답하는 패션’지식인’ 기능이라 할 수 있다.
- 세 번째는 스위키 인덱스 지수이다. (스위키는 스타일위키의 애칭이며, 유저들은 스위키앙이라 불린다.) 스타일위키 안에서 할 수 있는 컨텐츠 등록, 컨트리뷰션, 질문, 답변, 좋아요 등의 모든 활동은 숫자로 전환되어 포인트가 올라간다. 포인트는 실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크레딧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또 특정 브랜드에 대해 가장 많은 활동을 한 사용자에게는 특별한 뱃지, 레벨, 랭킹 등의 보상을 줄 수도 있다. (이 기능은 아직 활성화 되어 있지는 않다) 이런 식의 게이미피케이션적 요소들의 도입을 통하여 사용자가 재미를 붙이고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도와준다.
나는 패션을 사랑한다
천문학자를 꿈꾸며 서울대에서 지구과학을 전공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술을 즐기는 소녀였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요정에서 따온 Ciren(싸이렌, 원래는 Siren이나 라틴어 느낌을 주고 싶어 C로 변경) 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록밴드 보컬로 활동하기도 하였다. 대학원에서 GIS(지리정보시스템)를 전공해 LG CNS에서 시스템엔지니어로 일했다. 이 후 운명처럼 다가온 글로벌 패션 브랜드인 COACH에서의 MD일은 패션업계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해주게 된 시기였다.
이베이 파워셀러, 온라인수입멀티샵 등을 거치며 결국 패션테크의 결정체 스타일위키까지 왔다. 행보가 이어지지 않는다고 느껴질지도 모르겠으나 평소 음악, 패션, 아트, 과학, 예술 등에 다방면으로 관심이 많았었던 것을 생각하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지금은 그의 키워드 중 패션과 테크가 만났고 앞으로 다른 키워드가 어떻게 조합될지는 미지수다. 어렸을 때부터 노란 바지에 빨간 넥타이를 하고 다니기도 했고, 대학 때는 시험 마지막 날 머라이어 캐리 가발을 쓰고 등교하기도 하였으며, 여학생 최초로 황혜영 미니스커트를 입고 왔다며 다른 과에 회자되기도 했다. 슈어홀릭으로 이베이에서 전세계의 슈즈를 컬렉팅하고, 쥬세페자노티라는 이태리 브랜드 공장을 직접 방문하겠다며 무작정 비행기를 타고 날아갔었으며, 집 전체가 컬렉팅 한 슈즈박스로 폭발할 정도였다.
최근 황금의 펜타곤 출연 당시 앙트러프러너(Entrepreneur)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었다. 그 때 ‘아티스트’ 라는 답을 했다. 과학은 원인과 결과가 예측이 된다. 하지만 예술은 예측이 불가능하고 같은 주제라도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오게 된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이다.
예술가이기에 나만의 길과 작품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물론 예측이 불가능해 운영의 어려움도 따르기는 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을 해 나가면서 가슴속의 열정은 뜨거워지고 할 일이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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