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이 점심식사 후 입가심으로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커피를 사 사무실로 들어가는 장면은 익숙하다. 각종 모임에서도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프랜차이즈 카페를 찾는다.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깔끔한 인테리어나 편안한 분위기 그리고 ‘익숙한’ 커피의 맛 때문일 것이다.
깔끔한 인테리어나 편안한 분위기는 이제 기본이다. 프랜차이즈들은 어쩌면 가장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했던 커피 맛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소비자는 다양한 원산지의 커피 맛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커피시장에는 변화가 생기고 있다. 바로 로스터리 샵(매장에서 직접 로스팅을 하는 커피전문점)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맛있는 커피는 ‘로스팅’이 좌우한다는 사실이나 로스터리 샵의 개념이 보편화되었다고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우리가 처음 아메리카노라는 단어를 언제 접했는지 기억나지 않을 만큼 익숙해졌듯이 로스팅이란 단어도 점차 당연하게 쓰이고 있다.
로스팅 : 커피의 맛과 향이 최상이 되도록 적합한 조건으로 생두를 볶는 과정이다. 생두 상태에서는 아무런 맛이 나지 않아 마실 수 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로스팅이 필수적이다. 같은 품종의 생두라도 로스팅 방식에 따라 맛과 향이 크게 변한다.
단적인 예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맥심의 인스턴트 커피 ‘카누’도 다크로스트, 마일드로스트 등의 명칭으로 로스팅에 따라 다양한 맛이 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수치 상으로 봐도 2009년 로스터리 샵이 1백 개였던 것에 비해 2013년 기준으로 약 3천 개의 매장이 생겨났다. 이러한 커피시장의 변화를 미리 감지하고 ‘스마트 로스터’를 개발한 스타트업이 있다. 첨단의 기술과 다양한 수상경력(iENA 2011 독일: 금상, INPEX 2012 미국: 금상, Euro Invent Prize: 은상)을 보유한 스트롱홀드 우종욱 대표를 만나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스트롱홀드는 커피와 로스터 기계에 대한 이해가 높다고 들었다. 남자들이 커피에 관심을 가지고 뭉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처음부터 커피를 잘 알았던건 아니다. 초창기 멤버 5명이 모여 어떤 아이템을 시작할까 여러 가지 고민을 했었다. 첫 번째 고민은 산업에 대한 성장가능성이었다. 여러 가지 산업이 있지만 어떤 시장이 점차 성장할 것이냐, 그리고 한국에서도 뜰 수 있으면서 전세계적으로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장은 어디일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이러한 조건에 부합하는 커피산업에 주목했다. 규모를 살펴보니 한국시장만 5조, 중국시장은 180조로 큰 시장이었다. 한국이 커피문화에 대해 많이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두 번째로 생각했던 것은 커피산업의 시장왜곡이었다. 매장에서 직접 로스팅을 하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 하지만 일반 커피 매장들은 원두를 외부에서 사서 쓰고 있었다. 매장에서 직접 볶지 않고 3~5배 정도 비싼 가격에 사오는 것이다. 로스팅하는데 드는 시간은 10분 정도인데 이 정도 노력이 힘들어 몇 배나 더 비싸게 사올 이유가 있을까. 또한, 사오는 원두는 신선도나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커피 맛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우리가 솔루션을 낼 수 있는가였다. 로스팅은 습도, 온도, 날씨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서 맛이 크게 좌우된다. 사람보다는 기계가 더욱 정밀하게 계산을 할 수 있기에 결국 로스팅기계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 기존 로스팅기계는 수십 년 동안 변화가 없었다. 기존의 로스팅기계들과 다른 패러다임으로 시장에 도전해 보는 것, 시도해볼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Q. 국내 한 커피프랜차이즈는 로스팅한 원두의 신선도가 8개월간 유지될 수 있도록 특수 진공 포장을 하여 공급한다고 광고했던 적이 있다. 최대 8개월 된 원두로 커피를 만든다는 이야기인데, 이런 광고를 보고도 무엇이 문제인지 잘 모른다. 사실 소비자들은 로스팅에 따른 맛의 차이를 못 느끼지 않나? 대형 체인점이 아닌 로스터리 샵의 미래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아직까지 소비자들이 맛의 차이를 못 느낀다는 것은 맞다. 하지만 점차 교육을 통해 변화하고 있다. 인스턴트 커피믹스인 카누도 로스팅이란 단어를 포함하여 맛을 표현하고, 커피원산지에 콜롬비아나 케냐 등이 있다는 것은 상식이 되었다. 이런 용어들이 자연스럽게 쓰이게 된 건 불과 3년 정도다. 점차 소비자들도 좋은 원두가 커피 맛에 있어 중요하며 직접 매장에서 로스팅을 했을 때 신선하고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가고 있다.
로스터리 샵을 간단하게 비유하면 정육점 같은 것이다. 고객 앞에서 눈에 보이는 덩어리를 직접 썰어주면 신선도에 믿음이 간다. 매장에서 직접 로스팅을 하지 않는 커피전문점들이 아무리 어느 생산지에서 어떻게 로스팅을 했다고 말할지라도, 직접 원두를 볶는 것을 보여주는 것보다 더 큰 신뢰감을 줄 수는 없다.
로스터리 샵을 운영할 때, 매장에서 로스팅을 하면 재고관리에도 용이할 뿐만 아니라 커피의 품질이 향상되고 비용이 절감된다. 원두를 사는 것과 생두를 볶는 것은 최소 3배에서 5배까지 차이가 난다. 일 년으로 계산하면 약 천만 원 이상의 비용이 절감된다. 이것은 매우 간단한 원리이다. 로스터리 샵 운영자는 매출증대 혹은 비용절감을 생각할 수 밖에 없다. 품질을 향상시키면서 비용까지 절감된다. 앞으로 자연스럽게 로스터리 샵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나라가 전체 커피시장에서 로스터리 샵 증가 비중이 가장 높다는 것. 미국, 중국, 유럽 등에서도 로스터리 샵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Q. 기존 자동로스팅 기계들과 스트롱홀드의 차이점은 무엇이며, 스트롱홀드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스트롱홀드가 개발한 에스트리니타(S.TRINITA)는 기존 로스팅기계들과는 컨셉 자체가 다르다. 미국의 전기차 생산회사인 태슬라를 예로 들어보면, 전기차는 가솔린 자동차와 비교해서 여러 가지 장점들이 있다. 기존의 스포츠카 수준의 고성능을 내면서 비용이 극단적으로 낮다. 한마디로 기존의 가솔린 차들과는 아예 다른 카테고리라는 것인데, 에스트리니타도 그렇다.
커피로스팅 기계의 90%는 가스방식이고, 10%는 전기방식이다. 전기방식의 기계는 가스보다 10분의 1로 전기세를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전기 로스팅 기계는 맛이 없다라는 기존의 통념이 있다. 하지만 에스트리니타는 전기 로스팅기계이면서 맛을 감소시키지 않고 유지한다.
에스트리니타는 크게 두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1) 맛을 정말 훌륭하게 내는 것과 2) 커피에 대한 지식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편의성 이다.
커피는 온도, 습도, 압력 등 오늘 입력했던 값 그대로 적용해 로스팅해도 날씨가 다르면 맛 또한 완전히 달라진다. 하지만, 에스트리니타는 환경통제 알고리즘을 통해 주변의 환경과 콩의 상태 보정이 가능하기에 100% 동일하게 재현이 가능하다. 초보자들이 커피에 대한 지식이 없다고 할지라도 서버를 통한 레시피 공유(앱 마켓처럼 주고 받기가 가능)를 통해 쉽고 편리하게 이용이 가능하다. 와이파이와 서버를 통한 로스팅기계끼리의 연결은 기존에 없었던 혁신이긴 하지만, 공유된 레시피 프로파일을 실질적으로 구현이 가능한가도 굉장히 중요하다. 에스트리나는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 커피연구기관을 전문적으로 두고 3년 이상의 집중적인 연구를 통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두 가지 부분에 있어서 탄탄하게 준비했다.
Q. 국내 IT스타트업은 소프트웨어(어플리케이션)개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있는 것이 놀랍다. 제조업은 재고부담이 있었을텐데.
스타트업이 제조업을 시작하기에 분명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런 어려움 중 첫 번째는 팀 구성일 것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제조업을 시작할 때 어떤 인력이 필요한지조차 감을 못 잡는다.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분들이 대부분 고학력자이기에 프로그래머나 전략자는 구하기 쉽지만, 제조업에 필요한 인력에 접촉하여 검증할 수 있는 부분이 부족하다. 두 번째는 공장과 설비 비용에 대한 두려움이다. 세 번째는 유지 보수(maintenance) 부분이다. 소프트웨어는 컴퓨터상에서 버그수정이 용이하다. 하지만 기계는 다르다. 전자적인 문제, 물리적인 문제, 화학적인 문제 등 한번 잘못 나갔을 때 회수가 매우 어렵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들 때문에 사람들이 하지 않는다. 우리는 조금 다르게 생각했다. 남들이 하지 않으니까, 우리가 이 시장에 들어오면 우리만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오히려 기회로 생각한 것이다. 어플리케이션 기반의 스타트업이 많은 것은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진입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쉽게 들어갈 수 있다면, 다른 사람도 쉽게 들어올 수 있다.
우리가 제조기반으로 하드웨어를 만들어 놓으면 다른 경쟁자도 그만큼 어렵게 들어올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초반에 조금 고생하자라는 마음이었다. 이 사업을 하려면 앱 개발자도 있어야 하고, 물리적 제조도 알아야 되고, 커피 연구와 원천기술도 있어야 한다. 후발주자가 들어오는데 시간과 노력에 있어 차이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사람의 삶은 어플리케이션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페이스북이 생겨나서 내 삶이 얼마나 행복해졌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제품이야말로 사람의 삶과 가장 맞닿아있다. 제품의 혁신에서 사람의 삶이 가장 직접적으로 개선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조업으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고 가치 있게 만들자는 게 우리의 목표다.
Smart Roaster “S.TRINITA” from 비렉트 on Vimeo.
김명지 myungjikim@venturesquar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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