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와 베짱이. 유치원생도 알고 있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새마을운동 시절 근면·성실의 핵심 스토리텔링이었다. 개미는 1960∼70년대 근대화를 이끈 주역들이었다
하지만 현대판 개미와 베짱이는 조금 다르다. 여름 내내 근면·성실하게 일하던 개미는 그만 허리를 다쳐서 겨울이 되자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베짱이는 매일같이 노래만 부르더니 인기가수가 돼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것이다.
70~80년대만 하더라도 정통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에 대해 이견이 없었다. 개미는 밤낮없이 일했다. 이들은 사회발전의 원동력이었다. 근면과 성실은 산업 사회의 중요한 덕목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곤충 나라에 금융위기가 닥쳤다. 일개미는 열심히 일만 했는데 조직은 이대로는 안된다며 구조조정을 해야한다고 했다. 일개미의 숫자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집 짓는 개미들은 기중기와 포크레인으로 대체됐다. 집을 지키던 개미들은 무인경비시스템으로 대거 조정됐다. 먹이를 구해오는 개미들도 현대화된 장비로 인해 다른 자리를 찾아봐야 했다. 개미들의 평생직장 개념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베짱이는 달랐다. 여러 곤충들이 개미처럼 열심히 일한 결과 전체 곤충의 소득이 올라가는 모습을 봤다. 전반적으로 먹고 살만해진 곤충이 늘어난 것이다. 거기다 기술이 발달해 힘으로 해야하는 일, 반복적으로 해야하는 일들은 기계와 컴퓨터가 해나가고 있었다.
베짱이는 생각했다. 옛날 선조 베짱이들은 여름내 노래하다가 겨울에는 배를 곯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을 것 같았다. 요즘에는 TV를 핸드폰 안에 넣고 다니고, 개인도 방송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렇게 미디어가 다양해지면 그에 걸맞는 콘텐츠가 필요하게 된다. 미래를 바라보던 베짱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 부르기에 매진했다. 춤은 기본이고 해외진출을 위해 외국어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인정을 받기 시작하자 본격적으로 프로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베짱이는 성공했다.
개미가 가지고 있던 근면·성실이 과거 산업사회가 원하는 덕목이었다면 현재는 베짱이처럼 세상 돌아가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그에 걸맞게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나무꾼이 아무리 열심히 나무를 베더라도 전기톱에는 못 당한다. 심지어 나무를 베는 로봇이 나오면 나무꾼이라는 직업 자체가 없어질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늘 세상 돌아가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전기톱 다루는 기술을 더 배워야 할지, 나무 베는 로봇을 만들어야 할지, 나무 베는 로봇 조종사 자격증을 따야할지 방향을 잡아야 한다.
또 하나, 방향만 잡았다고 되는 게 아니다.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 베짱이가 콘텐츠의 중요성을 알기만 했다면 성공했을까. 밤낮없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배우고 외국어를 익혔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근면과 성실을 바탕으로 한다는 얘기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관찰하고 근면·성실로 이를 실행한 베짱이의 모습을 보며 스스로를 반추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글 : 조성주
출처 : http://goo.gl/HbGI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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