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에서 저녁에 맥주모임을 가진 일이 있다. 모임을 끝내고 계산을 위해 각자 20달러씩 달라고 했다. 그런데 몇분이 현금을 가져오지 않았다. 그러자 한 사람이 스마트폰을 꺼내서 내 이메일을 물어보더니 바로 1분 만에 돈을 보냈다는 것이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그 사람을 따라 바로 내게 이메일로 돈을 보내줬다. 상대방의 이메일 주소를 알고 은행 현금카드만 있으면 즉석에서 손쉽게 돈을 보내줄 수 있는 ‘스퀘어캐시’(Square Cash)라는 앱이었다.
나는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 단 몇번의 클릭으로 쉽게 이메일로 받은 돈을 은행에 집어넣을 수 있었다. 정말 신기한 서비스라며 나중에 사람들과 이야기했다. 그리고 누가 “한국에서도 될까?”라고 질문했다. 바로 나온 반응은 “우리나라에서 돈을 주고받으려면 액티브엑스(X)와 공인인증서 같은 것이 막고 있잖아. 우리나라에서는 안 될 거야”였다.
샌프란시스코에 갔다가 핑크색 콧수염 장식을 단 차들을 만났다. 자동차 공유 서비스인 리프트(Lyft.com)에 가입한 차들이다. 자신의 차를 가지고 리프트 운전사로 등록해서 통과가 되면 원하는 시간에 마치 택시처럼 운행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서비스다. 고객은 리프트 앱으로 차를 불러서 이용하고 돈은 앱으로 내면 된다. 실제로 이용해 봤는데 쉽게 차를 잡고 택시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900억 가까운 돈을 투자받아 미국 20여개 도시로 확장중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9월 기본안전규정과 보험규정만 제대로 따른다면 이런 승차 공유 서비스를 허용한다고 결정하기도 했다. 한 신문의 기자와 이 모델이 한국에서도 될까 하는 이야기를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안 될 겁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걸릴 것이고 또 어떤 다른 규제 이슈가 튀어나올지 모르니까요. 규제만 없다면 될 텐데요.”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 서울을 방문한 한 홍콩 투자자를 만났다. 한국 인터넷회사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한국 인터넷회사는 미국이나 다른 나라 인터넷회사에 비해서 저평가되어 있다. 나와 같은 해외투자자들이 한국 인터넷회사에 투자하는 데서 가장 망설여지는 것이 한국 정부의 규제다.” 그는 “한국 사람이 온라인쇼핑을 하는 것을 봤는데 아이디, 패스워드 넣고 신용카드번호, 주소 등을 매번 다시 입력하는 것을 봤다”며 “너무 복잡했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당신도 알다시피 전세계 어디 가도 아이디, 패스워드 넣고 미리 입력해둔 카드번호 선택하고 보안번호만 입력하면 결제가 끝난다. 한국이 이제는 다른 어떤 나라도 쓰지 않는 액티브엑스까지 포함해서 이렇게 복잡하게 결제시스템을 만든 이유가 이해가 안 간다”고 물어봤다. 나는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는 이어서 “중국 정부가 인터넷산업을 규제할 것 같지? 아니다. 거의 통제가 없다. 콘텐츠 검열을 제외하고는 인터넷업계가 다 자유롭게 알아서 한다. 그래서 엄청나게 빠르게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기는 중국에 가면 알리페이나 텐페이를 이용해 현금 없이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타고 물건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한국 인터넷회사들도 자기가 보기에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쓸데없는 규제 이슈에 발목을 잡혀서 제 실력 발휘도 못하고 글로벌 진출도 안 되는 것 같다는 설명이다.
2007년 아이폰이 열어젖힌 스마트폰혁명이 이제는 모든 산업에 파괴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더는 낡은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 시대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많은 장애물이 남아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 장애물이 우리의 상상력을 위축시킨다. 그리고 항상 “우리나라에서는 안 될 거야”라는 말을 하게 만든다.
글 : 에스티마
출처 : http://goo.gl/RF1dv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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