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인터넷 망을 국가차원에서 구축하고 이를 이용해서 IT 강국으로 올라선 것을 DJ 정부 최고의 업적 중의 하나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MB정부의 4대 강과 비슷한 역할을 했던 것이 DJ정부의 지식정보화 정책이었고, IMF로 국가가 힘이 들 때 이 정책이 큰 위력을 발휘하면서 새로운 성장의 동력이 되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항상 이런 정책의 뒤에는 다소 간의 부작용이 남기 마련이지만, 당시로서는 정말 ‘신의 한수’라고 할 정도로 좋은 판단이었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당시 ‘정보고속도로’를 깔고 이를 통한 신성장동력을 펼치자는 정책이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하거나 특별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국가차원의 정보고속도로 개념은 1991년 당시 미국 테네시 주의 상원의원이었던 앨 고어(Albert Gore) 민주당 의원이 미국에서 발의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그는 인터넷을 업그레이드하고, 특히 학교의 학생들이 최고의 도서관으로 불리웠던 국회도서관(Library of Congress)에 쉽게 접근하고, 시골의 의사들이 CT 영상 등을 도시 지역의 메디컬 센터 등에 쉽게 전송할 수 있는 다양한 인터넷의 활용을 위해 정보 고속도로를 깔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정책에 대해 ARPANET을 만들었던 밥 칸 등이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밝히면서 초등학교와 도서관들, 각종 실험실과 대학들을 포함한 고성능컴퓨팅/NREN 법안이 발의되는데, 이 법안은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부시에 의해 승인되어 NSF에 6억 5천만 달러, DARPA에 3억 8800만 달러, NIST(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에 3100만 달러의 자금이 지원되었다. 이를 통해 5개의 기가비트급 네트워크가 미국에 설치되었고, CT 영상과 같이 커다란 크기의 데이터를 전송하고, 실시간으로 영상을 보는 등의 관련 연구에도 투자가 이루어졌다. 이와 함께 NSF에서 상업화된 회사들로 인터넷 관련 기술이 이전되고 활성화되는 것과 관련한 논쟁이 커지기 시작하였다. 네트워크는 구축과는 별개로 이렇게 만들어진 인프라를 누가 운영하고, 어떻게 활용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 중요한데, 여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었다.
이 상황에서 제일 먼저 움직인 영리기업은 IBM 이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대기업처럼 그들은 네트워크 통신을 제어하기를 원했고, 이를 위해서 당시 절대적 권력을 행사하던 AT&T에 대항해서 통신부분에서 대항을 하던 대표적인 기업인 MCI와 손을 잡았다. MCI는 AT&T의 독점적인 통신사업에 대해 불공정거래와 관련한 소송을 벌이며 입지를 넓혀가고 있었는데, 당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규모로는 상대가 되지 않았지만, 미국 정부의 권력을 넘어선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막강한 힘을 자랑하던 AT&T에 대해서 미국 정부도 견제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세를 키워나가고 있었다. IBM은 MCI와 조인트 벤처기업인 ANS를 설립하였다. ANS는 1987년부터 비영리기업의 형태로 NSFNET의 운영에 참여하게 되는데, 1991년 전격적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인 ANS CO+RE를 설립하며 네트워크의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를 드러내었다.
그러자, 1991년 12월 뉴욕타임즈에서 이를 드디어 문제를 삼기 시작했다. 기술전문 기자인 존 마르코프(John Markoff)는 “미국이 국가적인 컴퓨터 네트워크를 진흥시키려 한다 (U.S. Said to Play Favorites in Promoting Nationwide Computer Network)” 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실었다 “부시 대통령이 국가전체를 포괄하는 컴퓨터 데이터 ‘수퍼고속도로’를 구축하는 법안에 사인한지 일주일 만에 미국 정부가 IBM과 MCI의 벤처에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불공정한 특혜를 주는 것에 대한 논쟁이 거세다”. 이 기사에서 기자는 국가차원의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을 통해 다양성이 보장되는 것이 좋지만, ANS가 특수한 지위를 이용해서 불공정한 경쟁을 할 경우에는 혁신이 덜 일어나게 되더라도 국가가 이에 대한 권한을 회수해서 독점을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의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실었다. 이런 움직임과 의견이 많았던 것은 전화통신 산업이 커질 때에는 없었던 부분이다. AT&T가 독점을 하며 거대기업으로 성장하고, 경쟁을 없애는 상황을 본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 통신 네트워크 만큼은 그런 상황으로 가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싶었던 것이다.
당시 최고의 스프레드 시트인 로터스(Lotus) 1-2-3의 개발자이자 창립자이면서 동시에 EFF(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 설립자이기도 했던 미치 카포(Mitch Kapor) 역시 이런 움직임에 격렬하게 반대하는 인터뷰를 실었다. 그는 어느 누구도 불공정한 이익을 누려서는 안되며, 현재 매우 초기의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언젠가 이것이 PC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하였다.
이처럼 정보의 통로가 되는 네트워크의 제어권을 놓고 수 많은 논쟁이 시작되고, 공정한 경쟁과 적당한 가격 등에 대한 논쟁, 몇몇 대형업체들이 정보를 독점하는 현상에 대해 미국 정부와 상업적인 대기업들이 각자의 의견을 제시하는 가운데, 시민사회에서도 참여하여 기술의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를 놓고 많은 논쟁을 벌였다. 이 와중에 1993년 초 NSF는 가장 중요한 인터넷 관리의 3가지 행정적인 기능들을 민간단체에게 이양한다는 선언을 하였다. 인터넷 주소를 할당하는 기능, 디렉토리를 관리하고 인터넷 관련 데이터베이스 서비스를 하는 기능,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ISP(Information Service Provider)를 관리하는 기능이 그것이다. 주소를 할당하고 등록하는 서비스는 네트워크 솔루션스(Network Solutions)에게, 디렉토리와 데이터베이스 서비스는 AT&T, 정보서비스는 제너럴 아토믹스(General Atomics)에게 이양하는 결정이 나자, IBM과 MCI에 이어 AT&T까지 들어온다면 인터넷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게 된다.
(다음 회에 계속 …)
글 : 하이컨셉
출처 : http://goo.gl/mrgr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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