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의 특성상 책임이 있는 재해나 사고 장소에 회사 오너가 나타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리더가 전면에서 초기부터 책임을 인정하고 상황을 관리하는 모습을 한번 연출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내부 고민들이 선행된다. 전략적으로 리더는 위기 시 맨 마지막 보루가 되어야 할까? 아니면 처음부터 나서서 위기관리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까? 코오롱 이웅열 회장의 사례는 어땠을까?
2014년 2월 17일 밤 9시경 경주 소재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붕괴되었다. 이 체육관에서는 당시 부산외대 신입생과 이벤트 회사 직원 100여 명이 환영회 및 오리엔테이션 공연을 진행 중이었다. 이 사고로 학생과 이벤트 업체 직원 등 10명이 사망하고 128명이 다쳤다.
밤새 구조 작업이 진행되었던 사고 현장에 해당 리조트의 소유주인 코오롱 이웅열 회장이 나타났다. 사고가 발생한지 약 9시간만인 오전 6시. 바로 현장에 달려온 것이다. 이 회장은 사고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 회장은 “유가족들에게 엎드려 사죄하고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 밝혔다.
전날 밤 사고 사실을 인지한 이 회장은 임원들에게 “내가 현장에 내려가야 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자정 경 서울을 떠나 경주로 향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 동안 회사에서는 이 회장이 현장에서 읽을 사과문을 작성했다. 이동 중에 지속적으로 사과문구를 수정하여 최종본을 프린트 해 손에 쥐고 이 회장은 기자들과 현장관계자들 앞에 설 수 있었다.
이 회장은 이후 사상자들이 있는 울산의 한 병원에 가서 합장을 해 조문을 하고 유가족들을 위로 했다. 장소에서 이 회장은 “여러분이 겪으시는 고통을 제가 같이 나눠야죠. 뭐든지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겠습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위기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인 발생 후 24시간을 이 회장은 아주 알뜰하게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현장 메시지들과 실제 사상자들에 대한 보상문제들이 일관성을 가지고 진행 될 수 있는 토대를 스스로 마련한 것이다. 초기 보상액수에 대한 논란도 회장의 리더십으로 직접 잠재워 버렸다. 회장인 자신이 책임지고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전략이 코오롱 위기관리팀에게는 큰 방향과 힘이 될 수 있었다.
위기가 발생하면 사내 위기관리 위원회에서는 두 가지 다른 조언들이 생겨난다. 하나는 이 회장이 실행했었던 것과 같이 “최고의사결정자가 맨 앞에 나서서 위기관리 의지를 피력해야 한다”는 측과 “처음부터 최고의사결정자가 앞에 나섰다가 점점 더 상황이 악화 되면 그때는 누가 나설 것인가?”하는 우려의 측이다. 사실 어느 한쪽이 옳다 그르다 할 수 없다. 위기관리에 정해진 답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주 리조트 케이스에서 코오롱 이 회장의 전략적 선택은 충분히 옳았다. 만약 현장에서 당직 임원이 사과문을 읽었더라면, 회장이 사상자들을 외면하고 직접 조문하지 않았더라면, 보상책들이 제한된 보험규정과 일선 협상팀에 의해서만 처리되었더라면 실제 위기관리가 이번과 같이 마무리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회장의 현장 리더십이 곧 사고의 규모에 비해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가 무척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
다른 기업들의 경우는 어떨까? “회장님이 사고 현장을 빨리 방문하셔야 합니다”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임원들은 얼마나 될까? 회장 스스로 “내가 방문해 사과해야 하겠다”는 말을 하기 전 회장의 리더십을 압박하는 것이 가능한지는 사실 의문이다. “내가 왜 현장에 가야 하지? 그리고 현재 현장 상황이 어떤지도 모를 뿐더러, 성난 유가족들이 나를 위해 할 수도 있는데 경호팀을 데리고 가야 하나?”하는 고민을 회장 스스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보상에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최선을 다해 풀어내라”는 회장의 정확한 지시 없이 보상관련 문제를 말끔하게 풀어낼 수 있는 실무 담당자들이 존재할 수는 있을까?
코오롱의 이번 케이스는 이런 모든 실무적 고민들과 우려들을 단박에 해소 시켜 버린 회장의 리더십이 있었기에 관리 가능했다. 앞으로 남은 문제는 ‘유사한 상황이 재발 된다면?’ 이다. 기업 위기란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특성이 있는데, 향후 유사한 사고들이 발생해도 회장이 직접 움직이셔야만 하는가 하는 실무자들의 고민이 있을 수 있다. 공중들이 생각할 때 “그 때는 현장에 나왔었던 회장이 왜 이번에는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가?”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면 더욱 더 위기관리가 힘들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사고가 더 이상 없기를 그리고 기업 회장들의 위기관리 리더십이 이번 한번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글 : 정용민
출처 : http://goo.gl/Cx2gP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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