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벤처스퀘어 대학생 기자단인 벤처마이너가 3월 28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강북 청년 창업센터에서 열렸던 14번째 스타트업 위크엔드에 참가하면서 느꼈던 점을 작성한 글입니다. 올해 스타트업 위크엔드에 대한 내용은 여기, 그 동안 진행된 스타트업 위크엔드에 대한 글은 여기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편집자주>
3월 28일, 강북청년창업센터는 여러 사람들이 시끄럽게 논쟁하는 소리로 가득했다. 이들은 구체적인 데이터까지 보여주며 서로를 설득하기에 바쁘다. 왁자지껄한 토론의 현장 한 구석에서는 며칠째 제대로 씻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여자가 부산스럽게 타자를 치고 있다. 이 여자는 다른 사람들이 논쟁하는 소리를 들으며 그것을 컴퓨터에 구현해내기 바쁘다. 역시 며칠째 몸단장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한 남자는 노트에 무언가를 끊임없이 그려낸다. 그 역시 사람들의 논쟁소리에 따라 부지런히 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이 기괴한 광경은 3월 28일부터 30일까지 계속되었다. 대체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괴롭히고 있는 걸까? 이들이 주말을 헌납하고 여기까지 와서 논쟁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주말 내내 펼쳐지는 토론, 그리고 설득
사람들이 주말에 이토록 고생하고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들은 스타트업 위크엔드(Startup Weekend)에 참가한 참여자들이다. 스타트업 위크엔드란, 2박 3일 동안 아이디어 발표부터 아이템 런칭까지 창업과 관련된 모든 활동들을 경험해볼 수 있는 행사이다. 원래 창업할 때에는 각 분야에 맞는 사람들을 직접 모아서 그들과 회의를 하며 의견을 조율해야한다. 이 행사의 이점은 이 같은 과정을 2박 3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압축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2박 3일 마지막 날까지 아이템을 런칭해야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주말 내내 뜨거운 논쟁을 계속한다. 짧은 기간 동안 최대한 좋은 아이템을 만들어내기 위해 밤을 새며 의견을 펼치고, 논쟁하며, 그것을 조정해내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스타트업 위크엔드가 진행되는 순서는 간단하다. 참가자들은 처음에 각자 창업 관련 아이디어를 한 개씩 준비해온다. 그리고 28일에 각자 준비해 온 아이디어들을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고, 좋은 아이디어들을 투표를 통해 뽑는다. 투표로 뽑힌 아이디어들을 중심으로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들이 뭉치고, 이들은 이 아이디어를 창업 아이템으로 구체화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논쟁한다.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3인 3색의 호흡이 필요하다
스타트업 위크엔드는 참가자들을 세 가지 분야로 제한해서 받는다. 그 이유는 이 세 가지 분야가 사실상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 세 가지 분야는 바로 기획자, 개발자, 그리고 디자이너이다. 기획자는 창업과 관련된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개발자는 기획자가 낸 아이디어를 IT기술로 실현해내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디자이너는 창업 아이템의 구체적인 디자인을 고안해내는 사람들을 말한다.
스타트업 위크엔드에서 성공적인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의 성공적인 호흡이다. 3일 동안 논쟁만 하다가는 아무런 소득도 없이 끝날 수 있다. 실제로 기획을 구체화하는 동안에는 기획자와 기획자끼리, 혹은 기획자와 개발자끼리의 다툼이 잦은 편이다. 창업에서 다툼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러한 다툼에도 효율적인 시간 배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의 적절한 다툼과 적절한 타협, 이것이 성공적인 팀워크를 불러오는 필요충분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주말까지 반납하며 참가할 가치가 있을까? ‘충분하다.’
주말 내내 씻지도 못한 채로 스타트업 위크엔드에 참가하고 있는 유도희 양은 표정이 밝다. 그녀는 개발자로 스타트업 위크엔드에 참가했다. “대체 왜 주말까지 반납해가며 이 행사에 참여했나요?”라는 질문에 그녀는 “새로운 경험을 위해서요.”라고 답한다. 그녀의 전공은 디지털미디어학과로, Java나 Android와 같은 C언어를 많이 접해볼 수 있는 곳이다. 그런 그녀가 굳이 스타트업 위크엔드에 참여한 것은 바로 개발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기 위해서이다. 그녀는 전공 수업을 들으면서 학과생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해본 적이 많다. 하지만 기획자나 디자이너처럼 비개발자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해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개발자들끼리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기획에 대한 논쟁이 거의 없다고 한다. 개발자들은 기획보다 개발에 신경을 쓰기 때문에 진행 방향이 어긋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편이다. 그녀는 여기서 비개발자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기획 논쟁의 중요성’에 대해 느꼈다고 한다. 기획에 대한 논쟁은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한 번 기획이 제대로 잡히면 그 뒤로는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된다는 원리를 배운 것이다.
또 다른 참가자, 고미현 양은 스타트업 위트엔드에 본인의 아이디어를 제출했지만 뽑히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다른 팀의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팀 빌딩에 참여하고 있다. 그녀의 전공은 원래 법학이다. 스타트업과 다소 멀 것 같은 전공을 가진 그녀가 창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녀의 오빠 덕분이다. 그녀는 예전부터 웹 개발자인 오빠 덕분에 IT분야의 동향을 남들보다 빠르게 접해왔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IT업계에 흥미를 느끼게 된 고미현 양은 IT분야에 대해 독자적으로 공부를 하다가, 이 분야로 창업까지 하겠다는 꿈을 꾸게 된다.
그녀가 스타트업 위크엔드에 참여한 이유는 ‘네트워킹(networking)’ 때문이다. 이 행사의 가장 큰 이점 중 하나는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그녀는 “여기서 마음이 맞는 사람과 만나면 직접 창업까지 해보고 싶다.”며 스타트업 위크엔드에 참가한 포부를 밝혔다. 이처럼 IT분야에 창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스타트업 위크엔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가 된다. 이 행사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유능한 사람들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위크엔드가 개선해야 할 것, ‘부족한 홍보’
스타트업 위크엔드는 창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해준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이 행사를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항상 참가하는 사람들만 계속 참가하는 매니아(mania)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 행사가 더 좋은 프로그램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폭넓게 참여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홍보 방안이 필요하다. 특히, 창업에 관심 있는 대학생들이 대다수 참가할 수 있도록 각 학교 경력개발센터에 문의하거나 대자보를 붙이는 식의 노력이 필요하다. 각 분야의 젊은 인재들이 많이 참가할수록 출시되는 아이디어나 어플리케이션의 질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스타트업 위크엔드를 운영하는 방성희 팀장은 “이 행사가 아직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며, “더욱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발돋움하기 위해 홍보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글 : 벤처마이너(김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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