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3월 7일~12일 간 세계 최대 창조산업 페스티벌인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에서 국내 유망 콘텐츠 분야 스타트업 10개사가 참여하였습니다. SXSW는 음악과 영화, 게임 등 각종 문화콘텐츠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아우르는 세계 최대 복합 창조산업 페스티벌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은행권청년창업재단 기관은 지난 미국 텍사스에서 ‘강남에서 온 괴짜들 (Geeks From Gangnam)’이란 이름의 한국공동관을 운영하였습니다. 참여한 10개의 스타트업은 주요 파트너 및 투자자들과 교류하고 현지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었다고 합니다. 이에 벤처스퀘어에서는 참가한 10개의 기업들을 컨셉에 맞게 나누어 그들의 매력을 집중탐구를 해보았습니다. 전체 내용을 보려면 여기를 참고하세요.
이번에 기자가 만난 스타트업은 다섯시 삼십분이다. 다섯시 삼십분은 ‘오리가미(종이접기)엔진’을 이용하며 교육적, 심리학적으로도 인정받은 종이접기를 앱에 최적화된 형태로 구현하는 스타트업이다. 어려운 설명이다..
기자는 다섯시 삼십분에 개인적으로 참 묻고 싶은 말이 많았다. 일단은, 왜 회사 이름이 다섯시 삼십분인지, 왜 종이 접기라는 생소하면서도 친숙한 소재를 가지고 창업을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실제로 수익이 날 수 있을까라는 다소 직절적인 질문이었다. 이 인터뷰를 읽고 나면, 기자처럼 대부분의 독자들이 다섯시 삼십분의 정식 서비스를 기다리게 될 것이다.
디캠프의 까페(그렇다. 기자의 공식 인터뷰 장소이다)에서 다섯시 삼십분의 천영진 대표와 정상화 대표를 만났다. 그들은 사람 좋은 미소를 띄며 명함을 건내주었다. 그들의 명함에는 ‘꿈남’ 이라는 수식어가 적혀있었다. 꿈남이라.. 꿈을 쫒는 남자라는 뜻인걸까? 그리고 인터뷰 내내 깨달은 것은 다섯시 삼십분이라는 기업은 그들이 꿈을 쫒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섯시 삼십분의 기원(?)
“‘다섯시 삼십분’ 이라는 이름은 저희 회사가 다섯시 삼십분이면 퇴근해서 만들어진 이름이에요.” 다섯시 삼십분이면 퇴근하는 회사라..참 좋을 것 같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천영진 대표(이하 천 대표)가 다섯시 삼십분이라는 기업명에 얽힌 대서사시를 말해주었다. “사실 정상화 대표님(이하 정 대표)과의 창업은 제 자취방에서 시작되었어요. 저는 그 당시 룸메이트와 둘이 살고 있었는데요, 그 친구가 다섯시 반이면 퇴근을 하고 집에 왔어요. 그 친구가 일하는 분야가 저희와는 정말 다른 분야였기 때문에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동거인이 오기 전에 모든 작업의 흔적을 치워야했어요. 그래서 그 친구의 퇴근 시간에 맞춰 저희도 퇴근한거죠(웃음).”
“다섯시 삼십분을 창업하기 위해서 정 대표님과 저는 아주 먼 길을 돌아왔어요. 일단 저는 원래 웹 개발자였어요. 이전의 직장에 다닐 때는 마침 아이폰 붐이 불 때었어요. 저는 그 때 개발자로서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구나 싶어서 과감히 퇴사를 했어요. 그리고 홀리배리 인터랙티브 스튜디오를 창업했지요.” 웹 개발과 앱 개발은 비슷해 보이지만 천 대표는 개발자로서 큰 차이를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KT 이코노베이션 센터 경진대회에 참여해 1:100으로 퀴즈를 즐기는 ‘퀴저스’라는 앱을 개발해 우수상을 받았다고 한다. “앱 개발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그리고 홀리배리 인터랙티브 스튜디오에서 직접 퀴저스를 개발하고 유저들에게 제공하기로 했어요.”
여기까지는 참 이상적이다. 과감히 안정적인 직장을 나와 스타트업으로서의 가능성을 경진대회에서 인정받고, 승승장구하게 된 케이스처럼 들린다. 하지만 천 대표는 퀴저스로 인해 개발자와 기획자의 역할이 얼마나 다른지를 깨달았다고 한다. “저는 제품을 출시할 때만 해도 저희가 열심히 만든 퀴저스를 사람들이 써줄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현실은 달랐어요.” 사람들은 생각했던 것 만큼 퀴저스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결국 사장되었다고 한다. 이 일을 계기로 그는 4명의 직원들을 흩어지게 하는 아픔을 겪은 뒤 홀로 1인 개발자로서 만들 수 있는 앱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1인 개발자 시절 만든 ‘1초만에 빵터지는 웃긴 사진들’, ‘나를 닮은 캐릭터’는 국내에서는 랭킹 1위까지 차지했다고 한다. 그리고 점점 앱 개발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자 그는 최고의 기획자를 찾아나섰다고 한다. 누구나 알다시피 그 최고의 기획자는 정상화 대표였다.
정 대표 또한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아틀란티카 온라인을 개발한 엔도어즈(현재는 넥슨에 인수되었다)에서 근무했으며, 드림위즈 등 당대 최고 포털에서도 기획자로서의 역량을 발휘한 적이 있다. 특히 포털에서의 경험을 쌓아 엔도어즈의 유럽 진출을 위해 직접 독일 법인에서도 근무한 경력이 있다. “게임 회사에서 일하면 야근도 많고 특히 배포 몇 일전에는 사활을 걸어야 해요. 저는 사실 이런 문화가 저와는 잘 맞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열정적으로 일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하지만 저는 일하면서 행복해지고 싶었어요. 독일에서 일할 때 그래서 법인 장소로 하이델베르크를 선택한 이유도 있어요” 하이델베르크는 독일의 유명 관광도시이다.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서 대도시와 비교했을 때 조금 더 여유로운 분위기의 하이델베르크를 선택했어요.” 여기까지 들으면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즐겁게만 일하면 성과가 나올 수 있을까? “결과는 성공적이었어요. 처음 현지 직원들은 자유롭고 즐거운 분위기의 회사에 얼떨떨해했어요. 하지만 일하는게 재미있어지니까, 놀이와 여유가 하나의 문화가 되더라고요. 아틀란티카 온라인 출시 전에는 독일인 직원들이 직접 집에서 침낭을 가져와서 다들 놀면서(?) 하지만 열심히 작업을 했어요”
종이접기의 가능성을 확인하다
사실 그들은 초면이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놀랄 만한 성과가 있었다. 천 대표와 정 대표는 로이월드라는 회사에서 같이 근무한 적이 있다고 한다. 예전 우리의 동심을 자극했던 주니버와 야후 꾸러기의 옷 갈아입히기 플래쉬 게임을 기억하는가? 이 게임은 아주 오래전 디지털 기기가 나오기 전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던 ‘두꺼운 도화지에 그려진 캐릭터에 옷을 접어 입히는’ 장난감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이 플래쉬 게임의 개발에는 천 대표가, 그리고 기획에는 정 대표가 참여했다고 한다. 이 게임은 무료로 제공되었는데 놀랍게도 한국보다는 해외에서의 반응이 폭팔적이었다고 한다. 해외의 플래쉬 게임을 제공하는 사이트에서 주니버 플래쉬의 링크를 누르면 한국 페이지로 이동하게 되는데, 언어가 영어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외국 유저들이 게임을 즐겼다고 한다. 특히 ‘못난이 인형’을 제작했던 미국의 대형 완구 기업 ‘비니 베이비’의 회장은 무려 전세기를 타고 한국으로 와서 계약 의사를 타진했다고 한다. 특별한 프로모션 없이도 강제(?) 해외 진출을 하게 된 셈이다.
이와 같은 기억은 천 대표와 정 대표의 뇌리에 깊에 박혔다고 한다. 그리고 옷 입히는, 더 정확히 말하면 종이를 이용한 게임의 가능성을 확인한 계기라고 한다. 종이 접기는 나이, 성별 그리고 언어를 불문하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돌아온 정 대표와 개발자를 찾고 있던 천 대표는 드디어 만나게 되었고 그들이 보낸 지난 시간들은 다섯시 삼십분의 근간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독일에서의 즐거운 문화는 다섯시 삼십분의 행복한 문화를, 그리고 천 대표가 개발자로서 다져온 내공은 다섯시 삼십분의 게임인 ‘다함께 접어봐’를 보다 내실 있게 다졌다고 한다.
다섯시 삼십분, 충분하다 아니 너무 재미있다.
그렇다면 제품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행복하고 능력있는 사람들이 만든 게임이 얼마나 훌륭한 지, 직접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기자의 총평은…대단해요! 였다.
‘다함께 접어봐’는 현재 베타테스트 중이다. 따라서 정 대표가 가져온 아이패드로 직접 시연을 해보았다. 막연하게 종이접기라고 쉽게 생각했던 기자의 안일한 생각이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각 스테이지마다 종이를 접을 수 있는 기회가 정해져 있으며, 현재 100개 이상의 스테이지는 계속 업데이트 될 예정이라고 한다. 다섯시 삼십분의 스테이지들의 특징은 ‘귀엽거나, 혹은 어렵거나’이다. 귀여운 종이접기 모형은 유저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고 어려운 모형은 유저들을 마치 플래피버드처럼 소위 ‘열받게’ 만든다. 그리고 그 열받은 유저들은 계속 게임을 하게 되며, 끝내는 스테이지를 끝내 성취감을 맛보게 된다.
다섯시 삼십분의 게임은 단순히 종이접기가 아니라, 종이접기를 하면서 두뇌를 쓰는 그야말로 퍼즐 게임의 좋은 예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스테이지는 맵 형식으로 구현되어 있으며, 맵에서 일정 레벨을 넘을 때마다 귀여운 다섯시 삼십분의 동물 마스코트들이 배지 형식으로 주어진다. 소셜성도 뛰어나다. 친구들이 어떤 레벨에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으며, 내가 해낸 종이 접기를 다른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도 있다.
다섯시 삼십분의 소셜성을 돋보이게 해주는 전략은 누구나 종이 접기 문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저희는 다섯시 삼십분의 종이 접기 툴을 개방할 예정이에요. 누구나 주어진 툴을 이용해서 문제를 만들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렇게 되면 미국에 있는 유저가 만든 문제를 한국 유저가 풀 수 있고, 한국 유저가 만든 또다른 문제를 일본에서도 풀 수 있겠죠. 또한 여러 메신저를 통해서 유저들이 자신들이 만든 문제를 친구들에게 풀어보라고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다섯시 삼십분의 매니아층 육성은 물론이고, 소셜성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스테이지 수도 늘릴 수 있다. 기자는 다섯시 삼십분이 행복해보이고, 이제는 정말로 ‘많이’ 유능해 보이기 시작했다.
세계에서도 종이접기는 통한다
특이한 점은 다섯시 삼십분에 대한 반응이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빨랐다는 점이다. 기자는 아마도 종이접기에 대한 인식이 한국에서 굳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들이 많이 하는 종이접기라는 인식말이다. “해외에서는 종이접기라는 문화가 보편화되있지 않기 때문에 더욱 저희 다섯시 삼십분을 신기해 하시는 것 같아요.” 이번 SXSW에서의 성과도 주목할 만 하다. 최근 다섯시 삼십분이 컨택하고 있는 대상은 그 이름도 멋진 워너브라더스이다. 워너브라더스 측에서 배트맨과 슈퍼맨의 IP를 이용한 종이접기를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의견을 보인 것이다. 워너브라더스같은 경우, 하나의 IP를 가지고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다섯시 삼십분의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국내의 스마트 스쿨 열풍에 힘입어 저학년의 교실에서 태블릿 PC를 이용한 수업이 늘고 있는 추세이다. 이와 같은 경향으로 다섯시 삼십분은 학교 안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긍정적인 의견도 받고 있다.
애아빠인 정 대표와 여유를 즐기는 남자, 천 대표가 느끼는 다섯시 삼십분의 중요성
정 대표는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남편으로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아주 소중하다고 했다. 그리고 천 대표는 퇴근 후 그 날 작업한 코드들에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행복하다고 한다. 하루를 마감하며 다섯시 삼십분에서 하루 종일 한 작업들을 다시 정리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여유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다섯시 삼십분의 원동력이다.
“즐거운 사람들이 만든 종이접기 게임은 분명 유저들에게도 즐거운 감정을 전해줄 것 이라고 믿어요.” 그리고 다섯시 삼십분을 더욱더 성장시켜 다섯시 반이면 퇴근하는 문화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싶다고 했다. 후배 개발자들과 기획자들을 위해서도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지원이 필요해요. 이번 SXSW에 갔을 때도 테블릿 PC를 사비로 10개 정도 구매했어요. 저희 게임을 보다 많은 외국인들에게 알려 드리고 싶어서요. 국내 대기업에서 이런 저희의 노력에 힘이 되주셨으면 좋겠네요.(웃음)”
그렇다. 즐겁고 행복한 문화일수록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보다 나은 게임 생태계를 만들어 냈으면 좋겠다는 기자의 바램이다.
다섯시 삼십분은 종이접기라는 생소하면서도 익숙한 아이템을 행복하게 만드는, 그러면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행복해지길 바라는 착한 기업이었다. 그들이 더욱 더 행복해졌음 좋겠다.
글 : Jay (mj@venturesquar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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