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업디자인을 공부했고 그 중에서도 가장 관심있었던건 UI 와 건축 디자인이였다. UI 는 내가 하는일과 관련있다지만, 건축 디자인? 조금은 생뚱맞지 싶다.
건축디자인을 동경하게 된 것의 특별한 계기는 없다. 다만 어릴때부터 낙서를 좋아해서 중학교 때까지는 참고서, 교과서 할 것 없이 낙서들로 매꿔져 있었고 그 때문에 선생님께 많이도 혼났었다. 바로 그때 그렸던 낙서들의 대부분은 ‘건물’ 들이였다. 기하학적이면서도 복잡하게 빼곡히 그려진 성, 빌딩, 집 들은 유난히도 나를 기쁘게 했다. (집성애자 같은건 아닙니다…) 아마도 이런 경험들이 독특하다면 독특한 나의 흥미가 시작된 지점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대학에 와서 건축 산업의 어두운 미래와 그것보다 더 어두운 내 점수를 보면서 건축에 대한 마음을 깔끔히 접게 되었다. 하지만 진로와 상관없이 아직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여전히 내 꿈 중 하나는 “멋진 집을 직접 디자인 하는 것” 이다.
이런 관심은 자연스럽게 내가 일하는 회사에게 이어졌고, 스타트업의 공간에 대한 고민도 하기에 이르렀다.(하라는 일은 안하고…) 그런 고민 중에서, 10명 내외의 스타트업에게 이상적인 사무 공간의 조건을 정리해 보았다.
1. 되도록 분할을 자제하고 오픈할 것
사실 오픈오피스의 부작용1 부작용2 과 같이 사실 오픈오피스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사례는 많지만, 그럼에도 오픈 오피스를 지향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공간을 나누면 나눌수록 임대료가 비싸진다, 파티션과 벽, 유리 모두 돈이다. 회사의 생명 연장을 위해서 칸막이를 피해야 한다. 둘째, 자리(책상)의 배치가 유동적이고 필요에 따라 공간을 쉽게 변형할 수 있다. 서비스가 성공함에 따라(혹은 반대의 경우일 수도…) 쉽게 효율적 공간 배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오픈된 공간은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유지시킨다는 점이다. 쉽게 간과해버리는 부분이지만, 팀 멤버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서로 교환함으로서 생기는 투명성과, 이를 통한 상호 신뢰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여기의의 투명성이란 개방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소리의 공유, 대화의 공유, 만남의 공유 등을 포괄한다.) 힘들고 지치다 보면 금새 서로에 대한 신뢰는 금가고, 서로의 능력과 헌신을 의심하기 마련이다. 이 때 얼마나 서로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사람이란 생각보다 나약하고 간사한 동물이다. 재정의 투명성 만큼, 커뮤니케이션의 투명성은 초기 스타트업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2. 돈쓰지 말 것
스타트업은 끊임 없이 성장한다, 아니 변한다. 한달만에 직원이 10명이 늘기도하고, 10명이 줄기도한다. 이런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짧은 기간에 계속적으로 오피스를 옮기게 되며 결국 오피스에 투자한 모든 비용은 대부분 회수되지 못한채 고스란히 손실이 된다.
무엇보다 기자재 및 가구 특성상 감가상각이 살인적인데다 운반 및 처분에 많은 돈이 든다. 100만원짜리가 1년만에 10만원이 되는 것이 가구다. 아이엠컴퍼니도 몇차례 사무실을 이전하며 상당히 많은 비용이 들었고, 필요 없어진 가구를 처분하지 못해서 상당히 곤란한 기억이 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가구, 인테리어 라는 것은 ‘사치품’ 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비싸고 좋은 것들이 많고 따라서 조금 더 욕심을 내봐야 의미가 없다. 돈을 벌면 어차피 버리게 될 것이고, 돈을 못벌어도 어차피 버리게 될 것이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공간과 기자재들은 ‘현금’을 쓰지 않고 확보하는 것이 좋다. (아이엠컴퍼니는 한자리당 150만원 내외의 고급세팅!!을 모두 후원, 협찬을 받아 사용하게 되었다.)
3. 적절히 혼란스러울 것
흔히 책상을 보면 일하는 스타일을 알 수 있다고 하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말이다. 아무리 깔끔한 사람도 정신없이 쏟아지는 자료와 명함을 받다보면 금새 책상이 더러워지기 마련이다.
사실, 나 역시도 책상은 깔끔해야 한다는 “깔끔 주의” 였지만 실제 업무를 하며 조금씩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구글이 이유 없이 공룡과 우주비행선을 걸어두는 것이 아니고, 징가가 게임 덕후들만 있어서 오락기와 당구대를 회사 로비부터 깔아두는 것이 아니다. 창의성은 기존의 틀을 깨려는 파괴적인 도전 정신에서 오고, 당연하게도 정리된 책상과 공간은 이런 파괴적 사고 보다는 규칙과 규율에 순응하는 사고를 품게 할수 있다. (실제 연구결과도 있다.)
따라서 이쁘고 세련된것에 막연히 집착하기 보다는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상태를 ‘적절히’ 유지하는데 노력해야하며 필요하다면 투자를 해야한다. (주커버그도 사업 초기 회사 벽면의 벽화를 주식을 줘가면서 까지 그렸다고 한다. 이 정도 패기는 있어야 성공하는 것인지…)
스타트업에게 사무실은 단순한 업무 공간이라기 보다는, 삶의 무대이며 팀의 의견을 나누는 광장이자, 즐거움의 놀이터이다. 그렇기에 창업자는 반드시 공간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하고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함을 잊지 말자.
글 : 검은사자(아이엠컴퍼니)
출처 : http://goo.gl/qEQrn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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