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경영이 마이크로한 측면이라면, 이러한 생태계는 매크로한 측면이라 정답을 찾기가 보다 어려운면이 많습니다.
최근에 여러 포럼들을 다니면서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서 논의할 기회가 많았는데, 한번 제 생각을 정리해봤습니다.
1. 왜 스타트업-벤처가 필요한가?
1) 사회적 측면
글로벌한 경쟁사회에서 한국이 도태되지 않을려면 “혁신”이 필요한것이 현실입니다.
기존의 대기업에서도 혁신이 일어날수 있습니다만 한계가 있고, 그렇기에 세계 각국들이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스타트업 생태계에 힘을 쏟고 있다고 봅니다.
그외 단기적으로 효과가 미미할지라도, 장기적으로 스타트업이 중소기업이 되고 중견기업이 되어가면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도 기대할수 있을겁니다.
2) 개개인적 측면
창업이 상당히 익사이팅한 일이긴 합니다만, 개개인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취업이 잘되는 생태계가 더 필요한 것일수 있습니다.
미국만 하더라도 실리콘밸리는 미국전체의 한 지역일 뿐이고, 실리콘밸리에서조차도 누구나 창업을 하는것은 아닙니다.
우리도 모두가 창업을 할수도 없고 (그러면 창업한 회사에 들어가서 일할사람이 없겠죠?) 모두가 창업을 하는것이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창업에 더 적합한 사람이 적성에 맞지않는 공무원으로 일하거나 혹은 대기업에서 일하는 경우에는, 가급적 창업을해서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갖는것이 바람직하겠죠.
2. 단계별 생태계
생태계라는것이 사회의 정말 다양한 부분들이 서로 맞물려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매크로차원의 생태계가 풀기 어려운 문제이고, 이것들을 풀기위해서는 작게는 10~20년부터 크게는 백년대계와 같이 충분한 시간이 필수적이라고 봅니다.
장기적인 안목과 인내없이 단기적으로 조급하게 진행하다보면, 예전의 벤처거품처럼 오히려 역효과가 생길수도 있을겁니다.
1) 교육 생태계
경영은 기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이러한 문제들은 예상된 문제들도 있지만 예상치도 못한 문제들이 훨씬더 많기에 주입식 교육만으로는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어려서부터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창업교육이 아닙니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최소한 중학교정도부터 시작해야 어릴때부터 창의력을 키우기 시작하고 대학까지 10년정도 지나면 기초적인 내공이 다져지지 않을까 합니다.
뒤늦게 대학생들을 대상으로하는 창업교육만으로 인재를 일부 키워낼수도 있겠습니다만(사실상 키워낸다기보다는 나름 이러한 내공을 다져진 친구들을 발굴하고 좀더 자기계발측면이 강하겠습니다.) 조급한 측면이 있는것 같습니다.
우려되는 측면은 국내 교육생태계가 무엇이든 학원식 주입교육으로 탈바꿈시키는 생태계인지라, 이러한 창의력 교육조차 철저한 학원식 주입교육이 될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어릴때일수록 어쩌면 더 안가르치고 내버려두는것이 가장 창의력을 키워줄수 있는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질문을 막지말고 많이 하게하여 호기심을 키워주는것이 최선일지도 모르죠.
최근의 초등학교 프로그래밍교육 이야기도 비슷한것 같습니다.
프로그래밍의 논리적인 사고를 키워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지, 단순한 프로그램 명령어 하나하나의 주입식 교육이나 논리력 향상이라는 주입식 교육만으로는 본질과 거리가 먼 또다른 “아이 잡기”밖에 안될거라고 봅니다.
요즘의 개발자 부족 및 이공계위기가 이것으로 풀릴것 같지는 않습니다. 창업생태계에는 개발자나 디자이너의 부족현상이 더욱 심각하지요.
개발자 부족은 제가 다음의 CTO로 있을때인 2001년부터 위기의식을 느꼈는데, 이쪽은 또다른 복잡한 생태계의 이슈인지라..
그리고 교육 생태계를 바꾸기가 참 어려운 이유는 “교육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반면에 교육이 사회의 결과이다” 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어릴때는 교육이 바뀌면 사회가 바뀔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만, 요즘은 사회가 바뀌어야 교육이 바뀔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극단적인 spec위주의 주입식 교육은 결국 취업이 잘 안되기 때문에 생겨난 현상이죠. 일자리든 복지든 사회적안전망이 부족하니 결국 조급한 마음에 이러한 왜곡된 교육생태계가 형성된것입니다.
반면 창업의 차원을 떠나 취업의 차원에서조차, 기업들은 대학에서 도대체 뭘 가르쳤기에 우리가 다시 교육시켜야 하느냐고 불만인 상황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래저래 학생들은 spec쌓기 교육에 인생을 쓸데없이 허비한 셈이 되고 맙니다.
2) 창업초기 생태계
최근에 어그레시브한 정부의 지원과 미디어의 관심, 그리고 액셀러레이터와 엔젤투자자/초기투자전문 VC등의 노력에 힘입어, 이쪽은 약간 과열이 보이기도 하지만 불모지에서 지금현재 상당히 활성화된 상태라고 봅니다.
물론 이쪽도 아직 부족한 부분들이 많긴 합니다만, 문제는 앞단의 교육생태계와 다음에서 언급되는 뒷단의 후속투자유치와 성장 생태계는 그만큼 따라가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죠.
좋은시설에서 좋은훈련받고 전쟁터에 나갔더니, 막상 전선에는 상황이 달라 저급한 보급물자조차 제대로 지원되지 못한다는 느낌이랄까요.
3) 후속투자 생태계
엔젤투자단계부터 초기 시리즈A까지는 IT쪽은 어느정도 투자생태계가 많이 개선되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후 시리즈B,C쪽은 아직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막상 전선으로 나간 창업팀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이쪽도 글로벌 추세에 맞추어 많은 변화가 뒤따라야겠습니다.
현재는 너무 검증된 상장직전의 회사들쪽이나 중견기업 수준에 더 관심들이 많으신것 같은데, 좀더 제대로 벤처투자가 이루어져야겠습니다.
관련하여 모태펀드의 운영도 개선이 필요할것 같고, M&A도 보다 활성화되어야겠죠. IPO는 중견기업이 된 스타트업중에서도 일부만이 가능할테니깐요.
4) 성장 생태계
투자외에도 스타트업이 향후 중기업 – 중견기업 – 대기업이 될수 있는 포괄적인 성장 생태계가 필요할것입니다.
그래야만 보다 많은 일자리 창출도 가능할테구요.
이쪽은 경제산업구조 전반에 걸친 포괄적인 이슈라 복잡한 부분입니다만, 꼭 창업이 아니더라도 경제/사회전반적인 측면에서도 건전한 생태계를 갖출 필요가 있겠습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공정하게 상생할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할겁니다.
5) 기타 분야별 생태계
단계별이 아닌 분야별로 생태계를 본다면 게임쪽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글로벌진출도 많이 되어있고, M&A도 상대적으로 활발한편이며, 자금회수 기간이 빨라 투자쪽도 제일 활발합니다.
그다음이 게임이 아닌 IT쪽 온라인서비스나 모바일앱등이 될것 같습니다. 아직 부족한점들이 있긴 하지만 이쪽도 나름대로 생태계가 어느정도 구축되었습니다.
그외 non-IT쪽인 일반 제조업이나 오프라인 서비스업등은 아직 상대적으로 생태계가 상당히 미숙하다고 보여집니다.
3. 성공사례들의 필요성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장기적으로 다각도에서 생태계가 개선될 필요가 있겠습니다만, 지금 단기적으로 필요한것은 성공사례들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백년대계인 앞단의 교육보다는 뒷단의 후속투자 생태계와 함께 스타트업이 제대로 본궤도에 올라갈수 있을때까지 여러모로 도울 필요가 있겠습니다.
물론 이 성공사례들은 거품이 아닌 진짜 성공사례여야 할테구요.
성공한 벤처1세대가 후배들에게 창업문화를 전파시키면서 독려할수도 있겠습니다만, 역시 비슷한 또래의 벤처2세대의 성공사례들이 나오면 젋은이들이 보다 진지하게 창업에 대해 고민할수 있을겁니다.
최근에 선데이토즈의 성공에 힘입어 명지대학생들이 특히 창업열풍이 불고 있다고 하고, 쿠팡과 티켓몬스터의 성공에 힘입어 많은 유학생들이 창업에 도전하는것이 바로 이러한 결과로 보여집니다.
엔써즈의 김길연 대표님도 바로 선배인 장병규 대표님의 영향을 받았었고, 약간 물질적인 측면이 있긴 합니다만 지난번에 장병규 대표님이 포항공대에 방문하셨을때 창업에 성공한 학생이 BMW를 몰고 나타났더니 학생들이 창업을 진지하게 고민해보더라 하는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볼수 있겠죠.
다른 세대에다 멀리 느껴지는 벤처1세대에 비해 아무래도 같은 대학의 또는 같은 학과의, 아는 선배가 또는 아는 동기가 성공했다면, 더욱 본인에게도 현실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결국 단기적인 차원에선 이러한 실제 성공사례들이 나와주면, 자연스럽게 입소문을 타게되어 하지 말라고 해도 창업에 도전할 젊은이들 또한 자연스럽게 생길겁니다.
그리고, 장기적인 차원에선 현재 약간 과열된 창업 생태계에서 실제 성공사례들이 나와줘야 벤처투자자들도 좀더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게 될테고, 이것이 지속적으로 선순환되면 생태계가 조금씩 나아지겠죠.
*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일반적인 창업문화의 전파쪽도 돕겠지만, 이러한 실제 성공사례들을 만드는 쪽과, 특히 창업생태계에 많이 부족한 개발자/디자이너들에게 창업문화를 전파하여 창업의 자질이 있는 개발자/디자이너들이 보다더 적극적으로 창업에 뛰어들수 있게 돕는것이 더 중요한 미션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글은 저자의 동의를 얻어 벤처스퀘어에 게재합니다
글 : 이택경(엑셀러레이터협의체 초대의장 겸 프라이머 대표)
원문 : https://www.facebook.com/taekkyung/posts/614398198646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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