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에서 감독이었던 히딩크는 한국 축구를 획기적으로 바꿨다. 과거에는 한 골 먼저 먹으면 급한 마음에 상대편 골대를 향해 뻥뻥 패스를 날렸다. 요행을 바라고 큰 건을 노리지만 시간과 체력만 낭비하고 결국 패배한다. 히딩크 축구는 달랐다. 비록 지고 있고 시간이 부족해도, 볼을 잡으면 후방에서 패스를 하며 전열을 정비해 차근차근 골 기회를 만들었다. 그런 축구가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들었다.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한 스타트업은 조급해 한다. 한 사람의 얼리어답터 고객을 만족시켜야 규모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닥치면 급한 마음에 뻥뻥 장거리 볼을 찬다. 쉽고 빠르게 성장하려 한다. 전략적인 그림을 그리고 제휴를 통해 지름길을 찾는다. 경품을 걸고 이벤트나 행사에 의존한다. 유명인을 끌어들인다. 언론을 동원한다. 회원은 잠시 늘어나지만 부싯돌 불꽃으로는 물을 끓일 수 없다. 모닥불을 피우지 않고는 인위적인 자극만으로 지속할 수 없다. 모닥불 불길이 새 불길을 만들 듯이, 고객이 새 고객을 만드는 자연 성장을 이루게 하는 것이 마케팅의 목표다. 사업은 장거리 경기다. 차근차근 만들자.
홈페이지나 소개문서는 기업 이미지 광고 같다. 사회 공헌이나 복리후생은 열심히 홍보하는데 정작 무슨 제품을 만드는지는 알 수가 없다. 창업자의 프로필과 블로그에도 회사나 제품 소개조차 없다. 대기업을 흉내내며 낭비하지 말고 제품의 고객 가치를 알리는 데 집중하라.
심지어 이름도 감추고 자기소개조차 없다. 신비주의 마케팅을 하는가? 우주의 중심 무대에 있다고 착각하지 말라.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다. 떠들어라. 알려라. 소개하라. 고객을 직접 만나라. ‘스팸으로 간주되지 않을까?’ 정도로 해야, 사람들이 ‘이런 게 있었네!’ 정도로 인지한다. 가까운 친구들의 칭찬에 마취되지 말라.
바가지로 모래를 퍼서 호수에 부으면 호수 물이 넘쳐 흐를 것을 기대하며 일을 도모하지 말라. 그냥 그 바가지로 호수 물을 직접 퍼서 담는 것이 더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다. 뜬구름 잡는 간접 마케팅 활동 대신 고객을 직접 만나라.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해 알리고 고객을 확보하는 데 총동원하라. 느긋할 여유가 없다. 발바닥이 뜨거워지도록 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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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출처 : http://www.etnews.com/2014041800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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