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이었다. 많은 국민들은 또 인재라 부른다. 2014년 4월 16일 아침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서 세월호란 이름의 여객선이 침몰했다. 수많은 승객들이 허무하게 희생되었다. 여객선 침몰을 둘러싼 핵심 위기관리 주체들의 위기관리. 여지없이 대형 재난관리 체계의 수준을 그대로 드러내고 말았다. 세월호 침몰로 시작된 위기관리 그리고 큰 실패. 그 대표적 실패 요인 10가지를 꼽아본다.
1. 선박회사의 안전규정 준수 부실
일단 위기발생을 미연에 방지 할 수 있었던 최초의 바리케이드가 무너졌다. 세월호를 운영하고 있는 청해진해운은 최초 몇 명의 탑승객이 승선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지도 못했다. 탑승객과 함께 실린 컨테이너와 차량들의 무게와 수 또한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선박 내 구명조끼는 충분하지 않았고, 배가 침몰할 위기에 사용할 선박 좌우편의 구명뗏목(구명벌)은 46개(25인승)나 달려있었지만 1~2개를 제외하곤 제대로 펴지지도 않았다. 탑승직원들의 안전 조치 실행 수준들을 보면 평소 진행했다는 사고대비훈련 조차 그 수준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2. 선장의 오판과 커뮤니케이션 부실
차선책으로 사고 직후 커뮤니케이션만 정확했다면 사망자를 줄일 수 있었다. 기울어져 가는 선박 탑승객들에게 선장과 직원들은 “선내에 머무르라” 커뮤니케이션 했다. 침몰이 예상되면 취해야 하는 상식적인 승객들의 이동과 집합 조치들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많은 학생들은 선내에 머무르며 추가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기다렸다. 하지만 승객들의 인명구조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지휘해야 할 선장은 가장 먼저 선박을 떠났다. 커뮤니케이션 없는 사고는 곧 재앙을 의미한다. 세월호가 재앙이 돼버린 순간이었다.
3. 구조 지원을 위한 정부간 커뮤니케이션 부실
이전 천안함으로부터 배운 것은 결국 아무것도 없었다. 초기 출동을 통해 선박 위 흩어져 있던 승객들을 구조해 내는 상황관리 활동이 진행됐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루어졌어야 할 대형 구조장비들의 입체적 동원은 즉각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무총리를 비롯 해양수산부, 안전행정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국방부, 문화체육관광부, 해양경찰청, 소방방재청, 해군, 전라남도 등이 모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긴 했지만, 일사불란한 지원과 동원을 위한 상호간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은 지체되었다. 이때부터 흡사 운동회에서 바통 수백 개를 들고 뛰는 선수들의 규칙 없는 이어달리기를 연상케 하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4. 정부 통합 상황 브리핑의 부실
이런 혼란 속에서 당연히 창구 일원화는 불가능했다. 어떤 정보도 정확하지 않았고, 모든 정보들이 각 참여 기관들에 의해 다루어졌다. 중복되는 숫자들이 나타났고, 오락가락 번복과 번복을 거듭했다. 각 부처가 각자 브리핑 해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했다. 당연히 언론에서는 여기 저기에서 다른 소식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언론은 창구 일원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부처들을 비판했고, 부처 관계자들은 정보확인 이전에 계속 정정과 사과를 하며 시간을 허비 할 수 밖에 없었다. 피해가족들과 국민들은 잘못된 정보들에 울고 웃었다.
5. 피해가족 대상 커뮤니케이션의 부실
이번 사고의 핵심 이해관계자인 피해가족들에 대한 적극적 커뮤니케이션도 초기부터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교육청과 학교는 사고발생 직후 학생들이 ‘전원 구조되었다’라는 루머를 그대로 유가족들에게 발표해 두 번째 상처를 주었다. 피해가족들은 지속적으로 구조상황과 정부의 구조 계획들을 알고 싶어 했지만, 적절한 정보와 업데이트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창구 일원화 자체가 요원했으니 피해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 또한 일관성 있게 자주 업데이트 될 수는 없었다. 전혀 불가능했다.
6. 민관 구조 체계들의 협업 관리 부실
사고직후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하는 군 및 해경 그룹과 민간 구조 그룹들의 지휘체계 통합도 부실했다. 민간 잠수부들이 표류되는 사고도 발생했다. 민간 잠수부들을 구조하느냐 추가적 노력들이 동원되기도 했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선박 사고 지역 주변에 몰려들어 구조 현장 질서 관리가 어려울 정도였다. 수많은 현장인력들에게서 흘러나온 단편적인 소식들이 “카더라”가 되었고, 곧 여러 언론에 의해 기사화 되었다. 정부는 혼란스러워 했고, 피해가족들과 국민들은 흥분했다.
7. 구조 체계 및 장비 개선 부실
전적으로 잠수부들의 인적 구조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천안함 구조 때와 달라진 점이 없었다. 유효한 대형 최신 장비들의 등장은 없었다. 미리 예상할 수 있었던 뻔한 상황이 펼쳐 졌다. 즉, 유속은 강했고, 날씨는 좋지 않았다. 물속 시야는 제로에 가까웠고, 수온은 차가웠다. 당연히 인적 구조는 한계를 보일 수 밖에 없었고, 시간은 흘러 갔다. 이 한계를 극복하는 최신 장비들은 보이지 않았다. 정작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최첨단 수상구조함도 구조 활동에 활용되지 못했다. 천안함 때의 교훈을 살려 1590억원을 들려 1년 7개월 전에 진수된 통영함은 아직도 시운전 중이었다.
8. 대통령 및 지도급 인사들의 대응 부실
대통령도 초기부터 정확한 현지 상황을 완전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졌다. “구명 조끼를 입었는데 어떻게 발견이 힘드냐” 묻는 대통령의 질문이 방송되었다. 일부 정치인들이 군용선박을 이용해 피해가족보다 먼저 현장을 둘러 봤다.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이 무력해 보이는 지자체장들이 피해가족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았다. 일부 장관은 빈소에 들어가면서도 욕설을 들어야 했다. 피해가족들이 모인 체육관에서 의전용 팔걸이 의자에 앉아 라면을 먹는 모습이 찍힌 장관도 있었다. 이와 같은 대형 재해 시 리더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세세하게 전략적이어야 하고 사려 깊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9. 상황 관리 & 커뮤니케이션 관리의 공조 부실
피해가족들은 정확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하길 원했다. 이는 위기 관리 주체인 정부가 일원화 된 창구를 구축하고, 신속 정확한 정보 입수와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스를 완전 관리할 수 있어야 겨우 가능한 것이었다. 모든 재해 재난 관리에 있어 가장 존중 받아야 하는 쪽은 ‘현장’이다. 현장에서의 유효한 조치들을 위해 모든 지원 역량이 제공되는 시스템이 이상적 시스템이다. 현장에는 구조를 위한 인력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인력들이 함께 협업 해야 한다. 현장 진행 활동들을 정확하게 확인 해 2선의 창구에게 지속 업데이트 해주는 인력들이 지정 파견되어야 한다. 즉 상황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가 함께 현장에 있어야 한다. 오직 상황관리만이 위기관리가 아니었다는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10. 통합정부차원에서의 루머 및 오보관리 부실
이번 사고에서 언론의 오보는 당연했다.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 관리에 실패 한 정부 때문에 오보는 불가피 했다. 여러 언론들의 무책임한 속보 경쟁 또한 당연할 수 밖에 없었다. 충분한 정보가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기반으로 하여 짜깁기 된 루머들과 음모론 또한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들이었다. 문제는 또 이에 대응 하는 정부의 체계였다. 각 부처별로 해명을 시도했다. 각자 루머에 대한 사실규명에도 허둥댔다. 통합된 루머 대응과 정보 관리는 아마 끝까지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번 대형 참사에 대한 정부의 위기관리 행태는, ‘평소 무관심의 민낯’ 그대로였다. 위기관리 체계에 대한 평소 정부의 무관심을 감안한다면 이번은 너무나도 당연한 대응 방식과 체계였다. 천안함을 비롯 유사 위기들을 경험했었음에도 개선하지 않는 그들의 무능함과 안이함은 경이롭다. 그렇게 아팠고, 슬퍼 울부짖었고, 곤란과 손해를 경험하며 힘들었어도 시간이 지나면 잊어 버리는 망각과 불감증의 우리들도 사실 이번 참사에 있어 일종의 조력범이 아닌가 한다. 우리 스스로도 다음에는 꼭 달라야 한다. 꼭.
글 : 정용민
원문 : http://jameschung.kr/2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