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동아일보 정호재 기자가 중국 ICT 산업에 대한 취재 후 개인적으로 느낀 점을 페이스북에 기록한 것이다. 벤처스퀘어는 이 글이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ICT 산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판단하여, 저자의 동의를 얻어 벤처스퀘어에 게재한다. 최대한 원문을 살렸으며, 사진 배치 등은 벤처스퀘어의 편집을 거쳤음을 밝힌다. 글 게재를 허락해 주신 정호재 기자님께 지면을 빌어 감사드린다. 취재기 전체 내용은 여기를 참고 바란다.
텐센트의 IR 담당자는 황OO 라는 분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알만한 분은 다 안다. 이 분에게 거의 5가지 통로로 연락을 했다. 우리나라 게임 업계 관계자 치고 텅쉰과 끈이 안 닿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물론 최근엔 CJ 게임즈도 투자를 받지 않았던가? 그리고 여러 온라인 게임사들의 배급을 텐센트가 맡기도 했고. 그거 하나 믿고 이분에게 무턱대고, C-레벨 인터뷰 하고 싶다, 텐센트 선전 사무소 둘러 보고 싶다, 최근 실적 자료를 받아보고 싶다, 위챗 담당자를 좀 보고 싶다 등의 용감무쌍한 요청을 졸라댔다. 그러나 답변은 실망스러웠다.
“싫은데? 우리가 왜?”
헉. 역시 그들에게 한국은 ‘을’에 불과했다. ‘갑’은 다름아닌 텐센트였던 것이다. 당황한 나는 작전을 바꾸어 읍소 작전으로 나가야 했다. 한국 독자들이 텐센트를 참으로 궁금해 한다. 우리나라 게임업계와의 관계도 깊지 않나? 한국 기자들이 텐센트를 자주 가는 것도 아니고, 취재 지원 조금만 더 해달라.
“안된다. 마침 우리 분기 발표 부근이다…언론 인터뷰 못한다”
으~ 당췌 말이 통하지 않았다. 여튼 이런저런 읍소 작전 끝에 겨우 얼굴을 보기로 했다. 여기에는 여러 까다로운 조건이 달렸다(그 내용은 밝히지 않겠다). 직접 만난 황 IR 담당자께선 베이징의 로이터 통신 출신이었다. 3년 전 텐센트에 영입됐다고 했다. 샤프하고 스마트한 베이징 엘리트였다. 기자 출신의 포털 영입은 꽤나 익숙한 풍경이라 “한국 네이버에도 기자 출신 좀 있다”고 말해줬다. 그랬더니 그의 말이 걸작이다. “네이버가 뭐죠?” 아하하.
OK. 내가 KO를 당한 듯 싶다.
2층 전시관을 보여준다. 1억 7778만 이라는 숫자가 전광판에 드러났다. 머지? 카카오도 1억 4000만은 된다. 라인은 4억인데? 텐센트 측의 설명은 충격적이었다. “이건 QQ의 현재 접속자 수에요.” 헛. 8억이 넘는다는 QQ의 25일 2시 현재 접속자 수가 1억 8000여 만명 이란 의미였다. 이어서 텐센트의 역사, 실적, 상황, 사회공헌 등 지리한 소개가 이어졌지만 머 딱히 나를 감동시킬만한 표현은 없었다.
그러다 내가 다시 KO 된 대목이 등장했다. 카페에서 차를 마시면서 본격적인 ‘모바일 메신저’ 얘기를 나눈 것이다. 한국 기자들이 흔히 쓰는 ‘아시아 모바일 3국지’ 얘기를 꺼냈다.
“라인과 카카오는 들어보셨죠?”(호자이)
“네네.”
“라인은 최근 4억을 돌파했습니다. 위챗(微信.Wechat )의 가입자가 6억 이상이라고 들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숫자입니다.”
“워워~ 친구. 그건 아네요. 누가 6억 이라고 그래요? 우리 통계로는 3억 5000명 정도가 맞습니다. 월간 최소 1회 접속자(MAU) 기준입니다. 일부러 숫자 과장할 필요 없습니다. 이 정도도 거대한 숫자 입니다.”
아, 그렇구나. 정신이 아득해져갔다. 이놈들 생각보다 영리한 놈들이구나. 나는 한국에서 MAU라는 기준을 써본적도 없었는 데 말이다.
웨이신 3억 5000만 이라는 숫자는 의미가 있다. 적어도 이 숫자는 현재 중국의 스마트폰 사용자의 수치에 가장 근접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휴대전화 번호를 자주 바꾸는 경향이 있다. 두개도 많고. 때문에 6억 누적 가입자는 전화번호 숫자이긴 하지만 조금 과대 평가된 것 같다. 게다가 웨이신의 해외 이용자도 분명 있다. 그런데 이들은 사실상 중화권 경제에 포섭된 이들이다. 태국-대만-베트남-한국 등 웨이신 사용자들은 주로 중국을 오가며 중국인들과 비즈니스를 하는 이들이다. 혹은 화교라고 해야 할까.
때문에 현재 중국 내에서 스마트폰을 쓰는 인구는 5000만 해외 이용자 빼고 3억(웨이신)+비 웨이신 인구(1억 정도) 해서 4억 명으로 보는 게 합당할 듯 싶다. 앞서 언급한 통계의 오류를 검증해 주는 과정이 될 듯 싶다.
인터뷰는 툭툭 끊어졌다. 이건 머에요? 라고 물으면 ‘인터넷에 나와 있어요’ 머 이런 식이다. 거참 재미 없는 친구다. 누가 인터넷에 나와 있는 지 모르나요? 기왕이면 2차 자료가 아닌 1차 자료 구하고 들으러 온 건데요?라고 쏘아붙이자 그 친구도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지 말고 텐센트의 역사를 잘 아는 기자나 전문가를 소개시켜 주세요”(호자이)
“허, 그건 지나치게 이곳 ‘선전 시’를 과대 평가하는 소립니다. 여긴 그냥 시골 마을이에요. 중국의 인터넷 산업의 역사와 흐름을 듣고자 하면 베이징이나 상하이에 가셔야 하죠. 선전에 기자가 있을 리가 없잖아요.”
와, 졌다.
대략 이런 식의 대화가 오가고 결국 사진을 찍고 마무리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텐센트 빌딩은 현재 새로 만들어 지고 있었다. 거대한 규모로 말이다. 시가총액이 150조를 넘나드는 회사인 만큼 어떤 건물로 나타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했다. 그나저나 왜 텐센트의 상징동물은 펭귄일까? 크롬 브라우저를 베낀 듯한 로고 역시도 미스테리다. 게다가 회사 이름에 마화텅 회장의 이름을 집어 넣다니. 이건 마치 SM-YG를 연상케 하는 묘한 행태가 아닌가?
원문 : https://www.facebook.com/hojai.jung/posts/10152049519072944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