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 탄생 40주년, PC통신과 메신저 거쳐 모바일까지

인터넷을 비롯한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서비스는 웹 브라우징과 파일 전송, 이메일, 그리고 ‘채팅(Online chat)’을 들 수 있다. 온라인으로 연결된 사용자끼리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모든 행위를 포함하며, PC용 채팅 전용 프르그램을 이용하는 것 외에 온라인 게임 이용자 사이의 대화, 모바일 앱을 이용한 메시지 교환 등도 채팅에 포함된다.

채팅의 역사는 의외로 오래되었다. 공식적으로는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74년,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이용하던 초기형 컴퓨터 시스템인 ‘플라토(PLATO)’를 이용, 내부 네트워크를 통한 최초의 채팅이 이루어진 기록이 전해진다. 이후 1988년, 핀란드의 프로그래머인 자코 오이카리넨(Jarkko Oikarinen)이 인터넷을 통해 여러 사용자가 동시에 접속,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프로토콜(통신규약)인 ‘IRC(Internet Relay Chat)’를 개발함에 따라 현대적인 인터넷 기반 채팅이 본격적으로 정립되었다.

 

전화 모뎀과 파란 VT화면의 추억, PC통신

한국에서 인터넷이 도입되기 이전에는 주로 전화선 기반 모뎀을 이용한 커뮤니티 서비스인 PC통신을 통해 채팅이 이루어졌다. 1986년을 전후해 등장한 데이콤(현재의 LG유플러스)의 ‘천리안’과 한국경제신문의 ‘케텔(KETEL)’이 한국 PC통신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게시판(BBS), 메일, 동호회, 그리고 채팅 서비스가 제공됨에 따라 한국에도 본격적인 ‘채팅족’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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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텔은 이후 한국통신(현재의 KT)에 인수되면서 1992년부터 ‘하이텔’로 이름이 바뀌었고, 이후 나우콤(현재의 아프리카TV)의 ‘나우누리’가 1994년에, 삼성SDS의 ‘유니텔’이 1996년에 등장하는 등, 한국의 PC통신은 1990년대 들어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로 인해 채팅을 즐기는 인구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며, 2014년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채팅 문화 역시 상당수가 이때 정립되었다. 이를테면 채팅을 하는 상대방을 ‘~님’이라고 부르거나 채팅 중에 ^^(웃음), TT(울음) 등의 이모티콘이 널리 쓰이는 문화도 이때부터 한국에 정착되었다.

당시 PC통신은 전화 모뎀을 기반으로 데이터 교환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통신 속도가 느린 편이었고, 이용 시간이 길면 그만큼 통신 요금도 많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때문에 화려한 이미지를 철저히 배제하고 텍스트로만 화면을 구성한 VT(가상터미널)모드로 서비스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이유로 사용자들은 ‘P(뒤로가기)’, ‘SAY(쪽지 보내기)’, ‘GO(이동)’ 등의 명령어를 키보드로 직접 입력해 게시판이나, 동호회, 채팅 서비스를 이용했다.

‘이야기’나 ‘새롬데이터맨’ 같은 VT통신 에뮬레이터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마우스나 단축키를 이용해 좀 더 편하게 PC통신을 이용할 수 있긴 했지만, VT기반 PC통신의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는 없었다. 2000년대 들어 초고속통신 및 WWW 기반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이 이루어지면서 PC통신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시작했고, 채팅 역시 인터넷 기반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0년대의 개막, 채팅의 무대는 웹과 메신저로

인터넷이 대중화되며 채팅의 무대는 채팅 서비스를 주력으로 제공하는 커뮤니티 사이트로 옮겨갔다. 특히 국내에서는 ‘하늘사랑’, ‘세이클럽’ 등의 채팅 사이트가 2000년대 초반에 유명세를 떨쳤다. 이러한 채팅 서비스는 이용자 폭이 넓은 인터넷의 강점을 이용, 학연이나 지연 등을 분석해 서로 공통점이 있는 사용자끼리 이어주는 이른바 ‘매칭 서비스’ 가 호평을 받았다. 또한, 고속화된 통신 속도와 향상된 PC의 기능을 이용한 멀티미디어 채팅도 속속 등장했다. 웹캠을 이용한 화상 채팅을 강조한 ‘하두리’ 등도 이 때 인기를 끈 채팅 서비스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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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커뮤니티 사이트에 접속해 즐기는 채팅 외에도 PC에 전용 프로그램을 설치해 채팅을 즐기는 인스턴트 메신저도 채팅 문화의 한 몫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1996년, 이스라엘의 미라빌리스(Mirabilis)사에서 개발한 ‘ICQ’가 대중화 된 이후, AOL 인스턴트 메신저, MSN 메신저, 네이트온, 버디버디 등의 인스턴트 메신저가 뒤이어 등장하며 2000년대 초반부터 널리 쓰였다.

인스턴트 메신저는 단순히 텍스트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 외에도 파일을 전송하는데도 유용하며, 화상 채팅, 음성 채팅 등의 부가 기능과 결합하는데도 용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스카이프(Skype)는 인터넷 전화(VoIP) 서비스를 강조하지만, 인스턴트 메신저로 이용하기에도 큰 무리가 없다. 이러한 경향은 2013년에 마이크로소프트가 MSN 메신저와 스카이프를 통합하며 더욱 가속화되었다. 또한 특정 사이트에 접속할 필요 없이 PC를 이용하는 중에는 언제나 실시간으로 채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나중에 등장하는 모바일 메신저의 기본 구조를 확립하는데 기반이 되기도 했다.

 

모바일의 결합으로 한층 ‘스마트’하게 진화한 채팅

2010년 즈음에 이르러 IT의 중심은 PC에서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기기로 이동했다. 이에 따라 채팅 역시 모바일 환경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모바일 시대의 채팅은 PC에서 많이 이용하던 인스턴트 메신저에 SMS/MMS(문자서비스), 그리고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특성을 혼합한 이른바 ‘모바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최초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모바일 메신저로는 2009년에 등장한 ‘와츠앱(WhatsApp, 2014년 페이스북에 인수)’을 꼽을 수 있다. 미국 야후의 직원이었던 브라이언 액톤(Brian Acton)과 얀 코움(Jan Koum)에 의해 개발된 와츠앱은 부분 유료 서비스라는 조건에도 불구하고 서구권을 중심으로 5억 명(2014년 4월 기준)에 달하는 사용자를 확보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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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츠앱의 성공 이후, 이를 참고한 모바일 메신저가 다수 등장했는데, 한국 시장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거둔 서비스는 단연 2010년에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의 ‘카카오톡(Kakao Talk)’이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주소록 기반으로 간편하게 대화 상대를 늘릴 수 있고 SMS/MMS 요금의 부과 없이 저렴하게 채팅을 즐길 수 있는 점 등, 카카오톡의 주요 특징은 이전에 출시된 와츠앱과 상당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 외에도 감각적이고 아기자기한 느낌의 인터페이스 및 쉬운 사용법 등은 한국인의 입맛에 부합하는 카카오톡의 장점이었다. 그리고 이용 요금이 무료라는 점과 때마침 한국에 불어 닥친 스마트폰 열풍에 힘입어 카카오톡은 폭발적으로 보급, 2014년 3월 기준 한국 내 가입자 3,500만 명, 해외 가입자 1억 명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토종 모바일 메신저의 대명사로 등극했다.
와츠앱, 카카오톡 외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바일 메신저는 네이버NHN(네이버)의 ‘라인(LINE)’, 그리고 중국의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위챗(WeChat)’을 들 수 있다. 특히 2011년, NHN 일본 지사(현 법인명 라인 주식회사)에서 첫 출시한 라인은 카카오톡, 와츠앱 등 기존 모바일 메신저의 장점을 대부분 포괄하는 한편, 다양하고 매력적인 스티커 기능을 어필하며 일본 시장을 장악, 2014년 3월 기준 전세계 사용자 4억 명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SMS와의 경계 붕괴, 동영상 콘텐츠와의 결합도 대세

이러한 모바일 메신저의 인기는 다른 모바일 앱의 기능과 디자인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한국의 3사를 비롯한 각국의 이동통신사가 협력, 2012년에 선보인 ‘조인(joyn)’은 기본적으로 기존의 SMS/MMS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앱이지만, 전반적인 이용 패턴은 카카오톡을 비롯한 모바일 메신저와 매우 유사하다.

최근에는 클라우드 콘텐츠 서비스 역시 채팅과 결합을 시도하는 것에 주목할 만하다. LG유플러스(LGU+)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유플러스 박스(U+Box)’의 경우, 이용자가 저장한 동영상이나 사진, 혹은 온라인으로 서비스되는 프로야구 중계나 연예계 소식, 영화 등의 동영상을 등록된 친구와 함께 보면서 실시간 채팅을 나누는 ‘유플러스 쉐어 라이브(U+Share LIVE)’ 기능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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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비스는 이동통신사 구분 없이 모든 사용자가 무료로 쓸 수 있으며, 사진은 1,000장, 동영상은 무제한으로 공유가 가능한 점이 장점이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의 모바일 기기가 채팅 도구의 중심으로 자리잡으면서 콘텐츠 기반의 채팅 환경이 조성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미래의 채팅, 어떻게 진화할까?

위와 같이 1974년에 처음으로 개념이 확립된 온라인 채팅은 40년 동안 진화하며 플랫폼과 인터페이스, 그리고 이용 방법 등이 크게 진화했다. 플랫폼은 PC에서 모바일로 확대되었으며, 인터페이스는 VT통신 에뮬레이터에서 웹, 그리고 메신저로 진화했다. 그리고 채팅으로 나누는 콘텐츠 역시 단순한 텍스트 메시지에서 음성, 실시간 영상, 클라우드 콘텐츠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다만, 이러한 진화의 방향이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 지는 아무도 모른다. IT의 변화를 이끈 선구자 중 한 명인 스티브 잡스 조차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자신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라고 했을 정도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채팅 이용자들은 자신의 감정을 보다 명확하고 전달할 수 있고, 공통점을 가진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수단이 등장하면 항상 그것을 따랐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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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영우 기자 (IT동아)
출처 : http://goo.gl/w8Oz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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