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산업의 거대한 인큐베이터, 동대문을 중국에 소개하는 동팡차이나

동대문 브랜드들을 플랫폼에 담아 해외시장에 알리는 서비스가 있다. 동팡(东方,dongpang)은 동쪽이라는 의미로 중국인에게는 동방의 시장인 한국시장을 의미한다. 동팡은 실질적인 오더회원을 기반으로 하루 방문객 6만명의 빠른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다. 동팡의 중국영업을 총괄하고 있는 동팡차이나의 장혜란 대표를 인터뷰했다.

동팡차이나의 장혜란 대표
동팡차이나의 장혜란 대표

Q. 동팡차이나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시게 된 것인가요?

기본적으로 제가 가진 생각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국내브랜드들을 해외시장에 많이 알리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에 대한 과정으로서 동대문의 상품DB를 담아내는 플랫폼인 동팡차이나(dongpangchina.com)를 기획하게 되었던 것이고요.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현재 밤시장을 이루고 있는 동대문 도매업체들의 일부가 해외에 소개될 만한 국내브랜드들로 성장하리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유통이 되어야 한류패션의 트렌드라는 것도 계속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유통이 담보되는 동대문이라는 컨텐츠를 가지고 중국시장에 접근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중국시장에서 패션유통을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고요.

한국옷이 디자인과 소재, 디테일적인 면에서 강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격적인 부분 때문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하지만 중국내수시장이 성장하면서 패션을 보는 눈높이도 많이 바뀌었고, 성(省)마다 소득수준의 차이도 많이 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무언가를 찾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제공해 주러 가는 시장이 되었습니다. 그 ‘무언가’를 찾는 것은 이제 저희의 몫이 된 것입니다.

현재 시장상황을 봤을 때, 몇 가지 안 되는 아이템들로 자신들만의 물건과 브랜드를 구성해 중국시장에 나가기에는 한계점이 있습니다. 중국시장에서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 업체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큰 회사가 아닐 경우에는 컨텐츠적인 면에서 너무 작아 보이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동팡차이나는 동대문이라는 전체 컨텐츠를 통으로 담아내는 방식을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동팡차이나의 서비스화면 (dongpangchina.com)
동팡차이나의 서비스화면 (dongpangchina.com)

Q. 국내시장에서 중국바이어들이 비중을 가지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나요?

7~8년전부터 (2007~08년) 중국바이어들이 시장에 모습을 많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2010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동대문의 주요 바이어가 됐고, 국내 쇼핑몰의 이미지까지 많이 차용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특히 대만이나 홍콩의 바이어들이 흐름을 주도했는데요, 우리나라도 트렌드가 서울에서 시작되어서 지방상권으로 내려가는 것처럼 대만이나 홍콩에서 시작된 트렌드가 중국본토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류가 퍼지게 된 데는 한국매스컴의 효과가 결정적이었고요.

중국시장은 공급업체가 B2B와 B2C를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에서는 도매업체가 직접 소매를 한다는 것이 알려지면 안 되는 상황이지만, 중국은 시장사이즈가 큰 만큼 판매형태들이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도 유통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중국시장에서 파티수 같은 국내 쇼핑몰업체들의 이미지들이 많이 도용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제 생각에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오리지널에 대한 수요가 생기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작권은 지켜져야겠지만, 도용되고 카피되는 흐름조차도 자연스러운 유통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히려 마케팅으로 역이용하는 것이죠.

단체티를 맞춰입는 동팡의 팀원들
단체티를 맞춰입는 동팡의 팀원들

Q. 동팡(dongpang)이라는 팀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동팡의 유성용 대표는 저의 오랜 친구입니다. 기획적인 면에서 서로 얘기를 나누다가 2012년부터 동팡의 서비스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중국유통시장에 대한 부분을 맡았고, 유대표는 개발을 맡았습니다. 특정몰이나 제한적인 샵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시장전체를 담아내자는 공감대가 동팡서비스의 시작이 되었던 것이죠.

처음에는 두 명으로 시작했고 하루 사입 이익금이 몇 천원 정도에 불과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12명 정도의 인원이 함께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업적인 부분에서는 주요타겟으로 하고 있는 해외시장진출을 위해 동팡 역시도 철저하게 현지화되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아직은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도 동팡차이나를 중국시장에 현지화시킬 파트너들을 찾고 있는 상황이고요.

https://www.youtube.com/watch?v=Oee5HCds688

Q. 동팡차이나의 방향은 향후 어떻게 이끌고 나가실 생각이신가요?

지금으로서는 동팡차이나가 도매상가의 제품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사입대행 플랫폼으로 가고 있지만, 향후에는 그에 덧붙여져서 프로모션, 기획, MD, VMD, 스타일리스트, 모델…이런 모든 파생적인 서비스들이 풍부하게 제공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동팡차이나의 서비스들을 토대삼아 origin으로서의 한국패션이라는 명제를 중국시장에 던져보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 한국의 브랜드들을 모아둔 한국형 SPA브랜드를 만들어보고 싶은 것이 제 개인적인 바램이고요.

Q. 동팡차이나의 DB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도매상인들을 사실 생각보다 많은 것을 고려하지는 않습니다. 실질적인 매출이 제일 중요하죠. 그렇기 때문에 초창기에는 사진을 촬영하지 말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었고, 디자인 카피등의 문제로 거부당하기도 했었습니다.

처음에는 동팡직원들이 직접 나가서 제품촬영을 해왔지만, 지금은 사입량이 늘어나면서 도매업체에서 자체적으로 제품이미지를 업로드하는 비중이 많이 늘어난 상태입니다.

Q. 장혜란 대표님이 걸어오신 길이 궁금합니다.

저는 원래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요, 우연히 지인분이 하시던 로드샵을 봐주게 되면서 동대문에 처음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동대문이 호황일 때라 어떤 것을 갖다놔도 잘 팔리던 시절이었습니다. 주문이 한 개가 들어와도 시장은 나가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있었기 때문에 하루도 빠짐없이 동대문에 나가게 되면서 점점 밤시장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던 것이죠.

그러다가 23살 정도에 도매업체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그 업체가 중간에 문제가 생겨서 사라지게 되면서 제가 그 자리에서 도매를 직접 하게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었는데, 기존의 거래처 사장님들이 도움을 많이 주셨었습니다. 창고정리부터 판매, 자금관리까지 제가 직접 하면서, 4~5년 정도는 운영이 잘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중국을 다니시는 사장님과 함께 중국도매시장으로 사입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같이 가신 사장님이 물건을 보는 눈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제가 도움을 드리러 간 것이죠. 그 때가 2006년 정도였는데, 마침 제가 동대문 밤시장의 생활에 대해서 회의를 가지던 시기였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사업을 정리하고 광저우에 있는 중산대학의 어학과정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한국에서 오시는 분들의 바잉MD업무와 의류제작 프로모션 일들도 현지에서 병행했었고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오픈마켓과 쇼핑몰 운영을 직접 했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결과는 기대했던 것만큼 좋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의 인터넷 쇼핑시장의 과열과 마케팅광고의 벽을 느꼈었던 것이죠. 그러다가 2010년 정도에 두타에서 제안을 받고 두타 1층에 사비라는 매장을 오픈했었습니다.

사비(SAVIE)를 운영하면서는 중국요우커들의 성향과 소비패턴, 니즈들을 실제적으로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 중국바이어들의 영향력을 체감하면서 사비를 접은 후에는 본격적으로 해외시장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고, 칭다오로 넘어가서 사무실을 세팅하고 타오바오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직원들과 일을 하는데 있어서 언어나 사고방식 차이 등의 복합적인 문제점들을 겪었습니다. 지금도 칭다오 사무실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그 규모를 줄이고 동팡차이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Q. 중국진출을 하시려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중국시장은 계속 지속되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중국사람들의 눈에서 파악해야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그들과 협업하지 않으면 중국시장의 허들을 넘기 힘듭니다. 영업적이던 인력적이던 여러 방식의 파트너쉽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니즈를 채워주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한류드라마 같은 문화적인 붐이 이는 것도 패션산업에는 직접적인 도움이 됩니다. 한류문화의 컨텐츠가 점차 보편화되는 과정에서 한류패션의 설자리가 생기는 것이죠.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중국사람들의 눈에서 보면, 탑브랜드가 아니고서는 일반 디자이너브랜드와 동대문브랜드의 차이점은 거의 없습니다. 아직까지 그들에게는 똑같은 한국제품일 뿐입니다. 게다가 신진디자이너 브랜드들은 도매를 내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직접 진출해야 합니다. 중국바이어가 진입할 수 있는 유통시장 자체가 없는 것이죠. 반면에 동대문 도매브랜드 같은 경우는 도매를 내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입장에서는 훨씬 더 선택하기가 좋습니다.

결국, 신진디자이너 브랜드들은 생산력을 키워서 바이어들이 유통시장에 들어올 수 있는 부분들을 만들어줘야 하고, 동대문브랜드들은 자기 매장의 브랜드 네임밸류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합니다. 그렇게 됐을 때, 전체적인 국내브랜드 시장이 살아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합니다.

Q. 그렇다면 장대표님은 동대문브랜드들에 더 점수를 주고 있는 것 건가요?

생산시스템이 받쳐주고 아이템들이 다양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지금 중국바이어들은 동대문 매장의 상호를 브랜드처럼 따라가는 추세입니다. 유어스의 ‘사비’라는 상호가 있다면 그곳의 옷들을 사입해 가져가 자기네들의 매장을 채우고 중국 내에서 ‘사비’ 대리점을 여는 방식이죠.

결국 동대문은 그 자체내부에서 분화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의 물건을 브랜드화 시키고 있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이전 방식대로 계속 장사만 하는 식입니다. 이들의 격차는 점차 벌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결국 동대문에서 살아남은 브랜드들은 중국과 합작을 통해서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텐데, 이 과정에 있어서 MD,스타일리스트,VMD와의 협업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실질적인 성공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중국바이어들은 현재 동대문의 물건을 가져다 채워 넣을 수는 있지만, 그에 대한 컨셉을 잡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 부분에 있어서 한국의 MD,스타일리스트,VMD들의 역할이 있는 것입니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몇 개의 동대문브랜드들이 하나의 컨셉으로 모일 수 있다면 중국에서 브랜드로서 성공할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다만 그 여럿을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이 필요한데, 그렇기 때문에 동팡차이나를 통해 그런 동력들을 만들어내려고 합니다. 그 동력에는 분명 유통적인 부분이 전제되어야 하고요.

Q. 어떻게 보면 한류패션이 중국시장에서는 하이패션인데, 그러한 포지션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요?

지속적인 유통의 교류가 있어야 합니다. 내부적으로는 계속해서 브랜딩에 대한 노력들을 해나가야하고, 외부적으로는 그들에게 국내 브랜드들을 보여줄 수 있는 쇼룸 같은 공간들이 필요합니다. 그 쇼룸은 단지 몇몇 소수 브랜드의 팝업스토어이기 보다는 가능성이 있는 전체 시장군이 비즈니스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할 것 같고요.

그리고 저는 매스컴에서 계속해서 성공사례만 보여주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뒤로 실패하는 수많은 업체들이 왜 안됐는지,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끊임없이 진단하고 공론화시켜야 합니다.

Q. 개인적으로 패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음…패션은 어느 정도는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황에 맞는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되, 다른 사람들의 색깔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만의 감각을 키우는 것이죠. 그 과정에서 도전과 노력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고요.

사진 및 동영상제공: 동팡차이나 서비스 홈페이지 (http://dongpangchina.com)

글 : 패션플미디어
출처 : http://goo.gl/yMaA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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