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와 의자가 준비된다. 한 아름다운 흑인 여성을 위해서다. 그녀의 이름은 쉐리 Cheri. 그녀는 카메라 앞에서 고백을 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녀는 하얀 수건을 들고서는 거침없이 화장을 지워나간다.
“오빠, 이거 다 화장발이야.” 이런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화장을 지우자 드러나는 그녀의 정체는 생각보다 충격적이다.
http://www.youtube.com/watch?v=yBKr4uxXRi0
그녀는 흑인도 백인도 아니었다. 그 둘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얼굴뿐이 아니라 그녀의 온 몸이 얼룩덜룩하다. 쉐리는 대학 배구 코치로 일하는 평범한 여성이다. 단지 백반증 (vitiligo)이라는 피부장애가 있을 뿐.
그녀는 이 장애가 대학교 2학년 때 갑자기 시작되어 3년만에 그녀의 모든 것을 바꾸어 버렸다고 말한다. 순식간에 건강하고 아름다운 여성에서 괴물로 변한 그녀.
자기 자신조차 미처 인정할 수 없었던 삶의 절벽에서 그녀는 스스로에게 세 가지 질문을 한다.
“이 병이 아픈가?” -아니.
“이 병은 전염병인가?” -전혀.
“평생을 이런 장애를 가지고 살면서, 나는 과연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이내 그녀의 눈이 촉촉해지고 그녀는 스스로에게 외치듯 욕설을 섞어 대답한다.
-씨X, 당연하지 !
사람들은 흉측한 외모의 그녀를 꺼려하곤 했다. 그러나 화장을 통해, 사람들은 백반증이라는 장애를 넘어 그녀의 내면을 보아주었다고 그녀는 나직이 고백한다. 화장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제껏 마주친 적 없는 징그러움에 그녀를 피하는 대신, 평범한 한 사람의 여성으로, 인간으로 받아들여 주었다고.
“숨지 마세요. 누구도 완벽한 사람은 없어요.”
이 영상은 더마블렌드 프로페셔널 Dermablend Professional 이라는 화장품회사의 바이럴 광고다. 쉐리는 더마블렌드를 사용해 그녀의 백반증을 극복하고 비로소 진정한 자신이 될 수 있었다. 쉐리의 고백이 담긴 이 영상은 현재 유튜브 Youtube 에서 400만 회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더마블렌드 Dermablend, 웬만한 화장품 매니아가 아니고서는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일 것이다. 사실 더마블렌드 Dermablend 는 국내에도 잘 알려진 화장품 브랜드 비시 Vichy 의 컨실러 브랜드다.
더마블렌드는 다른 명품 화장품 브랜드처럼 부러질듯한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모델을 고용해 신비로운 광고를 연출하고 이를 통해 비시의 컨실러 브랜드임을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백반증환자, 암환자, 그리고 온 얼굴에 해골 문신을 한 모델 등을 고용해 충격적인 영상광고를 통해 자사 컨실러의 기능성을 강조한다.
세월호 참사로 돌아오지 못한 한 단원고 학생의 부모는 사체로 돌아온 학생들이 “검은 폴로 셔츠에 하얀 나이키 운동화를 신은 173cm의 학생.” 으로 호명되며 보호자에게 돌아가는 것을 보고 이런 말을 했다. 우리 아들은 없는 형편에 나이키 같은 브랜드 운동화를 사주지 못해 시신을 찾지 못할까 걱정이 된다고. 그 말에 마음이 아팠던 한 조문객은 이미 신발을 신을 수도 없는, 뒤늦게 사체로 돌아온 아이의 영정에 나이키 운동화와 편지를 두고 갔다.
아들이 진정 필요했던 것이 과연 마이클 조던이 슬램덩크를 하고 착지해도 발목에 충격이 가지 않을 정도로 좋은 나이키 운동화였을까. 그보다는 브랜드의 소비로 대변되는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인간의 정체성이었을 것이다. 나이키 운동화, 폴로 셔츠를 입은 사람으로 인식되고, 기억되는 정체성.
현대의 인간은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브랜드와 제품을 소비한다. 명품으로 대변되는 자존감 쇼핑에서 어떤 이는 만족을 얻고 금전적인 빈곤으로 그를 구매하지 못한 이는 상대적 박탈감을 얻는다. 우리는 명품이 실제로 한 인간을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지 못함을 안다. 그럼에도 우리는 브랜드를 끊임없이 욕망하고 그로부터 자존감을 채우려 한다.
우리는 화장보다도 더 금방 지워질 것들에 매혹되어 제품의 본질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브랜딩이나 마케팅을 넘어서, 본질에 초점을 맞춘 제품은 인간에게 빼앗긴 자존감을 되찾아준다.
글 : Who’s Trending
출처 : http://goo.gl/m8xWl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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