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턴트, 투자자, 그리고 기업가의 가설사고
예전에 전략컨설팅회사에서 근무할 당시에는 ‘주장 및 설득’을 하기 위해서는 ‘가설’과 그에 대한 ‘검증’이 주요 업무였던 적이 있다. 여기서 ‘가설’은 대부분 컨설팅 회사의 파트너가 가지고 있는 해당 산업에 대한 인사이트와 해당 산업의 글로벌 전문가들의 의견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에 대한 ‘검증’은 클라이언트가 보유한 데이터의 다양한 분석과 인터뷰 및 시장 조사를 통해서 실행된다. 이렇게 진행된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아주 논리적이고 풍성한 백업 자료와 함께 숙련되고 설득력있는 발표로 클라이언트의 전달되고 주요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는 아주 논리적인 판단 근거에 의거하여 논리적인 헛점을 찾기 어려우나, 실제 실행 시 발생할 수 있는 예측불가능한 다양한 요소들은 대부분 제외되어있는 Retrospect + Prediction의 한계를 지닌다.
벤처캐피탈은 많이 다르다. 투자자는 컨설팅 기업과 동일하게 가설을 가지고 있지만 이에 대해 짧게는 몇개월에서 길게는 3~4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해당 가설에 대한 채점표를 받는다. 따라서 투자 전 가설이 더욱 중요해지고, 결과적으로 컨설팅 기업에 비해 논리보다 결론적으로 예측한대로 되었는지가 훨씬 더 중요해진다. 결국 투자자는 좀 더 정확한 가설 수립을 위해, 투자 전에 기업을 판단하는 자신만의 “가설 수립 공식”을 세우기 위하여 고뇌하고 학습하게 되고, 이 고뇌의 결과물은 결국 기업의 실행 주체인 기업가, 혹은 팀이 가장 중요하다는 다소 원론적인 결과물에 봉착하게 된다. 그리고 어떤 팀이 좋은 팀인지에 대한 정성적인 (또는 철학적인) 답을 내놓는다.
스타트업의 기업가들도 가설을 세운다. 어떤 가설을 세우기 위해서는 컨설팅 기업의 파트너나 벤처캐피탈의 임원이 아니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사고력을 갖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논리적 가설을 세우게 된다. 그리고 기업가는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제품과 시장의 접점을 찾는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이 가설의 1차적인 증명을 우리는 “Traction (입질)” 이라고 하고 이것을 더 많은 고객으로 넓혀 나가는 과정을 “Growth (성장)”이라고 부른다. 즉, 아이디어는 상상이고, 가설이다. 이 가설이 “옳은 가설”인지 컨설턴트에게 물어보면, 전문가의 조언과 산업의 데이터, 그리고 성공사례 리서치를 통해 한 줄의 코딩도 없이 1차적인 사업성을 판단해 줄 것이다. 그리고 벤처캐피탈에 찾아가면 그 “가설”이 sensible한 가설인지 짧은 시간안에 판단한 후, 그렇다고 하면 실행하는 Team이 누구며 이들이 어떻게 사업을 꾸려나가는지 2~3달 정도 지켜보며 이 가설을 입질과 성장으로 연결시켜 나가는 모습을 관찰하며 투자를 결정한다.
당신의 가설은 틀렸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은 가설 (아이디어)를 검증 (입질과 성장)으로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메세지를 받게 된다. 바로 “당신의 가설은 틀렸다”라는 메세지다. 이는 가설 초기 단계의 팀의 회의 중에 나오기도 하며, 팀이 만들어낸 초기 제품에 대한 고객 반응일 수도 있다. 똑같은 아이디어를 실행해본 선배 기업가의 커멘트일 수도 있고, 저명한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아이디어에 대한 피드백일 수도 있다. 회사에 돈은 말라가고, 시장의 수많은 시그널들이 당신의 가설이 틀렸다고 지적한다. 수많은 기업가에게 매일같이 생기는 상황이다. 많은 기업가들이 여기서 결론을 낸다. “내 가설이 틀렸다”고. 그리고 또 다른 아이템으로 옮겨 간다. 우리는 이것을 “실패”라고 부른다.
가설은 결국 어떤 사실을 설명하거나 어떤 이론 체계를 연역하기 위하여 설정한 가정이다. 그리고 가정을 한다는 것은 “틀릴 수 있다”라는 여지를 두는 것이므로 이 자체가 결국 해당 논지에 대한 불완전성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불안전성은, 리더의 조급함을 야기시키고 의사결정의 기준에 모호성을 가져온다. 그리고 이는 비단 아이디어의 검증 뿐만이 아니라, 인재 선발, 투자 결정 등 경영 전반에 대한 모든 가설을 포함한다.
미션
따라서 스타트업은 가설(아이디어)을 수립하기 이전에 이전에 해당 가설이 결론적으로 지향하는 목표지점을 명시해야한다. 이것은 인간으로 보면 소명(Calling)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가설이 아니라 진리이다.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는 선호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그 진리는 수백개 수천개의 부정적 표식이 있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진리이며, 더 나아가 기업의 존재의 이유과 같은 것일 것이다. 이것은 곧 여정에 대한 미션이고 이것은 어떤 풍랑과 바람 속에도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어야 한다. 이것을 우리는 “Mission”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것은 기업이 고객에 대한 가설과 제품에 대한 가설의 오류가 증명되었을 때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가설을 고쳐나가며 의지할 수 있는 버팀목이다.
글 : 김대윤
출처 : http://goo.gl/kI0h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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