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발생 시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들은 피해자다. 항공 사고의 경우에도 탑승객들은 위기관리 대상 중에 가장 우선이다. 그러면 함께 탑승한 항공사 승무원들은 어떤가? 그들도 분명 피해를 입었고 현장에서 상황을 관리하며 많은 고생을 했다. 피해 탑승객들에게 주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향해 있을 때 소외된 승무원들을 끌어 안은 사람이 있었다. 바로 부모 같은 회장이었다.
2013년 7월 6일 아시아나항공 소속 보잉 777-200ER 항공기가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하여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착륙 도중 활주로 앞의 방파제에 부딪히며 화염에 휩싸였다. 당시 기내에는 291명의 승객과 16명의 승무원이 탑승하고 있었다. 탑승객들 중 일부 사상자들이 나왔다.
화염에 휩싸인 항공기내에서 승무원들은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탑승객들을 구출하기 위해 갖은 노력들을 다했다. 해외와 국내 언론에서 이 승무원들의 생명을 건 노력에 찬사를 보냈지만, 대부분의 언론들은 탑승객들의 피해와 이야기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아시아나 항공은 사고 직후부터 CEO를 중심으로 탑승객들에 대한 여러 지원과 커뮤니케이션들을 진행했다.
5일후 사고가 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 탔던 한국인 승무원 6명이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몸을 다친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여객기에 남아 승객들을 대피시켰던 객실 선임승무원을 비롯해 사고 후 1차로 고국에 돌아온 승무원들이었다.
승무원들은 항공기에서 내려 공항 게이트로 나오자 마자 그 앞에 서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발견했다. 승무원들은 직접 자신들을 마중 나온 박 회장을 보자마자 모두 울음을 터뜨렸다. 박 회장은 승무원 하나 하나의 이름을 자식처럼 불렀다. 한 승무원이 박회장에게 울며 “죄송하다”고 말했다. 박 회장도 목이 메어 “괜찮다. 괜찮다. 너희들이 많은 사람을 살리고 회사도 살렸다”며 하나 하나의 등을 두드렸다.
이 장면은 여러 언론들을 통해 일제히 보도되었다. 노년의 신사가 힘들게 임무를 다한 승무원들을 끌어 안고 함께 눈물을 닦아주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차분하게 보여졌다. 전세계 많은 사람들이 항공 사고로 고통 받은 여러 탑승객들과 사고의 원인에 관심을 보이고 있을 때 회사의 회장이 직접 나서 소외되었던 사고기 탑승 승무원들을 홀로 맞아 다독인 모습은 분명 색달랐다.
사고 발생 직후 ‘박삼구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며 관전하던 언론들 대부분이 이 ‘끌어안음과 눈물 그리고 다독임’의 리더십에 바로 호평으로 돌아섰다. 많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이 ‘위기가 발생하면 리더들은 최대한 인간미를 보여주라’ 조언한다. 특히 인명피해가 발생한 대형 사고 시에는 더더욱 위기관리 주체는 철저하게 인간화 되어야 한다. 위기 시 보여지는 인간미. 박회장이 보여준 ‘부모적인 인간미’는 그 절정이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물론 가장 중요하게 보살핌을 받아야 할 이해관계자는 피해자다. 그러나 흔히 간과되는 이해관계자들 중 하나는 현장에서 탑승객들과 위험을 함께 하고, 생명의 공포 속에서 자신의 업무를 충실히 다했던 승무원들이다. 누군가는 이들을 다독이고 보살펴야 했다. 그 역할을 위해 회사의 아버지인 회장이 직접 나선 것이다. 이는 사내적으로 회사에 대한 큰 충성심과 자긍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한 훌륭한 전략이기도 했다.
세월호 사건에서도 저 가라앉은 큰 배속에서 끝까지 탑승객들을 챙기고 그들에게 구명조끼를 나누어 주다 목숨을 잃은 가여운 몇 명의 승무원들을 기억해야 한다. 너무 많은 중요한 직책의 승무원들이 제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에 큰 분노와 비판들을 보내고 있지만, 자기 일을 다하다 사라진 일부 승무원들을 누군가는 끌어 안아 주어야 한다.
문제의 회사가 그 일을 하지 않는다면, 정부라도 그들의 목숨을 건 노력을 인정하고 다독여 주어야 한다. 그들이 곧 영웅이고 그들이 미래의 위기관리 자산과 교훈이 된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해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모두가 탑승객들의 피해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고 있을 때 마음 아파하면서도 숨을 죽일 수 밖에 없는 소외된 영웅들이 있다는 사실을 위기관리 주체는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직접 나가 찾아 실행해야 한다.
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글 : 정용민
출처 : http://goo.gl/uLeJ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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