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회장님, 그걸 왜 우리에게 물어봐요?
출연 : 김정주 NXC 대표(사회), 오웬 마호니 넥슨 재팬 대표, 박지원 넥슨코리아 대표, 정상원 넥슨 코리아 신규개발총괄부사장
지난 27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게임개발자 컨퍼런스 ‘NDC 2014’에 이색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지주회사 NXC의 대표이자 넥슨의 창업자인 김정주 대표가, 박지원 넥슨 코리아 대표와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 법인 대표와 함께 ‘게임 회사 CEO’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대담을 나눴는데요.
왠지 투자자가 투자한 기업 CEO를 불러놓고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라고 다그치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청중들과 기자들 앞에서 ‘제대로 하라’고 압박을 주는 듯한 인상도 약간….
다만 이부분에 대해서는 김정주 대표가 기자들과 따로 만나 ‘전적으로 신뢰하는 사이니까 그런 질문도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ㅎㅎ
개인적으로는 게임업계 출입 이후 가장 재미있는 행사였는데요.
이 내용이 좀 널리 퍼졌으면 하는 생각에 대담 내용을 정리해봤습니다.(다소간의 편집과 의역이 들어가 있습니다. 현장에서 진행된 이야기의 원본과 가장 유사한 기사는 이곳에 잘 정리돼 있습니다^^)
넥슨의 과거 : 기존의 없던 시장을 만든 게임사
김정주 NXC 대표(이하 김정주): 오웬 대표. 우리가 만난 지 20년이 넘었죠?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 법인 대표(이하 오웬) : 1996년에 처음 만났고, 2000년 한국에 왔을 때 대표님이 절 초대해줬죠. 당시 전 EA에 막 입사했던 시기였는데, 게임의 미래가 온라인에 있다고 생각했죠. 넥슨은 나를 많이 놀라게 했어요.
당시 서구 게임사는 ‘기업화’됐고, 일부 게임사들은 업계를 통제하려고 했죠. 수익성 향상을 위해 히트작들의 후속편들을 계속 찍어 냈죠. 그런데 넥슨은 달랐어요. 모든 팀원이 좋은 아이디어와 비전을 공유하고 있었어요.
서울 출장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넥슨에서 게임사의 미래를 봤다’고 EA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기도 했죠. 그 메일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겠지만요..
김정주 : 지원씨는 넥슨에 어떻게 들어왔죠?
박지원 넥슨코리아 대표(이하 박지원) : 2003년에 친구랑 술먹다 넥슨에서 사람 뽑는데 가보자고 해서 들어왔죠.
김정주 : 2003년이면 넥슨의 황금기죠.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마비노기 등…그런데 그 이후 10년간 별 다른 타이틀이 없는 것 같아요? 지원씨는 어떻게 생각해요?
박지원 : 몹시 어려운 질문이네요.
상업적 성공의 기준을 메이플스토리나 던전앤파이터로 잡는다면 한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프로젝트는 거의 없어요. 기존 히트작들의 라이브 서비스로 계속 성장해왔죠. 또 어떻게 보면 지난 10년간은 인수합병을 통해 넥슨이 성장한 시기기도 합니다.
김정주 : 이에 대해 넥슨의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정상원 부사장(이하 정상원)님 생각은 어떠세요?
정상원 : 공교롭게도 제가 넥슨을 떠난 2004년 이후 빅타이틀이 안 나왔죠 하하. 네오위즈에 있을 때 넥슨이 안되기를 바라기도 했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
넥슨의 황금기였던 2003년에는 돈 벌려는 생각보다는 ‘요런게 재밌겠다’는 생각으로 게임을 만들었죠. 그런데 회사가 커지고, 시장도 함께 커지면서 좀 더 계획해야 하는 일이 벌어졌어요.
넥슨에게 던파는 ‘행운’이자 ‘불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주 : 지원씨가 보시는 넥슨의 지난 10년은?
박지원 : 10년 간 넥슨에 있었어요. 6년은 해외에 있었죠. 제 머릿속의 넥슨에 대한 잔상은 지난 2003년~2005년의 이미지에요. 넥슨은 뭐든 강하게 새로운 시도를 하는 회사였어요. 만약 실패해도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문화가 있었어요.
산업자체도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는 타이밍이라, 새로운 게임 장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시장이 충분히 수용해주며 성장했죠. 그 이후에는 회사의 중심이 기존 출시작의 라이브 서비스 강화로 흘러 갔어요. 양날의 검이었죠.
새로운 IP의 확보보다는 활률적으로 수익이 날 수 있는 방향으로 회사가 기울었죠. 상장 이후에는 숫자의 압박을 받기도 했구요.
넥슨의 현재 : ‘돈슨’의 굴레를 벗어라
김정주 : 넥슨은 인수 합병만 하고 개발은 안 하나요? 참고로 청중분들께 말씀드리면 이번 대담은 스크립트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ㅋㅋㅋㅋ
박지원 : 외부에서는 넥슨을 두고 ‘돈슨’이다. ‘투자회사’다 등등 이야기를 하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런데 이번 경영진 교체 이후 내부를 보니, 개발되고 있는 프로젝트가 한둘이 아니었어요. 지금 PC온라인 게임은 6개 만들고 있구요, 모바일 프로젝트는 20개 가량 됩니다.
김정주 : 넥슨을 구원하기 위해서 돌아온 우리 캡틴 정상원 부사장님도 한 말씀 해주세요.
정상원 : 넥슨으로 복귀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어요. 소재 선택이나 게임을 만들 때 벤치 마킹보다는 다양한 방향으로 게임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죠.
최근 공개된 듀랑고나 메이플스토리2를 보면 원래 넥슨에서 잘 안 만들었던 게임입니다.
메이플2도 1을 답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듀랑고는 공룡을 보고 당황하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서바이벌 RPG라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메이플스토리2는 제가 없을 때부터 만들던 게임이었는데, 생각보다 잘 만들었더라고요 ㅋㅋㅋ
김정주 : 그럼 오늘 공개할 수 있는 신작은?
박지원 & 오웬 : (아오 BOSS…말 못하는 거 잘 아시잖아요 ㅋㅋㅋㅋㅋ)
김정주 : 없나요? 큰일이네요 해외에서 오는 것도 없어요? 뭘 하기는 해야 하잖아요?
사실 넥슨은 전 세계에서 개발자가 가장 많은 게임사(한국 1500명, 일본 500명)에요. 넥슨은 훌륭한 회사, 굳건한 개발사입니다. 그쵸 지원씨?
박지원 : 직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새로운 시도를 하고, 과거의 창의적이었던 우리만의 문화를 복원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다만 넥슨은 매출 1조, 4000여명의 임직원이 다니는 회사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의 DNA를 무작정 복원하기만 하면 되나? 옛날처럼 잘될 수 있나? 라는 생각도 듭니다.
넥슨은 상장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했어요.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실험을 남들보다 더 크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런 점들을 통해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넥슨이야 말로 현재 ‘체크포인트’에 있어요.
넥슨의 미래 : 조직에 함몰된 개인의 창의력을 깨워라
김정주 : 넥슨의 모바일게임 전략은?
박지원 : 솔직히 말씀드리면 2012년 여름이 지나고 모바일 게임 시장이 확 열렸을 때, 대비가 늦었어요. 그러다 보니 조급해져서 시장에 있는 게임을 분석했죠.
그렇게 따라가서 게임을 만들다 보니 6개월 뒤 시장을 보니…”아 이산이 아닌가 보다”며 방향성 전환이 계속됐죠. 사실 반성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넥슨이 과거 PC온라인에서 발휘했던 창의력과 새로운 형태의 BM 구축, 장르개척이 많이 약해졌는데..이런 부분을 모바일에서 되살려보려 합니다.
김정주 : 아주 든든한 답변입니다. 좋아질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이 생기네요 ㅎㅎ. 향후 넥슨의 게임 개발과 소싱, 퍼블리싱 이야기를 해줘요. 향후 넥슨은 어떻게 성장해야 하나요?
오웬 : (EA가 게임 회사들에게 욕을 들어먹고 있는 것과 반대로) 넥슨은 게임업계에서 아주 평판이 좋아요. 서구 쪽 관계자에게 물어봐도 넥슨은 ‘훌륭한 파트너’, ‘대단한 회사’라는 인식이 있죠.
지난해 4곳의 북미 개발사에 투자했고, 공동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좋은 업계 평판과 두터운 파트너쉽으로 글로벌에서 성과를 낼 것입니다.
김정주 : 게임 플랫폼 이야기를 해보죠. 넥슨은 콘솔, 오큘러스리프트 같은 VR..이런 건 안 하나요?
오웬 : 앞으로 2~5년 안에 윤곽이 드러날 것 같아요.
지금은 PC와 모바일이 구분되지만 가까운 미래에 PC가 곧 모바일 기기가 될 겁니다. 융합이 일어나는 거죠. 게임 이용자는 키보드, 마우스, 터치스크린 등 인력 방식을 선택하고, 게임을 보는 방식으로는 구글글래스, 대형 스크린, 오큘러스 리프트 등 여러 방식이 있겠죠.
넥슨의 위치는 고객들이 있는 플랫폼에 가는 것입니다. 미래는에는 모바일 매출이 전체의 몇 %, PC가 몇 %다를 고민하지 않고, 하나의 통합된 플랫폼이 될 것입니다.
김정주 : 그럼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넥슨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박지원 : ‘개인의 동기’ ‘자유로운 조직 문화’ ‘이를 뒷받침할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이 중 저희 같은 콘텐츠 기업에게는 ‘개인의 동기’가 가장 중요하죠. 조직과 시스템은 이를 뒷받침해야 합니다.
과거에 넥슨이 잘했으나 한 때 잃어버린 것들이죠. 개인과 집단의 동기를 극대화하는 시스템을 강화하겠습니다.
오웬 : 우리는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다. 게임은 이용자가 참여하는 가장 멋진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돈을 많이 벌 게임이 목적이 돼서는 안됩니다. “최선의 게임을 만들고 있냐?”라는 질문을 조직에 던지는 일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지원 : 앞으로 두 가지 기준을 세우려 해요. ▲시장에 존재하지 않거나 매우 독특한 형태의 게임을 만들 것. ▲같은 장르라면 더 많은 즐거움을 주는 게임을 만들 것.
아까도 말씀처럼 넥슨이 사실 규모나 사이즈에 비해 모바일 사업을 참 못해했어요. 트렌드를 쫓아가는 moon_high_school_memories-22것보다는 우리가 잘하는 것..그러니까 영웅의 군단 같은 게임을 만들겠어요.
그와 더불어 외부의 소규모 개발팀의 게임 출시도 계속 하려 합니다. 일종의 ‘절박함’이 있는 그들의 작품의 장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사실 넥슨 내부 개발자와 외부 개발자와 동일한 절박함을 느끼긴 힘들죠. 퍼블리싱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용해서 더 재밌는 게임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번외편 : 두둥! 신의진 의원님!! 여기에요 여기! 마약제조상들이 있어요!
김정주 : 두분 대표님이 생각하는 최고의 게임은?
오웬 : 제 생각에는 멋진 게임은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게임입니다. 다른 걸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못 나오는 게임이죠. 평소 일과, 아이 돌보기, 이메일에 답변하기 이런 모든 것을 잊을 수 있게, 게임 때문에 다른 것을 다 못할 정도의 게임이 최고의 게임이죠.
김정주 : 아…저…음…뭔가 좀 위험한 말인 것 같은데…흠흠. 지원씨 생각은?
박지원 : 저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게임 소싱을 위해) 평가를 할 때, 평가자들이 속된 말로 ‘닥치고 게임만 하는 게임’이 가장 결과를 냅니다. PC방에서 2박3일 동안 계속해서 게임만 할 수 있을 정도의 매력이 있어야죠.
김정주 : 그냥 손에 땀 나는 게임이 좋은 게임이라고 정리하겠습니다. 상원씨는 손에 땀 나는 게임 만드세요!
글 : 최준호
출처 : http://goo.gl/QooGD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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