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de가 주최하는 Code Conference에 참석한 버나드 문(Bernard Moon)이 올린 트윗을 따라가 기사를 읽다가 드는 생각이 있어 간략히 정리해본다. 기사는 애플 CEO 팀 쿡(Tim Cook)이 나와서 비츠(Beats)를 인수한 이유를 설명하는 장면이다.
Tim Cook explains why Apple is buying Beats. Jimmy Iovine chimes in, too. (Q&A) #codecon http://t.co/kWBmbdpYh5 via @pkafka
— Bernard Moon (@bernardmoon) 2014년 5월 29일
코드 컨퍼런스는 란초 팔로스 베르데스(Rancho Palos Verdes)라는 LA 근처 아름다운 해변 도시의Terranea라는 고급 리조트에서 2박 3일간 열리는 컨퍼런스인데, 참가비가 6,500 달러나 된다. (사샤가 썼던 ‘비싼 컨퍼런스에 공짜로 들어가는 법‘ 팁이 여기서도 과연 먹힐 지 궁금하다.) 아무튼, 참가비가 비싸고 장소도 좋은 만큼 출연진(?)이 눈부시다. 마크 베니오프(세일즈포스), 세르게이 브린(구글), 딕 코스톨로(트위터), 토니 파델(NEST), 리드 헤이스팅스(넷플릭스), 드류 휴스턴(드롭박스), 사티야 나델라(MS), 기네스 펠트로(배우), 손정의(소프트뱅크) 등이 출연해 최근 동향과 자신의 생각을 나누고 있다. 그들의 생각을 들으려면 여기를 클릭.
어제는 애플 CEO 팀 쿡이 등장했다. 질문자의 관심은 당연히 애플이 이례적으로 Beats를 3조원이라는 거액에 인수한 사건. 애플은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 중에서 유난히 기업 인수에 소극적이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아래는 인터뷰 간략 요약, 그리고 내 의견이다.
피터: 정말 이례적인 딜입니다. 이유가 무엇이죠?
팀: 애플은 음악을 사랑합니다. 처음부터 맥을 뮤지션들에게 팔았습니다. 애플은 기술과 인문학의 중심에 있습니다. 우리는 음악의 힘을 믿습니다. Beats는 음악을 정말 깊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음악 구독 서비스는 정말 제대로 만들었습니다. 사람의 큐레이션이 중요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잘 알았지요. 알고리즘만으로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닙니다. 그리고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딱 맞추어진 헤드폰도 만들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우리가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입니다(it’s because we always are future-focused.). 게다가 즉각적인 시너지 효과도 있지요. 애플의 전 세계 유통망을 통해 그들의 사업은 가속 페달을 밟게 될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이미 많이 공개된 내용이다. 그리고 좀 뻔한 내용이기도 하다.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인수할 때는 두 회사가 합침으로서 가속할 수 있는지,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검토한다. 그 다음, 사회자가 중요한 질문을 한다.
피터: 그런데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이 있습니다. 애플은 2003년부터 디지털 음악을 팔아왔잖아요.마음 먹으면 음악 구독 서비스 사업은 직접 할 수 있었을텐데요? 게다가 애플은 하드웨어도 잘 만들구요.
팀: 우리는 사실 상상할 수 있는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게 문제가 아니지요. 비츠를 인수함으로써 우리는 앞서서 출발하게 됩니다. 또한 비츠에는 엄청난 인재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나무에서 자라지 않습니다. 그들은 창의적인 영혼이며, 하나로 뭉친 정신입니다. (We could build just about anything that you could dream of. But that’s not the question. The thing that Beats provides us is a head start. They provide us with incredible people, that don’t grow on trees. They’re creative souls, kindred spirits.)
이 대사가 바로 이 글을 쓰게 만든 이유이다. “사람은 나무에서 자라지 않는다.”라는 표현이 참 멋있다. 나무에서 자란 사람들은 할 수 없는 일을 애플은 해내고 있다고 믿기 때문일까. 지인의 추천으로 요즘 드라마 ‘정도전’을 보기 시작했는데(정말 대단한 사극이다), 정말 정도전이나 이성계 같은 사람은 절대 나무에서 자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4년 전 한국과 미국의 M&A 문화 차이라는 글을 쓰면서 구글과 삼성을 비교하며 한국 기업들이 기업 인수에 조금 더 적극적이면 좋겠다는 뜻을 비춘 적이 있는데, 지금의 삼성은 노키아나 블랙베리를 인수하는 대신 갤럭시를 직접 만들어서 엄청나게 큰 성공을 거두었으니 기업 인수가 능사인 것도 아니다. (또 다른 글에서 기업 인수의 문제점을 설명한 적도 있다.) 그런데 관점의 차이는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과 일본의 대기업은 전통적으로 ‘인재 교육 및 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그러다보니 기업의 역할은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을 공채를 통해 뽑아 교육시키고 갈고 닦아서 훌륭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사고를 하기가 쉬운 반면, 미국 기업들은 수시 채용을 통해 ‘어디선가 갈고 닦고 다듬어져 온 사람에게 그 가치에 맞는 대가를 지불하고 함께 일한다는’ 사고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태도는 인터뷰 때도 많이 드러난다. 물론 내가 경력이 있는 상태에서 인터뷰를 했기 때문이기도하지만, 인터뷰어에게 “들어가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열심히 배우겠습니다”는 말은 먹히지 않는다. “지금가지 이러 이러한 경험을 했고, 거기서 이러이러한 성과를 냈기 때문에 저는 가치 있는 사람입니다”라고 설명해야 상대방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는 내가 지원자를 인터뷰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팀은 계속 설명한다.
팀: 그리고, 우리도 회사를 인수합니다. 작년에만 27개의 회사를 인수했지요. 인수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가 만들 수 없는 것만 인수하겠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애플은 사실 뭐든 만들 수 있으니까요. (And by the way — we do acquire companies. I know we don’t talk about them, but we’ve acquired 27 companies between fiscal year 2013 and this year so far. So we’ve never been of the mindset that we shouldn’t acquire things.
팀: 그러니까, 각 회사가 따로 만드는 미래보다 둘이 합쳐 만드는 미래가 더 낫다는 것이지요. 데이트하다가 결혼하는 이유랑 비슷합니다. 함께 미래를 보기 때문에 결혼을 하는 것이잖아요. (And I think that future is better than either company could create on their own. That’s the reason to go from dating to steady to marriage. It’s all about the future. It’s seeing around the next corner.)
회사 인수 사건을 결혼에 비유한 것도 재미있다. 사실, 각자 알아서 잘 살 수 있는데 결혼을 선택하는 건, 결혼을 통해 함께 만드는 미래가 더 나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물론 결혼에는 사랑이라는 요소가 더 중요하지만). 얼마 전,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한 사건이 큰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이는 네이버-한게임 합병과 유사한 것으로 비교되는데, 그만큼 앞으로의 시너지가 크게 기대되는 사건이다. 애플과 비츠, 그리고 다음과 카카오, 2년쯤 후에 그 결과가 어땠는지 이 블로그에 정리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글 : 조성문
출처 : http://goo.gl/BD5G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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